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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아빠 엉덩이를 움직였던 아이들, 이제는 대놓고 나들이를 가자고 조릅니다. 14일 오후부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곳저곳을 찾아낸 장소가 멀리는 충청도부터 가까이는 자가용으로 1시간 거리까지 5곳 정도입니다. 문제는 가고자 하는 곳이 다 다릅니다. 결국 투표로 결정했습니다. 시간과 거리, 비용 모든 계산을 해 가장 가까운 곳인 경남 고성군에 있는 '고성공룡박물관'이 선택됐습니다.

큰 아이는 고성공룡박물관에 몇 번 갔다며 불만이었지만 다른 사람이 동의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습니다. 공룡박물관으로 결정된 가장 큰 이유는 14년만에 엉덩이를 움직인 아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유는 지난 2004년 11월 공룡박물관 개관 후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밀어붙이기식 나쁜투표가 우리 집에서도 일어난 것입니다. 

에스켈레이터 타고 공룡시대로... 하지만 디카 배터리가 깜빡 깜빡

특별전시와 기념행사가 없는 날인데도 광복절 연휴가 겹쳐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차 번호판을 보니 나라 곳곳에서 왔습니다. 경북 영주에서 온 개인택시도 눈에 띄었습니다. 박물관 주차장에서 박물관으로 올라가는데 '에스켈레이터'가 있었습니다. 특히 기계에 관심이 많은 큰 아이가 더 좋아했습니다. 현대에서 꼭 공룡이 살았던 쥐라기와 백악기 시대로 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주자창에서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에스켈레이터가 있어 꼭 타이머신을 타고 공룡시대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주자창에서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에스켈레이터가 있어 꼭 타이머신을 타고 공룡시대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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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에스켈레이터가 타임머신 같아요. 꼭 공룡시대로 가는 것 같아요."
"그래 인헌이 네 말이 맞다. 꼭 공룡시대로 가는 것 같다. 이곳 에스켈레이터는 공룡시대로 가는 타임머신이다. 어어 배터리가 다 됐네. 아빠가 디카 배터리 충전하라고 했잖아."
"……"
"막둥이 너 충전했다고 한 것 같은데?"
"아빠 휴대전화 충전하라고 한 줄 알았어요."

"아빠 이 공룡 이름이 뭐예요"에 멀뚱멀뚱 그리고 딴청

겨우 사진을 찍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나 아이들을 타박했습니다. 방금 공룡시대로 타임머신을 탔던 기분은 그만 배터리 때문에 현대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더 타박해봤자 마음만 불편할 것 같아 그만 넘어가기로 했지만 사진을 찍을 때마다 깜빡거리는 배터리를 보고 짜증은 더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룡세계로 들어가지 볼거리는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었던 공룡, 아직도 그들 세계에 대한 지식은 미천해 아이들이 물어봐도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아빠 이 공룡 이름이 뭐예요?"
"……"
"잘 모르겠는데, 여기 이름 나와있잖아."
"아빠는 다 아는 줄 알았는데 공룡은 잘 모르네요."
"당연하지 아빠는 고고학자와 지질학자가 아니잖아. 아빠는 학교 다닐 때 과학을 가장 싫어했다."

딸과 막둥이 육식공룡 뼈 앞에 찰칵. 디카 배터리에 화난 마음 때문인지 흔들렸습니다.
 딸과 막둥이 육식공룡 뼈 앞에 찰칵. 디카 배터리에 화난 마음 때문인지 흔들렸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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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잘 모르는 공룡 앞에서 딸 아이와 막둥이는 찰칵했습니다. 그래도 이름을 말해야 될 것 같아 육식공룡으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순전히 아빠가 지은 이름이지 실제로는 전혀 다른 공룡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영향 때문인지 흔들렸습니다. 몇 발짝 걷자 눈에 익은 화석 모형 하나가 나왔습니다.

"아빠가 이것은 알 것 같다."
"뭐예요?"
"어…삼엽충."
"아빠 저기보니까 암모나트라고 적혀 있네요."
"그래 맞다 암모나이트다. 아빠는 삼엽충인지 알았네."
"암모나이트가 뭐예요?"
"어 암모나이트란 여기 설명이 이렇게 되어 있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나타나며 중생대 백악기에 멸종하였으며, 주로 중생대 기간 중에 번성한 달팽이 모양 나선형 껍질을 갖고 있는 오징어류라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도 모르겠다."

암모나이트. 고생대부터 중생대까지 살았던 오징류에 가까운 연체동물이라고 합니다.
 암모나이트. 고생대부터 중생대까지 살았던 오징류에 가까운 연체동물이라고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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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도 살지 못하면서 교만하지 말아야

더 자세히 보니까 오징어류보다는 같은 조상에서 진화한 앵무조개·진주앵무조개 등과 생김새가 유사하다고 합니다. 암모나이트가 처음 등장한 시대인 고생대 오르도비스기는 4억 8830만 년 전부터 약 4460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겨우 100년을 사는 사람의 시간 개념으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중앙홀에는 엄청나게 큰 공룡 모형이 있었습니다. 거의 3층 높이였습니다. 카메라에 다 담으려고 해도 도저히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큰 공룡인 바로사우루스 같았습니다.

"야 공룡 키 봐라. 이렇게 큰 공룡이 있었네. 공룡 이름이 무엇인지 알겠어?"
"바로사우루스 같아요."
"바로사우루스! 야 정말 크다. 아빠보다 훨씬 낫네."
"책에서 봤어요."

정말 거대한 공룡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공룡은 키를 크기라고 길이라고 표현합니다.
 정말 거대한 공룡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공룡은 키를 크기라고 길이라고 표현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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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바로사우루스'(Barosaurus)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중생대 쥐라기 후기(약 1억 5600만년 전~1억 4500만년 전), 오늘날의 북아메리카 대륙 및 아프리카 대륙(탄자니아)에 서식했던 초식공룡으로 학명은 '무거운 도마뱀'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몸 전체 길이는 약23m~27m정도이고, 체중은 10t~12t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키즈짱 자연박물관>고 하니 엄청난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공룡은 키를 크기라고 말하지 않고 길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끝으로 디카는 '푹 쉬겠다'며 잠들어버렸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고 하듯이 휴대전화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스마트폰은 아닙니다. 실내전시관을 나와 실외전시관에는 많은 공룡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석화목'(규화목)을 봤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야 나무가 돌이 되었어요."
"자세히 보면 분명 나무인데 돌이에요."
"오늘 아빠는 너희들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런 것도 있구나."
"아빠 이게 진짜 규화목이에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규화목을 본뜬 것일 수도 있어. 아빠는 그래도 신기하다."

석화목(규화목) 진짜 나무가 돌로 보였습니다. 사람이 오래 살면 100년을 산다고 하는데 석화목을 보면서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석화목(규화목) 진짜 나무가 돌로 보였습니다. 사람이 오래 살면 100년을 산다고 하는데 석화목을 보면서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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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목은 나무 세포 내부나 외부의 공동(空洞)에 주로 실리카(이산화규소(SiO2))나 방해석(탄산칼슘(CaCO3)) 같은 광물질이 침투하여 형성된 화석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설명을 들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나무가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화석으로 변한 것이지요.

그리고 고성박물관이 존재하는 이유인 상족암입니다. 아내와 신혼여행을 가기 전 시간이 조금 남아 들렀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아내는 여기 왔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신혼여행 가기 전 여기 잠깐 들렀잖아요."
"정말 생각이 나지 않아요."

"동생하고 제수씨 될 사람 그리고 나와 당신 넷이 와서 저기서 사진도 찍었는데. 벌써 14년 전이네요."
"그런데 정말 놀라워요. 1억년이 넘었는데도 발자국이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다니."

공룡발자국. 1억년 이상을 어떻게 견디어냈는지 궁금했습니다.
 공룡발자국. 1억년 이상을 어떻게 견디어냈는지 궁금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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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보다 아빠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

공룡발자국은 의심이 들 정도로 선명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암모나이트와 규화목를 볼 때처럼 100년도 살지 못하면서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이라 '민주독재'로 고성공룡박물관을 선택했는데 정말 오래 전 살았던 암모나이트와 공룡들을 보고 사람이 조금 되었습니다. 아이들보다 아빠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상족암은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52-1에 있습니다.

상족암이란 어떤 곳
고성 덕명리 화석산지는 중생대 백악기 공룡발자국화석 산지로 양적으로나 다양성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곳이며, 중생대 새발자국 화석지로는 세계 최대다.

이곳은 다양한 퇴적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1억 2000만년 전 생물의 생활흔적이 많이 나오고 있어, 공룡의 생활상, 자연환경, 퇴적환경, 해륙분포, 새의 진화과정 등을 알 수 있는 학술적으로 귀중한 화석지이다. 또한 이곳은 기묘한 바위와 괴상하게 생긴 돌, 바닷물에 깎여 생긴 해식동굴 등 해안의 경치 또한 뛰어난 곳이다.

이곳의 상족암이라는 바위에는 새로운 옷을 즐겨 입기를 좋아하던 옥황상제가 하루는 상족암의 절경에 감탄하여 저곳에서 베를 짜면 좋은 옷이 될거라면서 선녀들과 베틀을 함께 내려보내니, 선녀들은 쉬지 않고 열심히 베를 짜서 옥황상제께 금의를 만들어 올렸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고성 덕명리의 고생물 화석산출지는 과거 생물의 생활 흔적뿐 아니라 자연경치가 뛰어나고 가치가 크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이를 보존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상족암'


태그:#공룡박물관, #암모나이트, #규화목, #공룡세계, #상족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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