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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3월부터 시행한 0~2세 영유아 무상보육 사업이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난으로 2, 3개월 내에 중단될 전망이다.

<오마이뉴스>가 4일 서울, 부산, 광주 등 16개 광역지자체 무상보육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서울과 경기도가 9월, 인천, 대전, 충북, 광주, 울산 10월 중으로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시-도들도 경남과 대구는 10월과 11월 중에, 전북, 강원, 충남, 전남, 부산, 제주가 11월에, 경북은 12월초면 예산이 바닥나는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로서는 추가예산 투입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전망에 대해 한 시도 무상보육 담당자는 "추가예산을 편성 중에 있어 보육비가 지급되지 않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무상보육 예산이 11월에야 부족할 거라 예상된다"면서도 "예비비를 지원하는 등 보육비가 끊기지 않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무상보육을 전면지원에서 선별적 지원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3일 "재벌가 손자에게 주는 보육비를 줄여서 양육수당을 차상위 계층에 더 주는 것이 사회 정의에 맞을 것"이라면서 "기존 보육지원 체계를 전면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제도에서는 재벌가의 아들과 손자들에게도 정부가 보육비를 주는데, 이것이 공정 사회에 맞는 것이냐"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소득 하위 70%인 가정에만 지원하던 3월부터 0~2세 보육료를 전 계층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불과 1년도 안 돼 뒤집으려 하는 것이다. 애초 지난 해 12월 발표가 올해 4월 총선용 생색내기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추진한 0~2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에 따라 각 자치단체에서는 재정부담이 크다며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0~2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에 따라 각 자치단체에서는 재정부담이 크다며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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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방정부는 0~2세 무상보육을 위해 중앙정부와 각각 50%씩을 분담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가 지원금의 약 20%를, 시와 자치구가 나머지 80%를 부담하고 있다. 서울의 각 자치구는 재정자립도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무상보육의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연간 7500억 원의 예산이 늘었고 무상보육의 시행에 신규 어린이집 등록 인원이 증가하면서 약 7000억 원을 더 추가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지방정부는 영유아 보육사업 재원의 50% 부담해야 하므로 추가 사업비 1조 4500억 원의 절반인 약 725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3월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무상보육 문제를 풀기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만들어졌다. 두 번 진행 된 TF 회의에는 총리실, 행전안전부, 기획재정부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함께 논의했지만 현재까지는 별 다른 진척이 없다.

서울이 가장 다급해... 2505억 재정 부족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가장 다급하다. 서울은 농어촌보다 영유아의 수가 많은 데다, 무상보육이 확대되면서 30%에 있던 상위 계층의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2011년 5월, 무상보육 대상자가 9만6141명에서 올해 5월에는 11만9047명으로 2만2906명, 23.8%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8019억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5505억 원의 예산을 마련해 2505억이 모자란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 무상보육 담당자는 "보육료가 소진되는 자치구에는 나머지 구별 예산을 돌려서 지원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9월부터 (예산에) 구멍이 나는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도 "다른 사업을 없애지 않는 한 돈 나올 데가 없다"며 "서울시에 예산을 요청해도 서울시도 어려운 상태라 국고보조가 없으면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 25개구 자치구 중에서도 서초구는 이달 10일에 예산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는 국비:시비:구비 부담비율이 10:27:63으로 구비 부담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 지난해 5월 기준 소득상위 30% 중 0~2세 보육아동 점유비가 77.5%로 서울시 평균 45.5%보다 높아 재원 고갈시점이 빨랐다.

지난 2011년 8월 8일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당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2011년 8월 8일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당시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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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보육대란 일어날 것"..."새누리당의 졸속 추진 때문"

민주당 출신의 전국 시도지사들은 정부의 지원없는 무상보육 정책을 성토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강운태 광주시장은 "복지부의 추계에 의하면 7250억원이 필요한데, (무상보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기 있는 어느 시도지사와도 상의한 바 없다"며 "곧 보육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중앙정부를 본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지방 부담이 50%나 되는 사안을 전화 한 통 없이, 의견조율도 없이 정책을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국회 운영에서 지방에 재정 부담이 되는 사안은 지방정부의 의견을 꼭 청취해서 상임위나 법안 심의과정 체결에 도와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정부와 여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총선 때 새누리당이 졸속 추진해 이런 결과가 드러났다"며 "지방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중앙이 지방에 전가해 온 졸속 정책을 끝내고 재정대책을 확립한 복지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해결방안으로 "지방 경제 재정 대책을 합의하기 위한 국회 특위를 만들어서 지방 정부와 충실하게 협의하는 과정을 밟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태그:#무상보육,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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