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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맞아 최전방에 성탄트리가 점등됩니다. 12일 <경향신문>은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종교단체의 요청에 따라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 등탑뿐만 아니라 평화전망대(강화)와 통일전망대(고성)까지 포함해 전방 지역 3곳에 등탑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등탑 설치를 요청한 종교단체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이라며 "군은 애기봉 등 종교탑 세 곳에서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15일간 종교단체가 등탑에 불을 밝히는 것을 허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성탄트리는 누가 뭐래도 '평화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과연 최전방에 세워지는 성탄트리가 평화의 상징이 될지 따져봐야 합니다. 처음으로 최전방에 세워진 성탄트리는 지금부터 57년 전인 지난 1954년에 세워진 애기봉 성탄트리입니다. 처음에는 소나무를 사용하다가 15m 철탑으로 바꿨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사흘 앞둔 21일 저녁 서부전선 해병 제○○○○부대 최전방 관측소 애기봉에서 북한 동포에게 보내는 대북방송 성탄예배가 베풀어졌다. 한강 하류 강폭 1.2㎞ 너머로 실지(失地)를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애기봉에는 높이 15m의 화려한 매머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 1967년 12월 22일자 <경향신문> 

 

그리고 1968년부터는 30m 철탑으로 성탄트리를 만들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성탄트리 점등식을 할 때는 성탄예배 소리를 고성능 스피커로 북녘 땅에 울렸습니다.

 

30m 철탑과 5000개 오색전구가 북한 주민 심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자 북한은 성탄트리 점등을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4년 6월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선전활동을 중지하고 선전수단을 모두 제거하기로 합의한 후 성탄트리 점등은 중단됐습니다. 

 

최전방 세 곳 성탄트리 점등, 국지도발 최고 대비태세 발령

 

하지만 7년 만인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포 포격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세웠습니다. 북한은 강하게 타격 운운하며 반발했었습니다.  

 

북한군은 평상시보다 많은 병력을 애기봉 전방에 배치하고 정찰을 강화했었습니다. 우리 군 당국도 점등행사를 진행할 때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애기봉 지역에는 국지도발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습니다.  

 

한민구 합참의장은 참모회의에서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만큼 전투임무 수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국민일보> 2010년 12월 22일자 <북진지 2km 앞서 빛나… 군 "도발 불용" 경계 강화>).  

 

얼마나 한심한 일이었습니까.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불빛을 켜는 데 왜 국지도발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왜 비상경계상태를 지속합니까. 그런데 올해는 애기봉 외에 추가로 2곳에 성탄트리를 더 세울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북한이 격하게 반발할 줄 뻔히 알면서 2곳을 더 허락한 것입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11일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실린 '애기봉 등탑은 왜 켜려는가'라는 글을 통해 "만약 지금 북남 간 정세가 첨예한 조건에서 또다시 그런 행위(등탑 점등)가 감행된다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며 "보수 패당이 또다시 대결적인 등탑불 켜는 놀음을 통해 우리를 자극하고 반공화국 심리모략전을 더욱 본격화하겠다는 속심"이라고 밝히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 개성 시내에서 불과 2~3km 떨어진 곳, 해발 165m 애기봉에 세워진 성탄트리는 북한 주민들의 심리에 굉장히 큰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성탄트리는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심리를 압박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환하게 불을 밝힌 성탄트리를 보고 북한 주민들이 예수님을 믿을까요. 주민들이 예수와 평화를 상징하는 것인 줄 알 수 있을까요. 설혹 알더라도 그것이 북한 주민들 심리적 압박과 갈등만 조장하지 평화를 심어주는 도구는 아닙니다.  

 

'평화의 왕'을 기념하면서 오히려 긴장을 높이는 황당한 일

 

성탄트리가 성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종교 개혁자인 마르틴 루터가 성탄절 전날 밤 숲속을 거닐다가 소복하게 눈이 쌓인 전나무 위에 달빛이 비쳐서 주변을 환하게 해주는 것을 보고 "인간은 저 전나무와도 같다. 한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와도 같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추일 수 있는 존재"라고 감격한 것에서 비롯합니다. 

 

마르틴 루터는 이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나무 하나를 집으로 가져왔고, 전나무에 눈 모양의 솜과 빛을 발하는 리본과 촛불을 장식했습니다. 이것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시작이라고 합니다(<위키백과> 참고).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에 의해 시작된 성탄트리이지만 예수님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성탄트리는 기독교 진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예수와도 상관없고, 기독교 진리와 상관없는 성탄트리입니다. 성탄절마다 반드시 성탄트리를 세워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는 성탄절을 맞아 평화가 아닌 갈등과 긴장만 조장하는 성탄트리를 3곳으로 늘려 점등하겠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평화의 왕이신 아기 예수가 오신 날을 기념하면서 오히려 긴장감을 더 높이는 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가 이라크는 침략하면서 '십자가군전쟁'이라고 했습니다. 비슷한 일입니다.  

 

예수님을 평화의 왕으로 믿는다는 교회가 평화를 깨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는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독하는 것이고, 예수님을 이름을 파는 일입니다. 성탄절에 한국교회가 할 일은 최전방에 성탄트리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만들고, 북극 얼음보다 더 뚜껍게 얼려 버린 이명박 정권에게 화해하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최전방 3곳에서 성탄트리는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갈등과 긴장의 상징일뿐입니다. 내년에는 다시는 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애기봉 성탄트리 켜지 마시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탄트리, #애기봉, #성탄절, #여의도순복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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