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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피해자의 얼굴을 한 청년이 있다.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하는 직장에서는 가장 열의를 갖고 추진하는 기획이 매번 거부되고, 반 년 넘게 사귄 애인과의 관계는 겉보기엔 나쁘지 않지만 실은 아슬아슬하다. (조금 마르긴 했어도) 건강해 보이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며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은 이 청년은 27살에 암 선고를 받는다. 생사의 확률은 50 대 50이다.

영화 <50/50>은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린 주인공이 겪는 일들을 시간의 흐름대로 보여준다. 암 선고를 받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일상생활과 투병을 함께 이어가는 주인공 아담 역은 조셉 고든레빗이 맡았다. 시나리오 작가의 체험담을 연기한다는 것 외에도 <50/50>의 아담은 자주 <500일의 썸머>(2009) 속 소심하고 내면적인 톰을 연상시킨다. 어딘지 억울해 보이면서도 뭐가 문제인지는 말해주지 않겠다는 듯 얇은 입술을 굳게 닫고 있는 표정은 <미스테리어스 스킨>(2004)의 방황하는 십대와 함께 조셉 고든레빗이 쌓아낸 고유의 캐릭터다.

영화는 비교적 잔잔하지만 무겁지 않다. 비극적 상황 위에 시종 발랄하게 덧붙여지는 대사들은 유머러스하면서 동시에 현실의 경계를 넘지 않는다. 관객들로 하여금 큰 웃음을 터지게 하는 건 판타지가 아니라 드라마다. 유머감각의 8할은 아담의 낙천적인 친구 카일 역을 맡은 세스 로건에 빚지는데, 친구의 병으로 동정표를 얻어 여자들을 꼬이는 식의 에피소드들이 영화 내내 차고 넘친다(암으로 여자를 유혹하는 소재는 미국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에서도 등장한 적 있다).

훈훈하고 재미있는 이 단순한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담이 겪는 감정의 파동이다. 암 선고 후 아담이 겪는 일상의 균열은 암이 아니었다면 그저 좀더 느리게, 눈에 덜 띄게 그를 거쳤을 것들이다. 아담은 영화 속에서 단 한번 격한 감정을 내지르는데, 암에도 걸리지 않고 다른 큰 사건도 없었다면 그는 이후 몇 년 동안 계속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무던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관계의 빈틈은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 디 에어>에 이어 '서툰 모범생' 이미지를 가진 새내기 심리치료사로 등장하는 안나 케드릭과 아담의 섹시한 여자친구 역을 맡은 <만덜레이>의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반갑다. <50/50>은 지난 11월 24일에 개봉해 12월 3일 현재 전국 70여개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다.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등이 개봉하는 12월 7일 이후엔 상영관이 많이 줄어들테니 극장에서 보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50/50 조셉 고든레빗 세스 로건 안나 케드릭 50 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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