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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군사정보협정'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한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날개를 달기 위한 적절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듯하다.

전문과 21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협정은 '군사비밀정보'라는 용어만 71번이나 명문화되어 있다. 단순한 일반적 정보가 아니라 군사 정보, 그것도 비밀 보장이 필요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자는 내용이 핵심인 것이다. '보호'를 앞세웠지만, 협정문 제6조, 제7조, 제9조가 명시하고 있듯이 군사비밀정보의 제공 또는 전달을 당연히 전제로 하고 있다.

한일군사정보협정은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국가 간의 '군사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문서상 합의인 만큼 조약에 해당된다. 게다가 한일군사정보협정은 무려 71회나 사용한 '군사비밀정보'의 개념을 제2조에서 "국가안보상 정보"로 단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 헌법 제60조상의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임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정부는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 자체를 부인하였으니 법치주의의 핵심을 이루는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또한 헌법이 조약에 대한 체결 비준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면서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을 별도로 정함은 '국민적 합의'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자는 뜻이다. 이는 "국민 의사에 반하는 조약 체결 금지"라는 명백한 국민주권주의적 결단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헌법적 명령을 저버리고 일본 정부 실무자의 뜻을 살펴 밀실 처리를 자행함으로서 헌법상 국민주권의 원리를 위반하였다.

어떤 조약이 국회 동의 대상인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헌법이 스스로 정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판단할 헌법적 권한은 국회에 있다. 정부와 국회 사이에서 국회 동의 대상인지 여부를 놓고 이견이 명백하다면, 헌법 제111조 상의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여 해결하면 될 일이다. 또한 대통령은 취임시 헌법 제69조에 의거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바 있다. 따라서 한일군사정보협정 밀실 추진이 선서 의무 이행에 과연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기를 넘어서 우리 민족과 영토를 짓밟아 왔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해 온 일본과의 군사비밀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법치주의, 국민주권주의와 같은 중대한 헌법 원리를 위반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만큼 긴요한 것인가? 그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한일군사정보협정'의 전면 폐기를 늦추는 것은 현재의 위헌 상황을 가중시킬 뿐이다.

덧붙이는 글 | 2012년 7월 24일자 경향신문에 동일 취지의 칼럼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이 기사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하여 중복 송고가 가능합니다.



태그:#권력분립주의, #국민주권주의, #한일정보보호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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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법(통일헌법) 박사학위 소지자로서의 전문성 활용 * 남북회담(민족평화축전, 민주평통 업무 등)차 10 여 차례 방북 경험과 학자적 전문성을 결합한 민족문제 현안파악과 대안제시 * 관심분야(박사학위 전공 활용분야) - 사회통합, 민족통합, 통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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