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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급 장애인이다. 어렸을 때 특수교육시설에서 목발 비슷한 것을 집고 조금 걸어 다닌 것을 제외하면 걸어 다닌 기억이 별로 없다. 지금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상황이 이런데, 솔직히 내가 '2급 장애인'이란 판정을 받은 것도 의심스럽다. 아무튼 난 중증장애인이다.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든 보조 시설이 있는 화장실이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해야 하고, 그런 시설이 없는 곳에 가게 되면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장애인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연히 그것도 필요한 이야기지만, 그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예전에 비하면 장애인 시설도 많이 늘었고, 간혹 시설이 잘 갖춰진 곳도 있으니 그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겠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장애인용 남녀 공용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다.

성인 장애인도 보장받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2008년 당시 수유역에 있던 남녀공용 화장실. 현재는 지하철 내부 공사를 마쳐 남녀 구분된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
 2008년 당시 수유역에 있던 남녀공용 화장실. 현재는 지하철 내부 공사를 마쳐 남녀 구분된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
ⓒ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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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휴게소나 공용 건물에 가보면, 장애인 시설이 일반 화장실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남녀 공용화장실의 형태로 말이다. 물론 용변을 처리하는 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나름의 배려랄까.

하지만, 문제는 화장실을 혼자 사용하는 성인 장애인이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을 때, 다른 이성 장애인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이 자동 개폐식으로 돼 있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손으로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이 잠겼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분명히 문밖에 '사용중'이라고 표시되기도 하지만 가끔 이런 난감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국과 같은 나라를 여행해 본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칸이 일반 화장실 안에 있다. 우리나라처럼 따로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장애인 칸이 넓고 편하기 때문에 간혹 비장애인이 장애인 전용 칸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잠시 기다려야 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크게 불편한 것도 없다.

화장실만큼 프라이버시가 존중돼야하는 곳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용 공공 화장실은 참 애매하다. 나는 성인 장애인으로서 부탁하고 싶다. 장애인도 성장한다. 청소년 시기가 지나면 성인이 되고, 성인이 되면 성인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장애인은 가끔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항상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에게 지켜줘야 할 것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악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프라이버시의 영역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태그:#장애인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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