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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생태, 분권, 참여의 세기이자, 이는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적 이념을 압축하고 있는 것이 1992년 브라질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리우선언」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강령으로서의 「의제21」이다. 또한 「리우선언」과 「의제21」에 담겨진 핵심적인 이념이 바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론이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이념은 지구환경문제가 인류 전체의 생존과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로 인식돼, 리우회의(1992)와 요하네스버그회의(2002) 등의 세계정상회의,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와 같은 각종 국제환경협약 등에서 국제사회의 전반에 걸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런데 이상과 같은 지구환경문제는 국제적인 차원과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인류와 생태계의 존속을 위협하는 범지구적 환경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실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는 물론 각국의 국가․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협치(governance)가 긴요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국가차원의 실천강령으로 「국가의제21」을 마련하여 대통령 직속 추진기구인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Presidential Commiss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 PCSD)'를 설치하고, 지방정부에서는 지역차원의 환경실천계획인 「지방의제21」을 마련하여 단체장 직속의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하여 활동해왔다.

오늘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성과 효율성, 그리고 과학성을 담보하기 위한 의사결정시스템으로서 많은 학자들이 논의하는 「거버넌스(governance)」체제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리우선언」이나 「의제21」이 요청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 참여민주주의, 생태적 법치주의, 나아가 인류중심의 국익공리주의를 지양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위한 생태중심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수단이며, 아울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배적 의사결정구조로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하나의 훌륭한 대안적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참여정부의 주요 국정지표였던 '국가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자치)'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설치의 법적 근거

■ 지속가능발전위원회규정

1992년 6월「리우선언」이후 UN은 「의제21」 실천계획 수립 및 이행평가를 위하여 각 국에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NCSD)'의 설치를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1999년 4월에는 시민단체, 언론, 학계, 경제계 등 각계각층에서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국가기구의 설치를 정부에 건의하게 되고, 2000년 6월 5일「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설치를 천명하고, 2000년 8월 5일 '지속가능발전위원회규정'(대통령령 제16,946호)을 공포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2000년 9월 20일 제1기 위원회가 발족(위원장 강문규)되고, 2002년 10월 7일 제2기 위원회가 출범(위원장 박영숙)하였다. 2003년 6월과 11월에 참여정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능강화 및 기구개편을 위한 두 차례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규정(대통령령)이 개정되고, 2003년 12월 15일 제3기 참여정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출범(위원장 고철환)하였으며, 2006년 5월 제4기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출범(위원장 김상희)하였다.

■ 지속가능발전기본법

그런데 노무현 참여정부 임기 말 무렵인 2007년 8월 3일에는 지속가능발전기본법(법률 제8612호)이 제정되었다. 이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지속가능발전위원회규정'(대통령령 제16946호)이 폐지되고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법률상 위원회로 격상되었으며, 2008년 5월 26일에는 제5기 위원회가 2년의 임기로 새로 출범하게 되었다.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제15조는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관련 주요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18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소속으로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둔다. 다만, 시·군·구(자치구에 한한다)의 경우에는 해당 지방의 실정에 맞추어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동위원회의 폐지가 논의되었으나, 여야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거쳐 존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지속가능발전기본법에 따라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제1기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장 김형국)가 출범하게 되었다.

그런데 2010년 1월 13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법률 제9931호)이 제정됨으로써, 기존의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은 '지속가능발전법'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또한 '지속가능발전법'의 주요 내용들은 대폭 삭제되거나 새로운 법률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으로 포섭되어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다.

■ 지속가능발전법

2010년 1월 13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법률 제9931호)의 제정으로 같은 날짜 개정된 지속가능발전법은 제15조에서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환경부장관 소속으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둔다."고 하고, 제17조 제1항은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은 당연직위원과 위촉위원으로 하되, 공무원이 아닌 위원이 전체위원의 과반수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 동조 제2항은 "당연직위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으로 하고, 위촉위원은 시민사회단체, 학계, 산업계 등에서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하는 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또 동조 제3항은 "위원장은 위촉위원 중에서 환경부장관이 위촉한다."고 규정한다.

즉 이 법률에 의하여 대통령 소속이던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환경부장관 소속의 위원회로 그 지위가 강등되었다. 그러면서 위촉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하고, 위원장은 위촉위원 중에서 환경부장관이 위촉하도록 함으로써, 일반적인 국가위원회의 구성 형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구성과 관련된 조항인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제18조 제1항의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소속으로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둔다. 다만, 시·군·구(자치구에 한한다)의 경우에는 해당 지방의 실정에 맞추어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이 지속가능발전법에서는 삭제되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는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당초 설립취지나 정신은 사라져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9월 9일 이명박 정부 제2기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장 박준우)는 출범을 하게 된다.

■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2010년 1월 13일 제정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1조는 "이 법은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하여 저탄소 녹색성장에 필요한 기반을 조성하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며 저탄소 사회 구현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그 목적을 규정하고 있고, 제3조는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의 기본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제14조 제1항은 "국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주요 정책 및 계획과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를 둔다.", 동조 제2항은 "위원회는 위원장 2명을 포함한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동조 제3항은 "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제4항 제2호의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하는 사람이 된다."고 규정한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이상과 같은 규정방식과 이명박 정부 아래서의 녹색성장위원회의 실질적인 활동내용으로 보아, 동법과 동위원회는 김대중 국민의 정부나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의 지속가능발전기본법과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제1조 목적 조항에서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취지로 보아 「리우선언」이나 「의제21」의 실질적인 취지와는 달리 성장에 중점을 둔 법률이고, 녹색성장위원회 또한 그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지방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하여, 동법 제20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주요 정책 및 계획과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시·도지사 소속으로 지방녹색성장위원회를 둘 수 있다.", 동조 제2항은 "지방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 운영 및 기능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지방녹색성장위원회는 "시․도지사 소속으로", 또 "둘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광역자치단체장의 재량사항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녹색성장위원회의 구성, 운영 및 기능 등에 필요한 사항은 당해 광역자치단체의 조례가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기초자치단체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지방자치의 취지에 어긋나는 중앙집권주의적인 발상으로, 환경정책이 지방자치단체 사무, 특히 기초자치단체와 친한 사무임을 고려할 때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소속의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장관 소속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기능 중복으로 인력과 국가예산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MB의 ABR 환경정책

필자는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설치 근거에 관한 규범들의 변화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이명박 정부는 국가 환경정책의 수립․추진과 관련해서도 이른바 ABR(Anything But Rho, 노무현 정책을 빼곤 뭐든지)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1992년 브리질 리우에서 개최된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리우선언」과 그 행동강령인 「의제21」의 추진을 위해, 김대중 국민의 정부나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이미 「국가의제21」과 그 추진기구인 대통령 직속의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발하게 활동을 해 왔으며, 광역과 기초를 불문하고 그 설치에 다소간의 시차는 있었다할지라도 지방정부 역시 지역차원의 환경실천계획인 「지방의제21」을 마련하고 그 추진기구인 지방자치단체장 직속의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하여 세계적 차원에서도 아주 모범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령으로 출발한 「국가의제21」 및 「지방의제21」의 추진기구의 설치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제기에 따라 노무현 참여정부 임기 말에는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제정하여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즉 그 법률에서는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경우에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써 규정하도록 함으로써, 「리우선언」 및 「의제21」의 취지에 부응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그 법률의 효력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렸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법률의 규정 방식이나 제정 취지를 고려할 때, 이 법률이 「리우선언」과 「의제21」의 추진을 위한 법률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볼 때 구법상의 '국가(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신법에서 '녹색성장위원회'로 계승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법상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환경부장관 소속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지위를 강등시켜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또한 신법상의 '지방녹색성장위원회'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지사 재량으로 광역자치단체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환경정책과 관련해서는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입법의 불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광역․기초를 불문하고 현재 각 자치단체마다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는 「지방의제21」의 추진기구로서의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기존의 지방자치단체의 환경기본조례를 제외하고는 국가 법령상의 근거가 모두 사려져 버린 형국이다. 이는 「리우선언」이나 그 실천 강령인 「의제21」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앞에서도 이미 지적하였듯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경제성장과 환경의 조화를 규정하고 있지만, 경제성장 쪽에 중점이 두어진 개발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녹색성장'의 주요 정책이 '4대강 개발사업'과 '원자력에너지 확대정책'에 있다는 것이 그것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방자치단체(광역․기초 불문)는 기존의 「지방의제21」과 그 추진기구인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자치단체장 직속으로 그 조직을 강화하여 「리우선언」과 「의제21」의 정신에 부합할 수 있도록 조례와 행정기구를 정비․보완해 나가길 기대한다.

특히 「리우선언」과 「의제21」의 정신을 고려해 지속가능발전의 이념을 전체 도(시)정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 측면에서도 '환경기본조례'로 규정하기 보다는 독립적인 조례인 '지속가능발전(기본)조례'로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방의제21」의 추진기구를 조직․운영함에 있어서도 '거버넌스'의 정신을 더욱 살려나가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태그:#리우선언, #의제21,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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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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