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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2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학교마다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학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해 1년에 두 번 정도 공개수업을 합니다. 또 교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사람이 하는 수업을 보고 서로 배우려고 학교 내에서 또는 지역 학교끼리 일 년에 여러 차례 수업을 공개를 합니다. 교육청에서도 학부모들의 알권리 보장의 일환으로 교사들 사이 연수기회로 수업 공개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학교에서 하는 공개수업에 참여해보신 분들, 공개수업을 보고 어떤 생각이 가장 많이 드셨나요? 그동안 교사들이 겪으며 생각한 공개수업은 수업이 아니라, '쇼' 또는 '연극'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 시간 동안 보여줄 수업을 미리 각본을 짜서 연습해서 보여주는 '수업 연극' 또는 '수업 쇼' 말입니다.

내용은 간 데 없고, '쇼와 연극'만 있는 공개수업

우리 학교에는 국내 뿐 아니라, 국외 손님들도 수업 참관을 하러 많이 오십니다. 에르끼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님이 오셔서 창의음악수업을 참관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춤과 노래를 부르고 계십니다.
 우리 학교에는 국내 뿐 아니라, 국외 손님들도 수업 참관을 하러 많이 오십니다. 에르끼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님이 오셔서 창의음악수업을 참관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춤과 노래를 부르고 계십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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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지방교육청 수업실기 대회에서 우수교사로 뽑힌 교사가 공개수업을 한다는 공문을 보고 수업을 보러 갔습니다. 가기 전 물어보니 그 교사가 수업을 잘 한다고 사람들마다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얼마나 수업을 잘 하길래 칭찬을 그렇게 할까 궁금했습니다.

공개수업은 1학년 아이를 대상으로 즐거운 생활 교과를 했는데, 수업 목표가 '창의적인 리듬감 기르기'였습니다. 그런데 가서 수업을 보니 저런! 창의적이기는 커녕 아주 아주 오랜 옛날에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우리 담임선생님이 하던 그 수업 그대로였습니다.

칠판에 제재곡 확대악보를 걸어놓고, 두 마디씩 음표가 그려진 리듬카드를 보여주며 '같은 리듬 몇 번 나오나 찾기', '2/4박자는 한 마디에 몇 박자가 들어가는지 답하기', '2/4박자의 셈여림 찾기', '센 박과 여린박에 어울리는 악기 찾기', 그리고 리듬합주하기인데, '강약강약' 셈여림 치고 나서, 리듬합주를 하는데, 리듬합주를 미리 연습을 다 시켜 놓아서 배우는 과정이 없는데도 아이들이 리듬합주를 아주 잘 했습니다.

명색이 수업실기 대회 우수교사인데, 어디에도 '우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수업내용이나 방법도 1학년 것이 아닌데다가 말만 '창의적인 리듬감 기르기'지 '창의'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공개수업에서 많이 본 그대로 아이들에게 미리 답할 말 알려주고, 미리 여러 번 연습해서 하는 수업 그대로였습니다. 이 날 1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이 미리 알려준 대답을 정해준 차례에 맞지 않게 아무 때나 말하는 모습도 봤습니다.(저학년 아이들은 연기를 잘 못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리고 공개수업하는 교실이 으레 그러하듯이 칠판 주변에 정신사나울 정도로 무엇을 가득히 붙여 놓았고, 교실 안 역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과 화려하게 붙여놓은 것 투성이었습니다.

우수교사 수업이라고 하지만, 한마디로 내용은 없고, 화려한 자료만 나부끼는 쇼, 또는 연극이었는데, 이 쇼와 연극에서 공개수업을 참관하는 교사들 또한 무언 중에 참관자 역할이라는 하나의 배역을 맡고 있었습니다. 참관자 역할을 맡은 선생님들의 대사는 늘 한결같이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수업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입니다.

참관자들이 쓴 참관록을 보면 형식적인 것만 평가하고 수고했다, 잘 했다, 좋은 수업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말 뿐 수업내용에 대해서 평가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수업을 하는 교사를 수업실기대회 우수교사로 평가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실제로 그동안 수업공개 모습을 보면 거의 가 다 이런 식으로 진행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준비된 특별한 수업 아닌 '일상의 수업' 공개해야

1년에 두 번 학부모들이 오전 내내 학교 전체 수업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학교 여는 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학년 학부모들이 수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1년에 두 번 학부모들이 오전 내내 학교 전체 수업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학교 여는 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학년 학부모들이 수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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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보낸 어른들은 누구나 잘 알겠지만, 외부 손님들이 와서 보는 공개 수업은 평상시 수업과 다릅니다. 먼저 청소를 깨끗이 하고, 교실 환경정리도 평상시와 다르게 '삐까뻔쩍'하게 해놓습니다. 교사는 칠판에 평소 수업 때는 안 쓰던 생활목표도 써 놓고, 안쓰던 교육기자재와 자료도 많이 쓰고, 평소에 반말을 쓰던 교사가 갑자기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입니다.

심지어 아이들과 미리 주고받을 대답은 물론, 대답할 사람까지 정해놓는 일도 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보여줄 공개수업을 준비하고 연습한다고 다른 수업은 거의 하지 않거나 파행운영하는 모습도 그동안 학교에서 많이 있어 왔습니다.

우리 학교는 아무 의미도 없는 그동안에 해온 쇼와 연극같은 '보여주기식' 공개수업을 하지 않기로 교사들과 합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수업을 공개할 때도 한 시간이 아닌 첫 시간부터 점심시간까지 오전 내내 공개를 하기로 하고 그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학교 여는 날'인데, 1년에 두 번 여는 이날 학부모님들이 담임반 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교실을 어디나 맘대로 둘러보실 수 있게 했습니다.

교사들 사이에서 수업을 공개할 때도 절대로 특별한 수업이 아닌 일상의 수업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자고 하고, 수업을 참관할 때도 교사들이 사전 협의를 해서 교사의 수업 기술 중심이 아닌 수업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한 뒤 사후 협의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공개가 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학교에는 핀란드 전 국가교육청장이었던 에르끼 아호를 비롯해서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국 취재, 교육관련 학자들과 연구원들의 방문, 서울시와 타 시도 교사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는데, 이런 분들이 학교 방문을 하실 때도 절대로 특별한 수업을 준비하거나 하지 않고, 일상으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교는 대통령, 그보다 더 높은 그 누가 온다해도 특별하게 준비하거나 하지 않고 평소 수업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것입니다.

우리 학교가 평상시 수업모습 공개를 원칙으로 한 까닭은, 수업공개할 때 특별하게 마련한 수업을 아무리 여러번 잘 공개한다고 해도 결코 평상시 수업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경험 때문입니다. 그동안 공개수업을 하면서 '수업의 달인' 또는 '수업 명인'이라고 불리웠던 교사들이 평상시 수업에서는 공개 수업 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많이 봐 왔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공개 수업과 평상시 수업이 다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도 '원래 그런 거야'하면서 다 그러려니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공개수업과 평상시 수업모습이 다른 것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일로 교사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진짜가 아닌 가짜 수업모습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평상시 모습과 같은 공개수업을 함으로써 스스로 떳떳해 질 수 있습니다.

학교와 교육 바뀌려면 솔직한 '드러내기'가 필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국 취재팀이 우리 학교 수업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국내외 그 누가 오더라도 특별한 준비가 아닌 평상시 수업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국 취재팀이 우리 학교 수업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국내외 그 누가 오더라도 특별한 준비가 아닌 평상시 수업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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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의 80분 블럭 수업 모습을 살펴보시기 위해 그 학교 개교기념일을 맞이한 휴일인데도 아침 일찍 오셔서 1블럭 수업을 참관하고 계십니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의 80분 블럭 수업 모습을 살펴보시기 위해 그 학교 개교기념일을 맞이한 휴일인데도 아침 일찍 오셔서 1블럭 수업을 참관하고 계십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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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상적인 공개를 하게 되면, 특별히 그 수업만 준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른 수업을 파행운영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에 자신의 평상시 수업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자신이 없거나 부끄럽다고 생각이 되면 자신의 평상시 수업의 질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공개 수업을 일상적인 평소의 수업을 공개함을 원칙으로 삼은 뒤로, 우리 학교 교사들은 수업을 공개하는 것에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평상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동학년 선생님들과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또 수업을 보는 관점이 과거 잘못된 교사의 능숙한 수업기술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 아이들 중심으로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아직 교사들이 수업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무래도 외부 손님이 오게 되면 수업 분위기가 달라져서 평상시처럼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고, 그보다 더한 이유는 아직도 자신의 수업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늘 수업을 하면서도 자신의 수업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것을 자신없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교사들이 여전히 수업을 교사의 능수능란한 수업기술위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개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 서로 배움이 일어나려면 특별하게 준비한 쇼와 연극같은 수업이 아닌 평소의 수업모습 그대로를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상시 수업 모습을 누구나 볼 수 있어도 괜찮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학교와 교육이 30~40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겉 다르고 속 다르게 가짜로 하는 교육이 많거나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게 꽁꽁 숨겨놓고 드러내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학교와 교육이 바뀌려면 먼저 솔직한 '드러내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져서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평상시 수업 모습도 늘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공개수업, #수업공개, #수업참관,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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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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