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한미 FTA 국회 비준 날치기 무효를 위한 야5당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국회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시위대를 뚫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박 서장과 사복경찰, 시위대, 취재기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26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한미 FTA 국회 비준 날치기 무효를 위한 야5당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국회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시위대를 뚫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박 서장과 사복경찰, 시위대, 취재기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26일 광화문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집회'에서 발생한 '종로경찰서장 폭행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이 "폭행사건 가담자 및 주최자를 엄중 사법 조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누리꾼들은 "폭력을 유도한 것은 경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종로경찰서장은 '폭행' 당했나...촬영영상 보니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이순신 동상 인근에서 살수차와 대치중인 시위대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은 26일 오후 9시 30분께. 칼라 TV가 촬영한 7분 분량의 영상을 보면 정복을 입은 박 서장이 사복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종로서장입니다, 의원님 좀 만나려고요"라고 말하면서 시위대 속으로 들어가자, 성난 시위대가 "야, 경찰이냐", "조현오 XX 나오라 그래", "조현오 XXX, 나와서 같이 물대포 맞으라 그래"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박 서장을 에워싼 사복경찰은 시위대를 뚫고 들어가면서 "의원님이 오라고 해서 가잖아요", "의원님이 대화하자고 불러놓고"라고 거듭 이야기한다. 이어 시위대가 "매국노, 매국노"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일부 시위대는 손을 뻗어 박 서장의 모자를 벗기려고 하는가 하면 물리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인다. "폭력은 안 돼요, 폭력은"이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박 서장과 사복경찰, 시위대 그리고 이를 촬영하는 기자들까지 서로 뒤엉켜 있어, 실제로 박 서장에게 어느 정도의 '폭행'이 이루어졌는지 영상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후 박 서장은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연설회를 진행하고 있는 광화문 사거리를 불과 2~3m 앞둔 상황에서 동화면세점 옆 세종로파출소 교통정보센터로 달려가 몸을 피했다. 박 서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폭행을 당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면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절차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보도 자료를 통해 "시위대 100여명이 종로서장 일행을 에워싸고 모자를 벗기고 계급장을 뜯어낸 후 발길질과 주먹 등으로 폭행하여 안경을 부러뜨리고 얼굴·팔 등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박 서장은 강북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굳이 흥분한 시민들을 뚫고 들어가는 이유 모르겠다"

하지만 박 서장이 왜 정복을 입은 채로 시위대를 '정면 돌파'하는 '무모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박 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불법집회를 조기에 해산시키고자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들어갔던 것"이라면서 "폭력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시위대 한 가운데로 정복 입고 쳐들어오는 정신 나간 종로경찰서장(@kimjudae)"이라며 박 서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찰은 야5당 합동 정당 연설회와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던 광화문 광장을 원천봉쇄 해 시위대의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이었다. 트위터 아이디 @poiup7652는 "굳이 흥분한 시민들을 뚫고 들어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폴리스라인 옆으로 돌아 갈수도 있었는데"라며 "확실한 폭력유도"라고 비판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10여 년 전 6월 민중대회에서 당시 동대문 경찰서장이 시위대 안에 난입했다가 떠밀려 넘어지는 사건발생, 경찰로부터 지목된 민주노총 간부구속, 그 후 정부와 언론이 여론몰이를 시작(했다)"면서 "종로경찰서장 폭행기자회견은 그 때의 복사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6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는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 도로에서 경찰진압부대가 시위대에 달려들어 시민들의 폭력을 유발한 적도 있다.

사복경찰이 거듭해서 이야기한 "의원님이 오라고 해서 가잖아요", "의원님이 대화하자고 불러놓고"라는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27일 트위터에 "어젯밤(26일) 9시 반쯤 사복경찰이 유세차 앞으로 내게 다가와 '종로서장께서 뵙자고 합니다'고 했다. 옆자리 의원들과 의논해 대화상대를 지정해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곧바로 연단에 올라 연설중 소란이 일었다 종로서장이 밀고 들어온 것이다 이게 소란직전 상황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서울지방경찰청 홍보팀 관계자 역시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동영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을 만나러 간 건 맞지만, 사전이 약속이 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박 서장은 면담을 하려고 했던 의원들을 불과 2~3m 앞에 둔 상황에서 교통정보센타로 발걸음을 돌렸다. 실랑이가 일어난 지 10~15분 후, 공식적인 집회는 끝이 났다.  

"광화문 광장 점령되니 꼼수" - "때린 걸 정당화하면 곤란"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박 서장이 '자작극'을 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물대포 못 쏘니 폭력유도 자작극까지?"(@bulkoturi)
"종로경찰서장이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도 얼굴에 상처가 없는 것은 둘 중 하나다. 1)실리콘가면을 착용했거나 2)안 맞았거나..."(@whymovie)
"경찰서장이 광화문 광장 점령되니 문책이 두려웠나"(@drumstickmg) "윗선의 질책이 두려워 꼼수 부린거죠"(@twtcor)

트위터 아이디 @mindgood은 "집회의 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찰책임자가 시위대쪽으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혼란을 야기한 뒤 폭행당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현실...공권력의 타락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은 "(경찰서장이) 군중들 속으로 돌진했는지...시위대는 왜 저런 식으로밖에 대응하지 못했는지(@for_socit)), "종로경찰서장건: 밀고 들어온 것과 기자회견쑈한 걸 까야지, 때린 걸 정당화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더욱 곤란한건, 그 차이를 모르는 분들(@capcold)"이라며 냉정한 판단을 주문하기도 했다.

경찰이 광화문광장에서의 한미FTA 범국민촛불대회를 불허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무효 범국민촛불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 진입한 뒤 '한미FTA저지', '이명박 심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이 광화문광장에서의 한미FTA 범국민촛불대회를 불허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무효 범국민촛불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 진입한 뒤 '한미FTA저지', '이명박 심판'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태그:#박건찬, #한미 FTA, #한미 FTA 반대집회, #종로경찰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