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역사상 최고 득표율을 얻으며 <나가수>의 인기를 이끌었던 임재범이 <바람에 실려>에선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에 출연한 가수 임재범 ⓒ MBC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이하 <바람에 실려>)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로 큰 화제를 모은 가수 임재범을 섭외한다는 것만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률은 그간 <우리들의 일밤>에서 방영되었던 코너들과 별반 차이 없는 한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됐다는 점이다. 애초 <바람에 실려>는 미국에서 임재범과 실력파 뮤지션들과 함께 기존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바람에 실려>는 음악 프로그램의 정체성도, 하다못해 예능으로서의 큰 웃음과 재미조차 주지 못했다. 오로지 주인공 임재범의 잠적과, 임재범과 김영호의 갈등만이 부각되어 가십성 화제만 양성한 꼴이 됐다.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 임재범 김영호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는 오로지 주인공 임재범의 잠적과, 임재범과 김영호의 갈등만이 부각되어 가십성 화제만 양성한 꼴이 됐다. ⓒ MBC

애초부터 <바람에 실려>는 일요일 황금 시간대에 크게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만약에 제대로 음악 로드 기행을 만들고 싶었다면 예능적인 요소보다 음악, 기행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다큐 형식으로 제작을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구태여 주말 황금 시간대를 고집한 것은, 임재범이라는 인물의 상징성 때문이었다.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임재범이기 때문에, 그를 믿고 주말 예능으로서는 다소 모험적인 시도를 하였던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나가수> 최고의 전성기를 구사하다가 아쉽게 무대를 떠난 임재범이 다시 돌아와도 그 자체만으로 열광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에 실려>는 임재범이 단 1회 만에 잠적을 하면서, 임재범을 찾기 위한 여정만이 이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바람에 실려>팀에 합류하여 스케줄을 소화하다가도 다시 도망가기를 되풀이하는 임재범의 모습만 남았다.

마지막 회가 돼서야 2번의 잠적에 얽힌 사연이 뒤늦게 밝혀지긴 했지만, 방영 내내 임재범과 출연진들이 선보이는 음악보다도 임재범이 선보이는 기이한 행동과 멤버들과의 갈등에 더 초점을 맞춘 편집을 선보였다. 주인공 임재범이 3번 잠적을 함으로서 정상적인 촬영이 어려웠다는 고충은 있었지만 음악보다도 임재범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십거리가 주를 이루었다.

임재범 잠적에 묻혀버린 <바람에 실려>, 음악은 어디에? 

<바람에 실려> 빅 이벤트이자, 미국 여행의 마지막 과정인 LA콘서트도 <바람에 실려>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임재범이 노래하는 모습보다도, 정작 임재범을 둘러싼 루머 해명과 잠적 과정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뭇 진지하게 '여러분'을 열창하며 수많은 청중들을 울렸던 명가수 임재범이 아닌, 촬영 내내 잇단 잠적으로 제작진과 출연진을 곤란하게 하였던 철부지 임재범만 남은 셈이다. 반면 임재범 소속사인 예당컴퍼니 계열인 케이블 채널 ETN에서 방영하는 <바람에 실려-그 못다한 이야기>가 음악 여행기에 충실한 영상을 선보여 대조를 이룬다.

 <일밤-바람에 실려>는 본래 임재범의 미국 여행을 통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음악이 아닌 임재범의 잠적과 돌출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쉬움을 자아내었다.

<일밤-바람에 실려>는 본래 임재범의 미국 여행을 통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음악이 아닌 임재범의 잠적과 돌출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쉬움을 자아내었다. ⓒ MBC


방영 전부터 전작 일밤들의 실패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강하게 예상되었던 <바람에 실려>가 그나마 기대를 모은 것은, 다름 아닌 임재범의 존재이다. 그것도 단순히 기인 임재범의 인간 탐구가 아닌 <나가수>에서 건강 상 이유로 아쉽게 하차한 임재범의 못다한 노래를 듣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실제 그나마 <바람에 실려>가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여러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던 순간은 임재범이 뮤지션 본연답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바람에 실려>는 어느 정도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임재범의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우기보다 끝내 마지막까지 잠적을 일삼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여 정상적인 방송 촬영이 불가능한 임재범의 한계만 여실히 부각시켰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노래하는 임재범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피로감과 실망은 쌓여갈 수밖에 없었다.

음악으로 시작한다 했으나 결국 <바람에 실려>는 임재범의 돌출행동과 기행으로 점철됐다. '임재범의 음악 여행' 이 아닌 '임재범의 잠적일기', '우리 재범이가 달라졌어요'로 막을 내린 셈이다.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 음악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자평한 <바람에 실려>이다. 반면 시청자들에게는 걸출한 뮤지션 임재범을 통해 보다 색다른 음악프로그램을 기대했던 바람을 끝까지 저버린 아쉬운 프로그램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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