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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갔던 이집트 최대의 사막, 바하리야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해는 높았어도 겨울이었다. 한여름 사막의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기는 일은 예사이기에 이집트의 주관광시즌은 9월 이후다. 어떤 이들은 이집트를 오지 혹은 적도 부근이라 여기는데 이집트가 개발정도면에서 오지인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적도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북반구에 있으며, 이집트서도 저 한참 남쪽인 케냐의 나쿠루에서 적도 경계선이 지난다.

이집트에서 태어나고 자랐어도 우리 아이들이 사막을 본 것은 <내셔널 지오그래피> 채널이나 교과서에서가 전부였다. 사막에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엄마가 왜 손전등이나 물티슈를 준비하는지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깨끗한 1인용 침낭을 한 개씩 아이들 배낭에 넣어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사막 사파리를 담당할 베두윈 협력사 측에서 물론 텐트와 침낭을 준비해왔지만, 워낙 많은 여행객들이 사용했고 쓰고 나서 바로 접어 지프 위에 올려 묶으니 세탁을 했을리도 만무했기에 아직 어린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을 위해서는 별도의 개인침낭을 추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나는 카이로에서 우리 숫자대로 생수 1리터짜리 세 병을 구입했다. 이것으로 우리는 앞으로 이틀간 마시기도 하고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해야 한다. 물을 더 준비하지 않은 것은 지프 한 대에 온갖 캠핑장비들과 식사 비품들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프에 오를 여행객의 가방도 당연히 줄여야 한다.

오아시스로 출발!
 오아시스로 출발!
ⓒ 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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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께 우리는 우리 회사인 하피투어스의 차량을 타고 오아시스로 출발했다. 이른 시각이라 카이로에서 오아시스까지는 세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잠든 사이에 운전기사가 맹렬하게 달린 탓도 있었으리라. 중간 지점에서 휴게소에 한 번 들려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워낙 이집트의 사막 사파리가 유명해서인지 유럽인들을 태운 여행사 차량들이 제법 있었다. 운전기사도 아침식사 대용으로 차 한 잔과 간단한 샌드위치를 부랴부랴 먹었는데, 우리 기준으로 점심을 먹어야할 시간인데도 이집트인들은 이렇게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티타임을 갖는 풍습이 있다.

오아시스에 도착하면 베두윈협력사가 운영하는 숙박업소에서 차량을 갈아타야 한다. 카이로에서 우리를 싣고 온 회사 차량은 내일 우리들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돌아올 때까지 그 호텔에서 기다리게 된다. 시즌에는 차량은 카이로로 돌아가고 다음날 손님을 태우러 다른 차량이 오는 일도 빈번하다. 시즌 한 철을 부지런히 뛰어야 일 년을 걱정없이 보낼 수 있으므로 여행사나 차량 기사나 잠시도 쉴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오아시스의 호텔에서 조촐하게 차려진 베두윈식 점심식사를 했다. 때로는 빵과 샐러드, 그리고 치킨 코프타가 나오기도 하고 또 때로는 스파게티와 로우스트 치킨이 나오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숙박업소 요리장 마음이다.

이미 사파리고객용으로 주문을 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별도의메뉴를 주문하면 별도의 지불을 해야하며 시간도 많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치면 곧장 지프로 갈아타고 사막으로 진입해야 해가 지기 전에 캠핑 장소까지 닿을 수가 있으므로 별도의 주문같은 호사는 선택하지 않았다.

오아시스를 벗어난 지프는 우리들을 태우고 쭉 뻗은 도로를 한참을 달려 백사막에 닿았다.바깥의 풍경은 검거나 혹은 하얗다. 흑사막과 백사막 그리고 더운 바람이 이날 오후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전부였다.

다음날의 일정이 빡빡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또 백사막 입구에서 사막 입장티켓 오피스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지프는 크리스탈 마운틴 어귀에 일단 정차했다. 아직까지 사막 입장료는 일인당 5달러며, 캠핑 허가비는 일인당 10 이집션 파운드다. 진즉에 사막 입장료를 이렇게 걷었다면 연일 밀려드는 여행객들로 백사막이 온통 쓰레기 무덤이 되는 동안에도 이집트가 억울하지는 않았을텐데... 입장료를 받는 덕분인지 그 이후로는 아무튼 사막이 깨끗해진 것도 같다.

버섯바위
 버섯바위
ⓒ 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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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장소는 백사막에서도 특히 버섯바위 부근이 가장 인기가 좋다. 하지만 텐트를 치기까지 땔깜을 찾아 온 사막을 헤매는 동안 해가 꼴딱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버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난처한 일을 겪게 된다. 지프가 한 대일 때는 베두윈 운전기사가 요리장도 겸하지만 그 이상일 때에는 요리장이 한 명 별도로 따라온다. 이들과 여행객들은 더불어 땔깜을 찾고, 나뭇가지를 자르고 지프 위로 실어나르면서 인간적인 정을 쌓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

무사히 캠핑 장비를 풀고 텐트를 치면 베두윈 기사들은 저녁식사로 그들 특유의 방식으로 '치킨 바베큐'를 요리한다. 털썩 자리잡고 주저 앉아 감자 껍질을 깎고 야채를 썰어 국을 끓이는 손놀림이 어찌나 능숙한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계절에 따라 치킨바베큐가 익어가는 동안 불 속에 호일에 싼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등을 깊숙히 찔러넣기도 한다.

한 여행사를 통해 같은 팀으로서 온 여행객이 아주 많을 경우에는 지프 기사들이 식사 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캠프파이어를 주도하는데, 나중에는 여행객들의 장기자랑이 이어지거나 저 멀리 이웃 캠핑장의 외국 그룹과 알게 모르게 노래 대결이 펼쳐지기도 한다. 우리는 모든 불을 다 끄고 저 까마득히 높은 밤하늘에서 이름 모를 별들과 알것도 같은 별들이 한꺼번에 쏟아질듯한 장관을 우러러봤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아이들은 모래판 위에 벌렁 드러눕기도 하고, 지평선 저 끝에서 이 끝으로 배를 깔고 헤엄을 치기도 했다.

사막이 즐거운 아이들
 사막이 즐거운 아이들
ⓒ 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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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또한 캠핑장 주변으로 드문드문 남아있던 사막의 여우발자국에 환호성을 지르며 언제쯤 여우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워낙 여우의 발자국이 작아서 아이들이 아마도 사막의 여우를 강아지 정도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사막의 여우는 워낙 영리해 사람이 깨어있는 시각에는 잘 숨어있다가 새벽에서야 살금살금 텐트 주변으로 다가온다. 우리 중 여행객 한 분이 텐트 밖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주무셨는데 아침에 깨어나서 여우가 다녀갔다며 우리에게 확인을 해주셨다. 아이들은 텐트 주변에 가득한 진짜 여우발자국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다음날에는 이른 아침식사를 빵과 샐러드, 쨈, 치즈 그리고 커피 등의 음료로 간단히 마쳤다. 일행 중에 한국산 컵라면을 준비한 분들이 계셔서 한 젓가락씩 나눠먹는 재미도 있었다. 게다가 사방이 뻥 뚫린 사막 한가운데였던지라 김치를 내놓아도 누가 냄새난다고 뭐라 그러지도 않고, 장아찌를 내놓아도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모든 폐용기와 음식물쓰레기는 별도의 봉투에 담아서 지프에 실어야 한다.

아침식사 후에는 본격적인 사막사파리가 시작됐다. 백사막에있는 버섯바위 지역은 울퉁불퉁하면서도 길도 아닌 길을 질주하듯이 달려 우리를 환호하게 했다. 우리는 마치 거인국에간 소인국사람들이 된것도 같았고, 당장이라도 스타워즈 속의 외계인들과 맞닥뜨릴 것만 같기도 했다. 그리고는 지프기사에 따라서 고대 로마시대에 온천수가 나왔다는 한뼘짜리 오아시스로 데려가기도 하고, 천년 묵은 거대한 아카시아나무로 데려가기도 한다.

로만 오아시스에는 인근 오아시스에서 베두윈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몰고 모여들어 아지트처럼 사용하고 있어서 관광용으로는 적당치 않아보였다. 정말 협소한 그늘 속에서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으니 그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거기까지 간 것은 아니었는데 진심으로 미안했다고나 할까. 천년 아카시아는 어떤 긴 가지는 무겁고 늙어서 쿵 떨어져 고사했고 또 어떤 가지는 꿋꿋하게 견뎌 잎을 틔우고 나비를 불러모으고 있었다. 상상해보라.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사막에 아카시아나무 단 한 그루가 청청히그 숨결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버섯바위와 아카시아나무에서 한참을 달리면 조약돌보다도 작은 새까맣고 반들거리는 별사탕 모양의 돌들이 바닥에 가득 깔려있는 지역에 닿는다. 이른바 플라워 스톤이다. 일전에 돌을 연구하시는 지리학자분이 오신 적이 있는데 그분 말씀이 땅밑에 같은 성분의 암반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명색이 여행사 사장인 나는 열심히 따라적으며 새삼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함께 갔던 여행객들이 흑돌 별사탕을 주워담느라 여간 바쁘지가 않았다.

몇 해전만해도 급경사의 모래언덕을 곤두박질 치듯 지프로 달려가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요즘 베두인들은 지프 절단난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치기에 이제는 모래언덕은 그저 보는것으로 만족하기도 하고, 때로는 여행객들끼리 등산삼아 정상까지 걸어갔다 오기도 한다. 모래언덕이 곱고 누구도 아직 밟지 않은 곳이라면 단체 사진 배경으로는 딱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들이 남긴 발자국들이 저녁이면 모랫바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또다시 '누구도 밟지 않은 절정의 배경'으로 돌아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사막 사파리를 하는 내내 중요한 것은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었다. 사막이니 당연히 공공시설이 있을 수 없다. 나무 그늘도 없어서 임시방편으로 뭘 설치하기도 참 그렇다. 사막에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아침식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사파리를 떠나기 직전. 여성은 여성끼리 남성은 남성끼리 높다랗고 굴곡이 심한 버섯바위 어디쯤을 택해 몰려가 일을 본다. 간혹 잘 숨었다고 숨었는데 머언 지평선 맞은 편에 또다른 캠핑족들이 이쪽을 향해 텐트를 치고 있다거나 하는 낭패한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 사막은 참 다양한 추억을 많이도 만들어주는 곳이 분명하다.

사막 여우
 사막 여우
ⓒ 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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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사파리를 마치고 오아시스의 숙박업소로 돌아오면 전날과 비슷한 베두윈식 점심식사를 하게된다. 그야말로 오지에 있기 때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일도 잦다.

곧 카이로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대충 손발과 얼굴의 모래를 닦아내든지 간단한 샤위를 하고 화장실을 사용한 다음 대기 중이던 여행사 전용 차량을 타고 카이로로 출발. 카이로 귀환길은 오아시스로 달려올 때와는 교통 체증의 도가 현격히 다르다. 대개는 서너 시간이 소요되며 아주 드물게는 다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사막 사파리가 있는 다음날의 여행 일정은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세우는 게 좋다.

아이들은 온몸에, 머리카락에, 스웨터 한올 한올 사이에 모래를 잔뜩 묻혀왔지만, 사막 자체를 결코 잊지 않고, 두고두고 이야기한다. 아랍어로 사막은 사하라다. 방학 때만 되면 아이들이 묻는 말이 있다.

"마미, 우리 사하라에 언제 또 가요?"

덧붙이는 글 | 이 원고는 이집트관광청 홍보책자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이 원고는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 카페에도 동시에 실립니다



태그:#이집트여행, #사막사파리, #바하리야오아시스, #이집트사파리, #사막의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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