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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14.여산
▲ 큰개불알풀꽃 2012.3.14.여산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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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 온다는 말이 있다. 야생화 중에서 '서연고(서울대,연대,고대)' 정도에 속하는 복수초, 변산바람꽃, 나도바람꽃이 피어났다고 하는데 '지잡대' 정도에 속하는 꽃들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꽃 같지도 않은 꽃, 지천에 깔리는 흔하디 흔한 꽃, 그래서 잡초라고 불리는 꽃들이 있다.
그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완연한 봄이 온다. 그들이 피어나야 비로소 봄이다.

한 두 송이가 아니라 무리지어 피어났다.
▲ 큰개불알풀꽃 한 두 송이가 아니라 무리지어 피어났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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꽅같지도 않은게 이름까지도 큰개불알풀꽃이란다. 그러자 제법 그를 사랑한다고 하는 이들이 이름이 그게 뭐냐며 '봄까치꽃'으로 개명을 하자고 한다. 개명을 하면 그들이 이른바 '서연고'에 해당하는 꽃이 될까?

아니, 그냥 잡스러운 이름이 불편할 뿐이 아닐까?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면 영락없이 개불알이 덜렁거리는 형상이다. 그래서 개불알풀꽃인데, 얼마나 재미있는 이름인가?

2012.3.14.여산
▲ 광대나물(코딱지꽃) 2012.3.14.여산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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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또 웃기는 이름을 가진 꽃이 있다. 코딱지꽃이라고도 하고, 광대나물이라고도 한다. 두 이름 모두 예쁜 이름이 아니라 잡스러운 이름이다.

그 잡스러운 이름을 가진 꽃들이 피어나야 비로소 봄.
우리 사람사는 세상도 그래야하지 않을까?
역사는 잡스럽다고, 천덕꾸러기 취급 받던 이들이 면면히 이어온 것이다. 역사의 기록이야 가진 자들의 역사지만, 기록되지 않는 생 혹은 날것의 역사는 민중의 역사가 아니런가?

봄나물의 대명사
▲ 냉이 봄나물의 대명사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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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시절, 숱하게도 뜯겨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을 터이다.
그들이 있어 뒤주 밑바닥의 쌀 닥닥 긁어 냉이죽이라도 끌여먹으며 춘궁기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니까, '서연고'에 해당하는 꽃보다 '지잡대'에 속하는 이 꽃이 훨씬더 귀한 꽃이었던 것이다.

'위너' 혹은 '일등'이 아니라 '루저' 혹은 '꼴찌'가 귀한 대접을 받는 세상, 그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 반대의 세상이 더 웃긴 세상이 아닌가?

사철푸른 댓잎도 봄이 오니 연록의 빛이 진해진다.
▲ 댓잎 사철푸른 댓잎도 봄이 오니 연록의 빛이 진해진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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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자 사철푸른 대나무잎도 연록의 빛 가득하다.
부드럽다. 그 죽죽 뻗어 각질 것 같은 나무가 품은 색깔이 어찌도 이리 부드러운 생명의 빛을 간직할 수 있을까?

무릇 사람도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곧은 절개를 지키며 하늘 향해 뻗어가지만, 그 이파리는 한없이 부드러운 대나무의 마음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겉으로는 국민을 사랑한다, 머슴이 되겠다, 구국의 정신으로 외치지만 속에는 오로지 제 잇속챙기는 것에만 능한 이들, 그들 마음에도 봄이 올 수 있을까?

꽃 같지도 않은 꽃 피어나 봄이 오는 것이다. 잡초라고 우습게 여기지 마라.


태그:#큰개불알풀꽃, #광대나물, #냉이, #대나무,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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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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