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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灸堂) 김남수(96)옹에게 구사(뜸 놓는 사람)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내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헌법에 위반돼 취소돼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서울북부지검은 2008년 7월 김옹이 구사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했다는 이유(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 정황 등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검사의 처분이다.

그러자 김옹은 2008년 10월 "뜸 시술은 별다른 부작용이나 위험성이 없는데도 검찰이 유죄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불복 방법은 헌법소원이 유일하다.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김옹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서울북부지검 검사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1인의 의견으로 김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27일 밝혔다.

헌법재판소 "침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뜸 위험성 적어"

재판부는 먼저 "뜸 시술행위 자체가 신체에 미치는 위해의 정도는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려운데다가, 뜸이 청구인과 같은 침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그 위험성은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무방할 만큼 적다"고 밝혔다.

이어 "오랫동안 새로운 구사가 배출되지도 않고 청구인을 비롯한 침사에 의한 뜸 시술행위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것은 적어도 침사에 의한 뜸 시술행위에 대해 사회 일반에서 이를 일종의 관습으로 인정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침사로서 수십 년간 침술과 뜸 시술행위를 해 온 청구인의 뜸 시술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많음에도 검사가 청구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수사와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유죄로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반면 이동흡 재판관은 "뜸 시술행위는 인체에 직접 쑥뜸을 올려놓고 불을 피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화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뜸 시술행위 자체에 의한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의 우려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뜸과 침은 별개의 것으로서 뜸을 시술할 때에는 그 자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므로 침 시술에 대해 자격이 있는 침사라고 하여 당연히 뜸도 제대로 뜰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뜸 시술행위는 의료법을 포함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 사건 결정은 비록 '구사' 자격이 없다 하더라도 '침사' 자격을 갖고서 오랫동안 뜸 시술행위를 해 온 청구인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 청구인의 뜸 시술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구당, #김남수, #뜸 시술, #기소유예, #헌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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