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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오후 7시. 대전 시청 20층 하늘마당에서는 TEDxDaejeon과 대전 평생 교육 진흥원이 주최하고 대전광역시가 후원하는 '제 1회 대전 인문학 살롱'이 열렸다. 행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객석에는 5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북적거렸다.

인문학 살롱은 행사 소개, TEDx 소개, 시민 연사의 발표, 유명 저자의 강연, 소통의 시간, 소셜 이벤트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회자 천영환씨의 대전 인문학 살롱과 TEDx에 대한 소개가 시작되었다. 곧이어 시민 연사의 5분 발표가 시작되었다.

시를 짓는 과정에서 몰입한 경험을 다룬 내용이었다. 발표 중간에 시민 연사는 긴장된 모습으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아, 제가 처음이라서요"라는 말을 하자 청중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시민 연사의 발표는 산만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청중의 주의를 한 곳에 집중시켰다. 이는 뒤에 이어진 유명 저자의 강연에 청중들이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 연사의 발표가 끝나고 잠시 후 '몰입'의 저자인 황농문 교수의 18분 강연이 이어졌다. 다음은 강연 내용의 일부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몰입'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약 7년간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 능동적인 몰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자세가 보다 중요하다. 칙센미하이 교수는 능동적인 몰입에 대해 연구를 했다.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공통적인 동기는 죽음에 대해 통찰했다는 것이다.

죽음을 망각한 생활은 동물의 상태와 같다. 죽음이 시시각각 다가온다는 걸 인식하면 삶에 더욱 적극적으로 빠져 들 수 있다.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의 축사는 유명하다. 그는 매일 거울 앞에서 '내가 당장 죽는다면 이 일을 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바로 '삶의 한시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음과는 반대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아실현이 가능한 삶을 살게 한다. 자아실현의 삶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능력을 발휘하는 삶이다. 머리를 쓰는 사람의 한계는 지적 능력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다. 몰입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단 결과에 치중하면 몰입하기 어렵다. 과정에 치중해야 몰입이 가능하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회자인 천영환씨는 "역시 연사님이시네요. 18분을 딱 채우셨습니다. 왜 18분인지 혹시 아시나요? 인간이 가장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18분입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곧이어 사회자는 강연과 책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무대 앞으로 던져달라고 청중에게 부탁했다. 질문을 적은 뒤 청중은 일제히 일어나 '하나, 둘, 셋'하는 구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빨간 종이비행기를 무대 위로 힘껏 던졌다. 빨간 비행기들이 일제히 무대를 향해 날아갔다. 무대에 미처 다다르지 못한 채 땅에 떨어진 종이비행기들은 그걸 발견한 다른 청중이 주워서 던지는 걸 반복했다.

다음은 청중의 질문에 대한 황 교수의 대답 중 일부이다.

- 자신만의 몰입 방법이 있는가?
"생각하는 습관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어렸을 때부터 약한 몰입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생각할 때 약한 몰입을 하다가 중간 몰입으로 나아가 강한 몰입으로 빠져드는 순서를 밟는다. 마라톤을 하기 위해서는 100m, 500m, 1km를 일정 기간을 정해 한 단계씩 밟아 나가면 나중엔 40km도 뛸 수 있다. 몰입을 할 때 '난 산에 오르는 중이다'라고 생각한다. 3일을 놓고서 '오늘은 산 정상에 오르는 거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만큼 올랐다' 그 다음날은 '오늘은 3분의 2만큼 올랐다' 처럼 약한 몰입에서 중간 몰입 또 강한 몰입의 순서를 밟아 나아간다."

- 몰입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 있는가?
"결국 과정이 중요하다. 나는 상당히 낙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문제를 발견하면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그걸 즐긴다. 도전적인 일일수록 실패율이 높다. 하지만 난 99번 실패하는데도 실망을 안 한다. 대신 작은 성취감이나 나아진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걸 극도로 기뻐한다. 언젠가 연구실의 한 제자가 어떤 성취를 이뤄냈는데 모두 모여 파티를 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그 제자가 하는 말이 '그 결과가 잘못되었다'라고 말하더라. 웃음. 나는 너무 긍정적이어서 탈이다. 조금만 즐거운 일이 있으면 그 사소한 기쁨을 증폭시켜서 즐긴다."

20여 분의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소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TEDxDaejeon에서는 강연이 열리기 전 설문지를 통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취향이나 직업 등에서 공통점이 있는 참가자들끼리 모둠을 만들어 주었다.

소셜 이벤트 첫번째는 '몰입'에 나오는 주요 용어들을 1분 정도 화면을 통해 보여 준 후 모둠원들이 서로 합심하여 생각나는 단어를 적어 내는 방식이었다.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기에 참여했다. 우수 모둠은 가장 많은 개수를 맞힌 팀이 선정되었다.

소셜 이벤트 두번째는 '몰입'을 주제로 커다란 종이에 모둠원들이 서로 상의하여 제목을 쓰고 내용을 채워 넣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모둠원끼리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며 잡지와 사인펜,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커다란 종이를 개성 있게 꾸미기 시작했다. 두번째 행사의 심사는 황교수가 맡았다. 그리고 "모둠원들이 다들 공통적으로 양말을 신고 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싹수다'라고 제목을 붙였다."라고 소개한 모둠이 우수 모둠으로 선정되었다.

한 참가자는 "이런 행사가 있는 줄 몰랐다. 정말 재미있다.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꼭 불러 달라"며 같은 모둠에 속했던 다른 참가자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인문학 살롱은 매월 넷째 주 화요일 저녁 7시. 대전 시청 20층 하늘 마당에서 열린다. 참가 신청은 매월 초 TEDxDaejeon 홈페이지에서 접수할 수 있다.


태그:#테드엑스대전, #인문학살롱, #황농문,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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