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리뷰]"영화는 길고 리뷰는 짧다" '이 영화 봐? 말어' 여러분의 친구, 애인, 가족 및 일가친척이 극장 매표소 앞에서 고민할 때, 팝콘을 사는 척하면서 '한뼘리뷰'를 재빨리 참고해보세요. 매주 '핫(Hot)한' 영화를 기자의 시각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푸는 코너입니다. 제 값내고 보는 영화 아깝지 않게 든든한 조언자가 되겠습니다. [편집자말]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멀리하며 건강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던 아담(조셉 고든 레빗)이 척추암에 걸렸다. 헌데, 억울할 새도 없이 애인은 금새 바람이 나고, 긍정종결자인 절친 카일(세스 로건)은 병을 이용해 여자를 꼬시라며 아담을 더욱 피곤하게 한다.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멀리하며 건강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던 아담(조셉 고든 레빗)이 척추암에 걸렸다. 헌데, 억울할 새도 없이 애인은 금새 바람이 나고, 긍정종결자인 절친 카일(세스 로건)은 병을 이용해 여자를 꼬시라며 아담을 더욱 피곤하게 한다. ⓒ 50/50


"우리는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한 종교인이 길에서 선교를 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를 이용해 신의 구원이라는 꽤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허무맹랑한 것 같은 이 제안이 종종 누군가에게는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 그 죽음이란 무서운 것이 누구나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 '흔해 빠진 암'환자가 있다. 술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며, 아침에 조깅까지 하는 건실한 27세 청년 아담은 어느 날 척수암에 걸렸다. 지독한 항암치료로 하루아침에 머리카락부터 직장과 바람피운 연인까지 떠나보내야 했다.

모든 걸 잃고 결국에는 죽어가는 안타까운 과정을 매번 연민하기에, 암환자는 드라마나 영화에 너무 자주 등장한다. 난치병 환자를 그린 이야기를 보며 대개 하게 되는 일, 예를 들면 하루를 더 살기 위한 안간힘을 보며 덧없이 보낸 나의 오늘을 반성한다던가 누군가의 불행을 보며 내 삶의 다행을 찾고 싶지는 않았다. 어찌됐든 끝은 '죽거나 혹은 살거나'인데도 죽음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갖게 되는 건 연민의 감정이요, 흐르는 건 눈물뿐이곤 했다.

척수암에 걸린 아담이 살거나 죽을 확률은 50대 50이다. 청천벽력 같이 들릴지 몰라도, 모든 이의 삶과 죽음의 확률 역시 50대 50임을 생각하면 그렇게 밑질 것 없는 일이다. 그래서 <50/50>이 그리는 아담의 투병기는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아무개입니다"가 아닌 "척수암 몇기, 아무개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덤덤함이 있고, 절친한 친구라는 카일(세스 로건 분)이 암환자인 친구를 앞세워 동정심으로 여자를 꼬시는 짓궂은 농담이 있다.

물론 두려움도 없지 않다. '왜 하필 나인가?'라는 원망도 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방법은 신의 구원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내는 것이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귀찮아하고, 타인과의 스킨십에 인색했던 아담은 결국 내 가까이서 살을 맞댈 수 있는 누군가가 맞드는 힘으로 죽음보다는 나머지 반쪽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

<50/50>은 공교롭게도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며 가장 먼저 만난 종교인과 같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걸 걱정할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강구해보자며 손에 <50/50> 영화표를 꼭 쥐어주고 싶었다.

50/50 조셉 고든 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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