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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울산지부가 26일 오전 11시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교육청의 단체교섭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26일 오전 11시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교육청의 단체교섭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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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위주 교육정책을 편 전임 교육감의 MB식 교육을 비판하면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소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김복만 울산교육감. 하지만 그가 MB식 교육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전임 울산교육감이 지난 2008년 12월 25일 전교조울산지부에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단절된 단체교섭이 전교조의 요구로 2011년 6월 성사되는 듯 했다. 하지만 막상 김복만 교육감이 본 교섭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지역교육계가 다시 2년간 파행을 겪고 있는 것.

이에 대한 휴유증은 교육 현장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4월 들어 매일 학교 현장을 다녀 본 결과, 교사들의 업무 과중에 대한 하소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울산지역 학교현장에서는 '업무폭탄'이라는 신조어가 나돌고 있다.

이 또한 김복감 울산교육감이 6·2지방 선거 당시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교사의 잡무 해소"에 반하는 것이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이를 두고 "MB식 교육 강행에 대한 전임 교육감과 현 교육감의 차별화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본교섭에 교육감이 참석하지 않는 것은 소통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서 전교조와 사학법인 첫 단체교섭

전교조 울산지부는 26일 오전 11시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교육청이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울산지역 사학법인과의 단체교섭 시작을 알렸다.

전교조는 그동안 울산교육청과의 본교섭이 교육감 불참으로 파행으로 치닫자 11개 사학법인으로 구성된 '울산사학법인협의회'와 오는 30일 단체교섭을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와 사학법인과의 단체교섭은 지난 2007년 대전지역에서 체결 된 후 전국에서 두번째다. 울산지부는 이를 두고 "역사적인 단체교섭"이라고 표현했다. 교육청과의 본교섭은 파행으로 치닫는데 반해 사학법인과의 교섭은 성사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

전교조 울산지부의 사학법인에 대한 단체교섭 핵심요구안은 ▲ 학생인권조례 제정 ▲ 혁신학교 시범 운영 ▲ 중등 서술형평가 교사 자율 실시 ▲ 의무교육기관 친환경 무상 급식 실시 ▲ (학교폭력대책인) 복수담임제와 스포츠클럽활동의 학교 자율 실시 등이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교사들의 근무환경개선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단체교섭을 추진했으나 교섭대표인 교육감의 불참으로 무산된 바 있다"며 "2010년 (교육감 당선 후) 교섭을 요구한 이후 3년째로 접어들고 있으나 본교섭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또 "교육감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는 것은 법적용을 떠나 보편적인 상식"이라며 "현장 교사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교원단체와 수시로 소통하고, 교육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교육감의 책무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부와 교육청이 내놓은 업무경감 대책이 또 다른 업무를 생산하고 있다"며 "일례로 학교폭력근절 대책이 내놓은 급조된 중학교 2학년 복수담임제와 중학교 스포츠클럽운영 의무실시가 학교 현장을 혼란속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청은 교과부의 지침으로 학교에 시행공문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고, 학교는 각종보고사항을 처리한다고 업무폭탄속에 신음하고 있다"며 "교사들은 아이들과 상담할 시간과 교재연구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업활동과 잡무처리의 본말이 전도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울산전교조는 "학교 간 경쟁을 더 강화하는 차등성과급이 학교별 성과급이라는 전무후무한 제도로 나아가고 있다"며 "학교마다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한 실적쌓기 업무에 전 교원들이 동원되는 악순화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 교원담당사무관은 "교육감이 교육국장에 본교섭 권한을 위임해 교섭을 진행했으나 전교조가 거부한 것"이라며 "본교섭 권한 위임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울산 교육 단체교섭 파행 왜 왔나?

2010년 6.2지방선거 전 울산교육계에서 교육감과 전교조간 마찰이 심했다. 교육감은 전교조와의 단협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등의 교육정책을 펴면서 '불통' 교육감으로 불렸고, 전교조는 연일 거리에서 대 시민 홍보를 진행하는 등 성토했다.

전임 교육감 임기가 끝나고 후임 교육감을 뽑는 6.2지방선거가 시작되자 김복만 현 교육감은 '소통 강화' '교사잡무 해소'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한편 전임 교육감의 소통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신임교육감은 전교조와의 교섭에 미온적으로 나오다 막상 본교섭이 성사되려 하자 교섭 자체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당선 후 2년이 지난 현재 교원단체와 교육청 간 불협화음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선거 당시 전임교육감의 치적 위주 정책을 비난하면서 "서울대 합격자수를 치적으로 삼나"며 공격하기도 했으나, 본인이 당선된 후 울산교육청은 "서울대 합격자가 크게 늘었다"고 홍보하는 등의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교사들의 잡무해소를 공약했지만 전교조 지적처럼 교사들의 잡무가 더욱 늘어났다는 학교 현장의 하소연이 쏟아지면서 교육현장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인터뷰> 조용식 전교조 울산지부장
조용식 전교조 울산지부장
 조용식 전교조 울산지부장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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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계의 파행 원인이 어디있다고 보나.
"일차적으로 교원단체와의 단체교섭에 불참하는 등 소통하지 않는 교육감에 그 원인이 있다. 교원단체는 교사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곳 아닌가? 교원단체와의 본교섭에 교육감이 참석하는 것은 법 이전에 상식이다. 그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보나.
"울산교육청이 교과부의 눈치보기를 하기 때문 아니겠나. 교육공공성과 교육여건개선을 열망하는 현장 교사들의 요구를 멀리해서는 안 된다. 빠른 시일내에 정상적인 단체교섭을 시작해서 울산교육발전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학교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학교 현장을 방문하니 교사 잡무를 넘어 업무폭탄이라는 말이 공공연이 나오고 있더라. 학교폭력대책만 해도 그렇다. 현장의 의견 수렴없이 대책을 급조해 '복수담임제'와 '스포츠클럽운영' 등을 강행하다 보니 학교 현장이 극히 혼란스럽다. 학교폭력 방지는 아이들과의 상담이 중요한데, 그런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교사들은 잡무처리에 바쁘다. 교재를 연구할 시간도 공문처리에 뺏기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학업성취도 평가, 교원평가, 학교차등성과급, 방과후학교 참여율 등 각종 경쟁교육으로 서열화하는 경쟁시시템은 학교폭력과 성적에 따른 열패감을 증폭시킨다. 전교조는 차별경쟁보다 협력이 학교와 교육을 바꾼다고 본다. 학교별 차등성과급 균등분배 서명운동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교조가 요구하는 단체교섭안이 교과부나 교육청의 정책 방향과 상이하게 다를 수도 있다. 그
러나 노사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하나씩 접근해 간다면 얼마든지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남은 것은 교육청의 결단과 의지다. 더 이상 교과부 눈치보지 말아야 한다. 교육청 내부의 반 전교조 정서로 교사들의 교육공공성 회복 열망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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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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