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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는 외국에서 산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 사람은 영어를 자연스럽게 하기 어려웠다.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알파벳과 숫자 같은 기초적인 영어교육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중학교 때에는 이렇게 기초적인 영어와 문법을 배우기에 바빴기 때문에 중학생이 영어 말하기에 능통한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교육 붐과 더불어서 어릴 때부터 영어교육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강남 학부모들은 4, 5세밖에 되지 않은 영유아들은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고 한다. 가끔 전혀 외국에서 살다 온 적이 없지만 영어 유치원을 졸업해 모국어(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중학교 때 와서 알파벳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거의 없을뿐더러, 지금의 중학생들은 10년 전의 중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어실력이 매우 뛰어나다. 따라서 현재는 학생들이 중학교 때부터 영어토론(디베이트) 수업을 하면서 영어 말하기 실력과 논리력을 기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왜, 지금 중학생들은 영어토론 붐이 일고 있을까?

예전에는 중학생은 물론, 고등학생이 영어토론을 하는 경우조차 드물었다. 당시는 영어에서 문법이 중시되었으며 영어 말하기 능력보다는 독해력이나 어휘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요 영어능력평가 시험에 대부분 말하기 시험이 포함되어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영어능력 평가기관인 ETS는 현재 IBT(Internet-Based TOEFL test)를 시행하고 있는데, IBT에는 2006년까지 시행되었던 CBT(Computer-Based TOEFL test)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피킹 섹션이 새로 추가되었다.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에는 전에 수능 외국어 영역에서 볼 수 없었던 말하기 시험이 추가되었다. 이처럼, 지금은 말하기 능력이 전보다 훨씬 더 중시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전보다 더 상향 평준화되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는 영어를 잘하는 중학생이 드물었다. 외국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조차도 대학에서 요구하는 토플 점수를 받기 위해 끙끙대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학생 중에서도 성인보다 더 뛰어난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원 국제중학교 같은 경우에는 토플 110점을 넘는 학생들이 아주 많다 (현재, 토플은 120점 만점인데 성인도 110점을 받는 것이 매우 힘들다). 최근에는 대원 국제중학교의 1학년 학생이 최연소 토플 만점자가 되기도 하였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갈수록 많은 중학생이 영어토론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학생이 참가할 수 있는 영어토론 대회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2012년 3월) 진행되고 있는 NSDC (National Schools Debating Championship) junior division- 전국 학생 영어 토론 대회 중학생부는 14회를 맞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디베이트(영어토론)란 무엇이며, 장점은 무엇일까?

디베이트란 말 그대로 영어로 토론하며 논리력을 기르는 것이다. 국내 주요 디베이트 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의회식 디베이트 (Parliamentary debate)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런 형식의 디베이트는 17세기 영국 의회에서 시작되었는데, 휘그당과 토리당이 사회 주제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디베이트도 이 형식을 따르고 있다. 디베이트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하나의 주제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알코올을 금지해야 한다" (This House would ban alcohol)와 같은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다. 이때 각각 3명으로 구성된 두개의 팀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찬성(government)와 반대(opposition)로 나누어 토론하게 된다. 이때 찬성을 government(정부)라고 부르는 이유는 디베이트가 영국 의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찬성 측을 정부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도 말하자면 야당인 것이다.

정부 측과 야당 측은 돌아가면서 5~6분 동안 스피치를 하게 된다. 이때 각 팀에서 4개의 스피치를 한다. 왜 팀원은 세 명인데 스피치는 4개일까? 각 팀의 마지막 스피치는 3~4분 동안 간략하게 하는 리플라이(reply) 스피치로써 첫 번째나 두 번째 스피커는 마지막 스피치까지 겸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편이 스피치를 하는 도중에 POI(point of information)를 할 수 있다. POI는 상대편의 스피치에 질문을 하거나 코멘트를 하는 것이다. 디베이트란 간략하게 이러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학생이 중학생 때부터 영어토론 교육을 받는 것일까? 디베이트의 장점은 매우 많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그 중 몇 개를 소개하겠다.

첫째, 디베이트를 하면 영어 말하기 실력을 기를 수 있다. 영어로 스피치를 6~7분 동안 하고, 이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어 말하기 실력이 엄청나게 향상된다. 디베이트를 하는 한 학생은 "디베이트를 하기 전에는 원어민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영어로 말하는 것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원어민과 영어로 몇 마디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웃음)"이라고 했다.

둘째, 디베이트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력이 길러진다. 디베이트는 단순히 영어로 하는 말잔치가 아니다. 디베이트를 할 때에는 화려한 말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 스피치를 평가하는 기준에는 Matter(내용)과 Manner(매너), 그리고 Style(스타일)이 있다. 이 중에서 Matter(내용)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을 보면 어떻게 말을 하느냐 보다 어떤 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스피치를 할 때에는 주장에 대한 이유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디베이트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논리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셋째, 디베이트를 하면 시사 이슈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디베이트의 주제들은 대부분 시사 이슈에 관한 것이다. 물론 "안락사"와 같은 고전적인 주제도 자주 다루게 되지만, 대회에서는 대부분 최근 시사 이슈를 주제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현재 진행중인 제 14회 중학생 영어 토론 대회의 주제 중 하나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디베이트를 하게 되면 시사 이슈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 (출처:"영어 토론의 달인들", 다산에듀-권도형 외 4명 지음)

덧붙이는 글 | 홍지훈 기자는 중학생입니다.



태그:#교육, #영어교육, #디베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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