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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가 싸운 어제, 당신이 싸우는 오늘, 우리가 만들어갈 내일의 모습입니다."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와 배달호열사정신계승사업회, 이경숙선생추모사업회, 하영일추모사업회,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등 단체들은 30일 저녁 창원 한서병원 앞 문화마당에서 "제2회 경남지역열사정신계승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에는 고 정경식(1959~1987, 실종 당시 28세) 노동열사 어머니 김을선(79)씨가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정경식 열사는 1984년 창원 소재 옛 대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DST)에 입사했다가 '민주노조' 활동을 벌였다. 정경식 열사는 회사에서 외출한 뒤 실종되었다가 1988년 3월 2일 창원 불모산에서 산불이 나면서 유골로 발견되었다.

 정경식 노동열사의 어머니 김을선씨가 30일 저녁 창원에서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이 연 "열사추모 문화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경식 노동열사의 어머니 김을선씨가 30일 저녁 창원에서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이 연 "열사추모 문화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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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비롯한 유족들은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며 장례를 치르지 않았고, 고인은 지난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었다. 이에 민주노총은 '전국민주노동자장(葬)'으로 장례를 치렀고, 유골은 양산 솥발산공원묘원에 묻었다. 실종된 지 23년 만이었다.

김을선씨는 아들의 죽음부터 떠올렸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1987년에 실종되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23년 동안 아들의 죽음과 관련한 진상규명을 해달고 했다. 그런데 은폐하고 조작해서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도 다니지 못했다. 말을 하더라도 실수를 할지 모르겠다. 오늘 이런 자리에 오라고 해서 왔지만, 여러분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할 생각조차 못했다. 하나만 말하겠다. 우리는 다같이 단결하고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이 왜 죽었는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경식이는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활동을 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이다. 그날 아들을 회사 밖으로 불러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데, 그 때 그 사람을 불러 오라고 해도 경찰은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은 30일 저녁 창원 한서병원 앞 문화광장에서 "열사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정경식 열사 어머니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진혼굿을 보고 있는 모습.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은 30일 저녁 창원 한서병원 앞 문화광장에서 "열사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정경식 열사 어머니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진혼굿을 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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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식 노동열사의 어머니 김을선씨가 30일 저녁 창원에서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이 연 "열사추모 문화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경식 노동열사의 어머니 김을선씨가 30일 저녁 창원에서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이 연 "열사추모 문화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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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들은 돈만 갖고 이 세상을 뒤흔든다. 자식 공부도 돈으로 시킨다. 못 사는 집안 자식은 재주가 많아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식 공부 시키기도 힘들다. 요즘 학교에서 급식도 하고, 노인회에도 지원한다. 이것들은 자식들이 피땀으로 일하고 죽어가며, 또 민주화를 해서 가능해진 것이다."

어머니는 "요즘 텔레비전을 봐도 있는 사람 세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해 놓은 장관을 보면 한결같이 돈있는 사람들 뿐이다. 없이 살아도 똑똑한 사람이 많은데 말이다"면서 "이런 세상을 바꿔야 한다.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흉년이 드나 풍년이 드나 돈 있는 사람들은 살기 좋은 것이다. 농작물 경작이 좋지 않아 값이 올라가더라도, 돈 있는 사람들은 괜찮은 것이다. 그러나 돈이 없는 사람들은 풍년이 들어도 살기 힘들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같은 사람 말을 들으면 안된다. 잔소리 같지만, 총단결해서 민주노조를 지켜내야 한다. 총단결해야 한다. 그리고 남편이 노동운동 등을 하다 죽어갔는데, 이런 자리에는 그 부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부인들도 이런 자리에 나와야 한다."

 30일 저녁 창원에서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이 연 "열사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30일 저녁 창원에서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이 연 "열사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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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연대 김명운 회장은 "열사들은 자주적인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압을 받고 돌아가시거나 우리 사회에서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이다"며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그 속에 열사가 생겨나고 있다. 열사 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는 묵념에 이어 진혼굿, 지역가수 김산 공연, 깃발춤, 추모시 낭송, 추모영상 상영, 풍등 날리기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열사는 신용길(전교조), 박창수(한진중공업), 권미경, 박판수, 서영호(현대차), 양봉수(현대차),조수원(대우정밀), 윤재동, 최대림(대우조선), 최경철, 이성희, 한일권, 강희환, 김종삼, 배달호(두산중공업), 이성도(대우정밀), 최복남(화물연대), 이경희, 최종만(부산지하철), 김주익(한진중공업), 곽재규(한진중공업), 성기득, 박일수(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이경숙(사회운동가), 김동윤(화물연대), 주민칠, 박장홍, 남문수 열사 등이다.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은 30일 저녁 창원 한서병원 앞 문화광장에서 "열사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진혼굿 모습.
 부산울산경남열사정신계승사업회 등 단체들은 30일 저녁 창원 한서병원 앞 문화광장에서 "열사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진혼굿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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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추모문화제#노동열사#정경식 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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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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