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이 겨울에 작가들이 왜 걷습니까?" 우리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평화 감수성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지역을 두고 왜 굳이 바다 건너 강정마을로 가는가 묻기도 합니다. 그 대답은 이렇습니다. "한번 잃으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생명들이 제주 강정마을에서 우리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은 전형적인 국책사업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편법으로 점철된 부지 선정, 토지 강제 수용, 유네스코가 인류 유산으로 지정한 희귀생물권과 문화재를 파괴하는 야만, 민군복합항 이중계약 체결에 대한 침묵, 주민 겁박을 위한 형사권 남용 등입니다. 경관1등급 지역 파괴에 일조하면서 국제적 사기인 세계 7대 경관 전화 투표라는 검은 축제에 진력한 도백과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철회시킬 칼을 가졌으나 사용하지 않는 지역 국회의원의 직무유기 역시 폭력의 일환입니다.
국민의 삶터를 헐값에 강탈하는 근육질 토건 그림자들이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휩쓸어 왔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무릎 꿇었으나 강정마을 사람들은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대대로 살아온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며 어부로, 농부로 살아갈 평화생존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들의 저항이 왜 옳은지 25박 26일을 걸으며 생각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들은 한 마을 사람과 자연이 죽을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공동체 구성원 다수가 냉담하게 개발 이익만을 계산하는 가공할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좌절하고 슬퍼하려고 합니다.
전국 여러 도시가 미국의 대미사일기지로 편입된 대한민국입니다. 아무리 군사적 주권이 미약한 정황이라 해도, 제주도 하나 <평화의 섬>으로 남겨놓을 능력도 없는 나라라면, 우리는 25박 26일이 아니라 천 년을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국방과 외교와 정치 맡은 자들을 추궁해야 합니다.
기지와 배만 많으면 군사력이 강화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보유한 기지와 병력에 내실을 기하라고 해군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영해 문제, 이어도 자원 문제, 해적 문제 모두가 외교 능력 내지 해경 강화로 해결할 문제입니다. 국가 권력과 군에 대한 혐오로 애국심을 포기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어떤 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습니다. 국민이 가장 막강한 군사력입니다.
제주도가 4·3 고통을 어렵사리 딛고 일어서서 <평화의 섬>을 천명한 본심은, 조국 수호를 위해 미사일 과녁을 자처하겠다는 각오가 아니었습니다. 제주가 겪은 고통을 인류 평화와 전쟁 억제라는 위대한 지향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숨비기꽃 향기 선연한 평화의 가슴 제주를 정치적 경제적 욕망으로 가득 찬 자들이 희롱하게 놓아두는 일은 역사적 모욕이자 문화적 수치입니다.
우리들은 이 겨울, 짐을 받아 진 당나귀들처럼 걷겠습니다. 흰 눈이 푹푹 나린다 해도, 우리 질문을 단단히 붙들겠습니다. 어머니가 품에 안고 어르는 소중한 존재였던 '한 사람' 들의 삶에 대해. '죽도록' 열심히 일하는데 헛바퀴 돈 듯 빈손인 가난에 대해. 우리 아이들 미래가 자꾸만 절망 쪽으로 기우는 까닭에 대해. 내가 하는 문학이 이 모든 고통을 위해 별 힘이 되지 않는 열패감에 대해. 군함의 기름띠와 개발 미끼인 시멘트 구조물로 뒤덮인 제주가 아니라 평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마을이 있는 제주에 대해. 내년 봄에 심으려고 받아둔 몇 가지 꽃씨에 대해.
한바탕 평화, 한바탕 승리를 선포합니다!
12월 19일 현재 참가를 신청한 작가 현기영, 구중서, 정희성, 염무웅, 황현산, 이시영, 이은봉, 김사인, 김형수, 임동확, 강형철, 이시백, 박형준, 고광헌, 손택수, 백가흠, 신용목, 이경철, 안명옥, 길상호, 함성호, 임우기, 이명원, 박성우, 강영, 이재웅, 강진, 박찬세, 김두안, 노경실, 최종천, 이우성, 유채림, 이용헌, 문태준, 김근, 공광규, 오수연, 맹문재, 임희구, 임성용, 오창은, 황규관, 홍기돈, 고영직, 이진희, 조동범, 박설희, 박홍점, 성향숙, 김은경, 서수찬, 김홍성, 서효인, 전성태, 김소연, 김응교, 공지영, 이정록, 윤이주, 김영수, 김현, 조정, 김사이, 김자흔, 이순원, 김연수, 도종환, 김성장, 안도현, 나종영, 김경윤, 박관서, 이중기, 김희정, 홍명진, 유현아, 유종, 신경섭, 정양주, 최기종, 김성호, 이종암, 정대호, 신기훈, 권덕하, 홍양순, 함순례, 이민호, 정우영, 김수열, 김경훈 김명기, 이은선, 마린 김소연, 이용임, 정세훈, 정수경, 백무산, 안지숙, 박일환, 권선희, 강미정, 정용기, 김광님, 이종남, 전해윤, 이경호, 전홍준, 이현조, 안학수, 김봉균, 류지남, 김병호, 이정섭, 윤임수, 정바름, 박아연, 이미숙, 박진성, 이강산, 박태건, 김정배, 김용택, 이병초, 곽병창, 장마리, 김성철, 기명숙, 김병용, 문정희, 김유석, 박일, 김종필, 김다연, 김형미, 복효근, 서철원, 최기우, 신귀백, 유강희, 정종화, 정한용, 천금순, 경기광주지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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