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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가 경기전 '유료화'를 골자로 한 조례안을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옥마을 방문객 상당수가 이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 설문조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전주시는 그동안 무료화에 따른 관람환경 훼손에서 조선왕실의 격조 높은 콘텐츠를 보존하고 경기전 일대를 경건한 사적지로 관리하기 위해 유료화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정진생 외래교수(경영학 박사)가 지난 7일부터 이틀간 한옥마을에서 관광객 등 258명을 대상으로 '경기전 유료화'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67.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12.4%에 불과했다.

 

특히, 경기전 유료화에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20대가 64%로 가장 많았고, 50대 이상에서도 찬성보다 반대한다는 의견이 월등히 앞섰다.

 

또 반대 의견을 나타낸 응답자 가운데 64%가 여성으로 나타났으며, 거주 지역 항목에서도 전주(55%)를 포함해 도내 거주자 77.4%가 반대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주 진행된 SNS 페이스북에서의 '한옥마을 유료화 논란'을 둘러싼 토론과 설문조사에서도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및 시의원들까지 참여한 토론에서는 소수의 찬성토론이 있었지만 대부분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52명이 대답한 설문조사에서도 찬성은 7명(13.5%)에 불과했고 반대가 45명(86.5%)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주시는 그동안 조선왕조의 상징인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되는 등 왕실의 사당인 경기전이 무료 관람에 따른 관리 통제의 한계와 일부 몰지각한 시민의 상시 출입 등으로 가치가 훼손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유료화 카드를 슬그머니 꺼냈다.

 

또, 관람환경 개선을 통해 화재 등의 위험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주사고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 등에 따른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가미시켜 문화재의 가치를 높여 나가야 된다는 입장도 내세웠다.

 

<새전북신문>이 전주시를 통해 입수한 '경기전 관람 유료화 추진'자료에는 유료화 필요성에 대해 '시의회와 관계 전문가 등이 유료화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제275회 전주시의회 제2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박현규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국내외 어느 관광지나 문화시설에 가더라도 무료입장은 단 한 군데도 없다"며 "경기전의 최소한 유지관리비 정도를 징수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시행토록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시는 또, 남원 광한루를 비롯해 고창 고인돌 유적지 및 읍성 등 도내는 물론, 타 지자체들이 문화재 시설에 대해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유료화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유료화 추진으로 문화재 가치가 상승한다는 전주시의 명분은 모순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무료개방이라고 해서 문화재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

 

무료관람에 따른 문화제에 대한 가치와 존엄성 상실, 질서유지 어려움은 관리방법상 문제로, 유료화로 해결한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정조례안 대로 관람료를 징수할 경우 성인 기준(1000원) 연간 100만 명이 입장한다고 해도 관람료 수입은 최대 10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주시민은 입장료(성인)가 500원으로 줄어든다.

 

정 외래교수는 "문화를 경제적인 수치로만 환산하려는 전주시의 잘못된 시정으로 긍정적인 관광이미지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며 "이 같은 유료화 명분을 들어 전주향교나 오목대, 더 나아가 한옥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징수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 일이지만 유료 입장이었던 덕진공원의 입장료가 무료화돼 시민들에게 환영 받았던 일이 생각난다"며 "시민이 원하는 행정이 펼쳐질 수 있도록 유료화 방침을 철회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전북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주 경기전, #새전북신문, #전주시청, #경기전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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