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멀리서 올려다 본 달음산 정상.
 멀리서 올려다 본 달음산 정상.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맑고 화창한 4월의 마지막 주말. 지인 부부와 함께 만나 기장 달음산을 만나고 오기로 했다. 오랜 만에 김밥을 싸느라 이른 아침부터 좀 분주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차를 가지고 우리집 근처에 데리러 와 준 지인부부와 함께 기장 달음산을 만나러 간다.

며칠 만에 한 번씩 내리는 봄비로 산천은 완연한 봄옷으로 갈아입었다. 노랑, 연두, 연녹색, 초록색 등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색색의 산 빛은 싱그러웠고 금방이라도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달음산은 지난해 12월에 만난 후 처음이다. 겨울산이었던 달음산이 이제는 봄빛으로 충만했다. 무채색에 가까웠던 산 빛은 온통 연초록으로 뒤덮고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다. 겨울 산과 봄산은 그렇게 다른 얼굴로 우리를 반겼다.

기장 좌천 광산마을 회관 앞에 차를 주차하고 산 들머리로 들어선다. 광산마을 회관 앞에는 제법 넓은 주차장이 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날 것 같은 청명한 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상쾌했고 먼 산과 가까운 산들도 씻어 건져낸 듯 청신하다.

달음산에서 만난 꽃들.
 달음산에서 만난 꽃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마을을 옆에 끼고 시멘트 길을 얼마간 걸었다. 등산진입로 갈림길이 나왔다. 산행지도와 이정표가 있는 데 서서 기도원 가는 길을 버리고 왼쪽방향 달음산이라 표시된 방향으로 간다. 좁은 오솔길 옆엔 도랑물이 졸졸 흐른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상쾌하다. 졸졸 흐르는 냇물은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빛과 그늘이 음영을 드리운 편백나무 숲길은 호젓하고 서늘해서 좋았다. 연초록 잎새들이 햇빛 세례를 받아 밝은 연두빛으로 환하고 숲은 고요했다.

우리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걸었다. 제법 경사진 숲길을 지나 깊은 호흡을 하며 천천히 걸어서인지 전혀 힘든 줄 모른다. 산보하듯 마음도 몸도 여유롭다. 편백나무 숲길을 오르다보니 이젠 완만한 능선 길로 이어진다. 지난번에 왔던 등산로와 표정이 조금 다르다. 느긋하게 걷다보니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발치께엔 야생화들이 애잔하게 여기 저기 피어 있다. 낮게 핀 야생화들은 어디든지, 누가 뭐래도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그 고운 빛깔로 피어 었다. 망개꽃도 피었고 제비꽃도 피었다.

달음산에서 만난 꽃.
 달음산에서 만난 꽃.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달음산 둥글레꽃.
 달음산 둥글레꽃.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몸을 낮추고 시선을 낮춰야 보이는 야생화들. 발밑을 살피며 걷는다. 행여 함부로 내딛는 내 발에 채여 상할까 밟힐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꽃이 지고 잎이 무성해지기 시작한 나무들, 그 연한 잎새들은 꽃처럼 싱그럽다. 헨리 소로우는 <소로우의 일기>에서 "자연 곳곳에서 보이는 모든 움직임은 순환하는 하나님의 모습"이라고 했다. "펄럭이는 돛, 흐르는 시냇물, 새, 흔들리는 나무…" 그 모든 것이.

이제 안부가 나왔다. 차가운 겨울바다 빛과는 또 다른 옥빛 바다가 전개된다. 완만한 능선 길 이어지다가 오르막길, 저만치 산불초소가 보인다. 바다 빛은 맑다. 산불초소 앞에서 잠시 휴식 후 다시 걷는 길, 파란 철 계단을 타고 오르고 바윗길을 지나 달음산 정상에 올랐다.

달음산(해발587m)은 기장의 제 1경이다. 이 산은 금련산맥이 시작되는 곳으로 산지가 낮고 산지의 경사도가 완만한 맥을 이루어 일광산, 장산, 황령산을 지나 영도 봉래산까지 해안 산맥으로 이어진다. 달음산 정상 바위 취봉을 무제바위라 부른다. 무제바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선 부산, 울산까지 멀리 조망되어 조망이 압권이다.

달음산. 조망바위에 올라서서...
 달음산. 조망바위에 올라서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기장 달음산. 정상에서 하산 하는 길에서 만난 높고 우뚝 선 바위. 바위 위에 올라 조망하기 좋다.
 기장 달음산. 정상에서 하산 하는 길에서 만난 높고 우뚝 선 바위. 바위 위에 올라 조망하기 좋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햇빛이 바위 위로 가감 없이 쏟아진다. 바다와 탁 트인 조망을 두루 돌아보고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네 사람이 도란도란 모여 앉을 수 있는 바위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나무그늘 아래선 상쾌한 바람이 간간이 불었다. 우린 도시락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과일을 먹으면서 오래오래 대화를 나누었다.

하산 길은 우리가 올라온 길과 반대편 길이다. 가파른 바윗길과 철계단을 내려서고 호젓이 숲속 길을 걷는다. 얼마쯤 가다보니 계곡 물소리가 환하다. 신록으로 번져가는 싱그러움 속에서 우리는 걷고 쉬고 대화하고 또 걷는다.

옥정사를 지척에 두고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작고 아담한 호수를 발견했다. 느긋하게 걸어가면서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 벗 삼아 숲길을 걷다가 만난 호수 같고 저수지 같은 곳이다. 한 구석에 나무에 가려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칠만한 곳이다.

우린 마치 신기루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막의 오아시스 혹은 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우리는 놀라고 신기해했다. 연초록빛을 띤 동그란 호수는 물풀들이 자라고 있고 버들이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호수는 고요하다. 새삼스럽게 달음산의 가치와 위용, 아기자기하면서도 우뚝하고 근육질인 달음산을 다시 보았다.

달음산 하산 길에 만난 호수. 달음산 숨은 곳에 이런 호수도 있었나보다. 새로운 발견.
 달음산 하산 길에 만난 호수. 달음산 숨은 곳에 이런 호수도 있었나보다. 새로운 발견.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옥정사는 고요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활기가 느껴진다. 봄이라서 그런가보다. 봄이 있는 곳에는 고요가 여느 때의 고요가 아니고 소요가 여느 때의 소요가 아니다. 봄이 있는 곳에서는 그 곳이 어디든지, 보이지 않는 활기와 생기가 공기처럼 떠돈다. 봄은 생기이다. 봄은 호흡이다. 봄은 설렘이다. 봄은 그런 것이다. 옥정사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고 '근심 푸는 곳'에서 근심(?)을 풀고 광산마을 회관 앞 우리가 들머리 삼은 곳에 당도했다.

좌천 달음산 주변에는 주변 먹거리와 볼거리도 있다. 칠암횟집촌, 옥정사, 임랑해수욕장, 기장도예관 등이다. 모처럼 바다 가까이 나왔으니 바다를 가까이 아니 볼 수 없다. 산행을 마치고 찾은 칠암횟집촌. 마을로 들어서자 바다냄새가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추억을 불현듯 들쑤신 듯 떠오른다. 고향의 냄새 익숙한 냄새다. 칠암마을 앞바다는 마을 이쪽 끝과 저쪽 끝에 방파제가 있어 서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앞바다는 양쪽 방파제가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해안가 바닷물은 잔잔했다.

횟집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칠암횟집촌. 횟집들이 즐비한 마을 중간쯤에 있는 횟집으로 들어섰다. 지인이 전에 와 본적이 있다는 횟집 2층에 우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넓은 통유리문 밖으로 칠암바다가 펼쳐졌다. 그림처럼.

칠암바다. 아나고회를 먹으며...
 칠암바다. 아나고회를 먹으며...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회는 잘게 썰어 소복소복하게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먼 바다에서 온 소금과도 같고 설탕과도 같고 눈인 것도 같았다. 눈 같고 하얀 꽃송이를 수북수북 쌓아 놓은 것 같은 아나고회를 초장에 찍어서 깻잎과 상추에 싸서 먹었다. 고소했다. 창밖엔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우린 창가에 앉아 아나고회를 먹으며 대화가 무르익어갔다. 설탕 같고 눈 같고 하얀 꽃잎을 쌓아놓은 것 같고 고봉밥 같은 아나고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들었고 낮아지고 얇아지고 드디어 다 사라졌다. 이어서 나온 매운탕을 공기밥과 함께 배가 부르도록 먹은 후에야 일어섰다.

해는 꼴깍 서산을 넘어가고 산그늘이 졌다. 바닷가 방파제 끝까지 천천히 걸었다. 바닷바람이 제법 차다. 칠암 바다 앞에는 파라솔 아래 앉아 건어물을 파는 마을 아주머니들도 하나 둘씩 파라솔을 접고 있다. 바닷가에 반쯤 뉘어놓은 발에는 생선이 꼬들꼬들 말라가고 있다. 이따금 갈매기가 끼룩 끼룩 날았다. 잔잔하던 바다는 늦은 시각에 어선 한 척이 먼 바다로 나가면서 깊은 파문을 일으켰다. 방파제 끝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야구 등대가 지키고 서 있었다. 방파제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 마을은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하나 둘씩 불이 켜지고 있었다.

칠암바다. 생선들이 꼬들꼬들 바닷바람에 말라가고...
 칠암바다. 생선들이 꼬들꼬들 바닷바람에 말라가고...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칠암바다. 저녁 노을 지는데 저 배는 어디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일까.
 칠암바다. 저녁 노을 지는데 저 배는 어디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일까.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2년 4월 28일(토) 맑음
2. 산행기점: 기장 좌천 광산마을 회관
3. 산행시간: 5시간 50분
4. 진행: 광산마을 회관(10:15)-삼거리(월음산 달음산 갈림길. 안부(11:30)-산불감시초소(12:20)-
달음산 정상(12:55)-점심식사 후 출발(2:15)-작은 저수지(?)-옥정사(3:35)-광산마을회관(4:05)



태그:#칠암바다, #달음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