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매립 폐기물이 발견된 4대강 사업 낙동강 15공구를 둘러싼 또다른 의혹이 일고 있다. 폐기물 처리 위탁업체가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폐기물을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낙동강 8·9·15공구에서 대규모 폐기물 매립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사가 한때 중단되는 등 정부와 경상남도가 갈등을 빚었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매립 폐기물량 조사를 의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15공구에만 7만1500여 톤 등 대규모 폐기물이 매립됐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폐기물 처리예산을 확보, 15공구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에 적법처리를 지시했다.
 
낙동강 15공구 매립 폐기물 95%, 어디로 증발?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공개입찰을 통해 폐기물 처리회사인 한맥㈜과 혼합건설폐기물 7만1500톤을 처리하는 계약을 지난 2월 15일 체결했다. 현대건설 측은 이 계약서에 1일 처리량(500m³, 약 1000톤)까지 적시하면서, 한맥에게 운반에 문제가 없도록 차량배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운반차량 부족시 적치비를 공제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현재까지도 전체 계약 물량(7만1500톤)의 5% 정도에 불과한 3000톤 정도의 폐기물만이 처리됐다. 불과 몇 개월 만에 폐기 처리대상 6만8500여 톤이 증발한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과 한맥의 주장은 엇갈린다. 지난 8월 25일 15공구 현장에서 만난 현대건설 관계자는 "준설된 폐기물 상태가 양호해, 60mm 스크린(큰 폐기물과 작은 폐기물을 걸러내는 망)을 통해 걸러냈다. 아래로 빠진 상태가 좋은 준설토를 제외하고 남은 폐기물만 처리하다 보니 처리량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스크린을 통과한 모래처럼 된 흙은 야적해 놓았다가, 이동식 크라샤(폐기물 파쇄기)를 이용해 다시 작업해 매립토로 재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만 폐기물 처리하고 나머지 95%는 매립토로 재활용했다는 것이다.

 

현장 감리 관계자도 "매립된 폐기물이 강에 잠기면서 흩어지는 바람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매립량 조사에서 정밀도가 떨어진 것 같다"며 "실제 준설해 보니 혼합폐기물량은 미미했고 상태가 양호한 모래가 대부분이었다"고 해명했다.

 

현대건설 주장대로라면, 정부출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폐기물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기자의 확인 결과, 15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8·9공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추정한 폐기물량의 90% 이상을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조사 부실로 돌리기엔 확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폐기물업체 "현대건설에 적법처리 요구, 무시당했다"

 

그러나 폐기물 처리업체의 판단은 현대건설 측과 달랐다. "공개 입찰할 때 준설돼 있던 폐기물 상태는 분명 혼합폐기물이었는데도, 현대건설 측이 공사 방식에도 없는 60mm 스크린을 통해 걸러내는 바람에 폐기물량이 턱도 없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회사 한맥㈜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현대건설과 부산국토청에 적법한 폐기물처리를 요구하는 공문을 4월과 6월에 여러 차례 보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처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문에서 한맥은 "작은 비닐과 콘크리트 조각 등이 혼합되어 있는 혼합폐기물로 판정받아 입찰공고까지 마친 폐기물을 60mm의 자체 선별기를 사용해 분리하는 것은 적법하지 못하다"며 "시정요구와 적법처리, 관리감독 등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문제가 불거지자 현대건설은 지난 4월 18일 환경청에 이 문제를 질의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이 공문에서 "(자신들이 공사하는) 수중 준설토의 경우 대부분 모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현장에서 이미 60mm 스크린으로 선별했다"면서 "별도의 중간처리과정을 거칠 시에는, 국가적 예산낭비와 중간처리 비용이 폐기물처리 비용보다 과다하니 중간처리과정을 생략하고 현장 자원으로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청은 "매립된 폐기물은 입자와 관계없이 건설 폐기물(건설 폐토석)으로 봐야 한다"면서 "분리·선별시설은 건설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니므로 폐기물을 분리·선별한 결과 발생한 선별토사가 중간처리 기준에 적합하더라도 건설 폐토석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김해시청도 비슷한 비슷한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현대건설 측이 60mm 스크린을 통해 임의 선별 처리한 폐기물이 과연 혼합폐기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준설한 준설토 4만여 톤(나머지는 이미 처리)이 대부분 모래 성분이어서 현장에 보존돼 있으며, 이동식 처리시설을 통해 현재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존 폐기물이 문제가 된 매립 폐기물인지 일반 준설토인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국정감사서도 15공구의 폐기물 처리문제 '도마 위'

 

이에 대해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국토해양부와 현대건설이 수중에 있는 폐기물을 애써 발굴하려 하지 않고, 준설된 폐기물마저도 적당히 매립해 버리지 않았다면 폐기물 처리량이 이렇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폐기물 처리를 등한시해 낙동강 둔치 등에 적당해 매립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가 철저히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의원(민주당)도 낙동강 사업 15공구의 폐기물이 불법으로 처리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26일 부산지방국토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5공구의 폐기물은 톤당 2만8685원씩 최종 2731톤을 처리하고 나머지 6만7590톤은 중간처리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의원은 "민간업체로부터 입수한 15공구 시공사와 폐기물 중간업체간 계약서에는 중간처리할 폐기물은 하나도 없으며, 가연성 폐기물이 섞인 혼합건설폐기물과 매립해야 할 혼합건설폐기물 등 총 7만1650톤을 처리하기로 하고, 공사액도 11억3800만 원으로 표기돼 있다"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불법처리 개연성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기성 내역서를 보면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가 처리한 혼합건설 폐기물은 폐기물량의 3.8%인 2755톤에 불과했다"며 "불법 매립 폐기물량 조사가 엉터리거나 시공사에서 불법처리 했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주장했다. 특히 홍 의원은 "시공사 측이 나머지 폐기물에 대해 양질의 준설토여서 자체 처리한 뒤 생태공원 성토재로 처리했다고 주장하지만, 불법 매립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특별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시사코리아저널>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낙동강 사업, #낙동강 15공구, #낙동강 준설 폐기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