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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의혹으로 대법관 인사청문회 이후 첫 낙마 위기에 처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새누리당 안에서 조차 비판이 나온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더라도 무엇인지 아는 지경이다. 한 마디로 대법관 후보자로서 자격이 없다.

김병화 후보자를 보면서 우리 사법 역사에서 청렴과 법관 자질에서 길이 남을 몇 분의 판사들이 생각난다. 우리 사법 사상 가장 존경받은 대상은 누가 뭐래도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다.

가인은 해방 후 초대 대법원장으로 있을 때 독재자 이승만과 '맞장'을 자주 떴다. 1952년 부산 정치 파동 직후 대법관들에게 "폭군적인 집권자가, 마치 정당한 법에 의거한 행동인 것처럼 형식을 취해 입법기관을 강요하거나 국민의 의사에 따르는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은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법부의 독립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독재자 이승만이 1956년 국회연설에서 "우리나라 법관들은 세계의 유례가 없는 권리를 행사한다"라고 따져묻자, "이의가 있으면 항소하라"라며 독재자와 이승만과 맞장을 떴다.

특히 1954년 3월 20일 '법관 회동 훈시'는 김병화 후보자가 가슴에 새기고 새겨도 부족함이 없다.

현실을 보면 세상의 모든 권력과 금력과 인연 등이 우리들을 둘러싸고 우리들을 유혹하며, 우리들을 바른 길에서 벗어나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내 마음이 약하고 내 힘이 모자라서 이와 같은 유혹을 당하게 된다면 인생으로서의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엄성으로 비추어 보아도 도저히 용인 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기획위원회 저, 동녘 펴냄)

권력과 금력과 인연의 유혹에 넘어가면 인생은 파멸이고, 법관의 존엄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가인. <동아일보> 1995년 11월 21일자 '가인(街人)가문의 명암' 제목 기사에서 가인은 "부정을 행하기보다는 굶어서 죽는 편이 영광"이라며 청렴 강직의 모범을 보여준 법조인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병화 후보자가 가인이 한 말과 삶을 절반만 따랐더라도 이 지경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김병화 후보자는 검사 출신이다. 지난 대검중수부장으로 재임하면서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검찰몫으로 내정되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 전 대법관은 온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검사였다. 성역 없이 수사했기 때문이다. '좌희정'으로 불렸던 안희정씨(현 충남지사)를 구속했다. 국민들은 그를 '국민검사'로 불렀다. 안대희에게 걸리면 다 감옥갈 수밖에 없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2008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있을 당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2003년말과 2004년에 국민 스타로 떠올랐던 안대희 송광수를 기억한다"며 "지금의 검찰 관계자들은 그 시절과 그 시간이 그립지 않냐." - 2008.08.20 <노컷뉴스> 안희정, 자신에 칼 겨눴던 "안대희 송광수가 그립다"

특히 안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1975년 사법고시 동기였다. 2003년 노무현 정권 초기였고, 2008년은 이명박 정권 초기였다. 2008년 8월이면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하 칼날 겨누기 시작했던 때다.

안 전 대법관은 2006년 대법관으로 내정됐다. 당시 서울고검장 때였는데 재산 신고액이 2억6000만 원이었다. 법조계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낮은 신고액이었다. 그리고 임기 마지막해인 지난 3월 공직자 신고액을 보면 각 9억6439만원으로 지난해보다 7394만원 증가했었다. 특히 안 전 대법관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서울 강북의 아파트(서대문구 홍제동)에서 24년간 모친을 모시고 살고 있다. 아파트 다운계약서 따위로 비판받는 김병화 후보자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것도 검찰몫 후임이다.

2007년 10월 삼성비자금을 폭록했던 김용철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이렇게 평했다.

"그는 청렴하고 강직한 검사였다. 안대희는 '삼성에서 사람 좀 보내지 말라'고 했다. 나도 그에게 '정천수 <중앙일보> 고문이 찾아갈 텐데, 알아서 거절하라'고 했다. 중앙일보 법조기자 출신인 정천수와 안대희는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안대희는 중수부장이 된 뒤 정천수를 만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안대희는 '관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219쪽

중수부장 시절 삼성 연결 고리인 정천수를 만나지 않았던 안대희와 저축은행 로비리스트이자 사채업자인 박 아무개씨와 수십차례 전화를 김병화 후보자, 달라도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김병화 후보자는 자신의 전임자인 안 전 대법관을 위해서라도 물러나는 것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노무현=안대희'&'이명박=김병화'이기도 하다. 지도자의 사람보는 안목이 나라를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태그:#김병화, #김병로,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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