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전 챔피언' 라샤드 에반스가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에반스는 29일(한국시각)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UFC on FOX 2'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무패의 파이터 필 데이비스에게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에반스는 료토 마치다에게 패하며 빼앗겼던 챔피언 벨트를 되찾아올 기회를 3년 만에 맞았다. 물론 에반스가 넘어야 할 현 챔피언은 마치다가 아니라 에반스의 옛동료였던 '사기유닛' 존 존스다.

부상으로 먼 길을 돌아온 전 챔피언 라샤드 에반스

 라샤드 에반스(왼쪽)는 부상으로 먼 길을 돌아 필 데이비스와 도전자 결정전을 치른다.

라샤드 에반스(왼쪽)는 부상으로 먼 길을 돌아 필 데이비스와 도전자 결정전을 치른다. ⓒ UFC


라샤드 에반스는 부상 때문에 먼 길을 돌아 온 선수다. 지난 2008년 12월 포레스트 그리핀을 TKO로 꺾고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에 오를 때만 해도 에반스의 주가는 하늘을 찔렀다.

강력한 레슬링을 기반으로 수준급의 복싱스킬까지 장착한 에반스는 타격과 그라운드가 모두 가능한 파이터로 혼돈의 라이트 헤비급을 평정할 적임자로 꼽혔다. 게다가 에반스의 뒤에는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그랙 잭슨이 있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에반스는 1차 방어전에서 '무도가' 료토 마치다를 만나 실신 KO로 무너지며 벨트를 빼앗겼고 이후에는 번번이 부상을 당하며 타이틀전 기회를 눈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에반스의 대타로 타이틀전에 나선 '팀후배' 존 존스가 라이트헤비급을 평정한 주인공이 됐다. 에반스에게 실신 KO라는 굴욕을 안겼던 마치다마저 존스에게 스탠딩 길로틴초크를 당하며 무너졌다. 존스가 잭슨 서브미션 파이팅의 간판이 되면서 뒷전으로 밀린 에반스는 정들었던 팀을 떠나야 했다.

타이틀 전선에서 한 발 물러 난 에반스는 부상에서 돌아온 작년 8월 티토 오티즈를 꺾으며 건재를 과시했고,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의 기회를 잡았다. 상대는 UFC 5연승, 종합격투기 9연승의 전적을 자랑하는 무패의 파이터 필 데이비스.

긴 리치와 발군의 레슬링 실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데이비스는 존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파이터다. 지금까지 파죽의 연승행진을 벌이면서도 진정한 강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저평가를 받아온 데이비스에게 전 챔피언 에반스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엔 최적의 상대다.

에반스, 시원하지 못한 승리... 소넨도 실바와 재경기 확정

 에반스가 '극강의 챔피언' 존스를 상대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에반스가 '극강의 챔피언' 존스를 상대하려면 더 많은 노력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 UFC


에반스와 데이비스의 라이트헤비급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에 앞서 '미국의 악당' 차엘 소넨과 '영국의 밉상' 마이클 비스핑의 미들급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 경기가 준메인이벤트로 열렸다.

미들급의 '폭군' 앤더슨 실바를 향한 독설과 도발을 서슴지 않는 소넨은 약물복용과 부동산 사기 같은 사건에 연루됐음에도 꾸준한 화제몰이와 흥행력을 과시하며 UFC 무대에서 살아 남았다. 작년 10월엔 이라크 전쟁영웅 브라이언 스탠을 서브미션으로 제압하며 입만 산 파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는 영국의 대표 파이터 비스핑은 작년 2월 UFC 127에서 상대인 호르헤 리베라에게 고의성이 다분한 반칙 니킥을 날리며 개운치 못한 승리를 챙겼다. 게다가 경기 후에는 리베라의 코치에게 침을 뱉는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미국팬들에게 '밉상'으로 낙인 찍혔다.

당초 소넨은 미들급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에서 마크 무뇨즈를 상대할 예정이었지만, 무뇨즈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비스핑이 무뇨즈의 대타로 합류했다. 비스핑으로선 곧바로 타이틀전으로 직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레슬링이 강점인 소넨을 상대로 레슬링으로 맞불을 놓은 비스핑의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비스핑의 체력이었다. 2라운드까지 강력한 압박으로 소넨을 몰아붙인 비스핑은 3라운드에서 급격한 체력 저하를 드러냈다. 비스핑은 3라운드에서 소넨의 압박에 밀려 위험한 순간을 여러 차례 허용하고 말았다.

결과는 비스핑의 레슬링 압박에 당황하지 않고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간 소넨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격투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실바와 소넨의 재경기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에반스와 데이비스의 메인이벤트는 노련한 에반스가 겁없는 신예 데이비스에게 종합격투기의 쓴맛을 알려준 경기였다. 에반스는 1라운드부터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에 이은 연속 파운딩으로 데이비스를 압도했다.

2라운드부터는 에반스의 타격을 두려워 한 데이비스가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지루한 졸전으로 이어졌다. 경기는 5라운드를 모두 채웠지만 지난 UFC 139에서 마우리시우 '쇼군' 후아와 댄 핸더슨이 보여 준 명승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승리한 에반스는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 도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에반스도 체력이 방전된 데이비스를 상대로 경기를 마무리짓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에반스의 다음 상대인 존스는 결코 만만한 챔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UFC 라이트헤비급 라샤드 에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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