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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일)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오세훈 시장은 이미 시장의 자격을 상실했다. 첫째, 시장직을 금년 내에 그만두고 대선출마 행차를 그려왔던 모양인데, 그런 그를 4년임기의 시장으로 뽑아주고 시장직을 믿음직하게 수행해 낼 것으로 믿었던 국민들을 기망하고 우롱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둘째, 박근혜 전 대표 지지층을 불러모으기 위해 '나 오세훈은 대선 출마 안하니 박근혜 지지자들이여 투표해 주세요'라는 추파를 던진 것이다. 그가 솔직하다면, 차라리 시장직을 걸어야 했다. 셋째, 가장 나쁜 짓은 이미 시한을 다한 신자유주의 노선을 고수하느라, 국민들의 복지국가 소망을 복지망국론으로 매도한 짓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다시 복지망국론이란 말인가.

 

그가 한 대선불출마 선언이라는 것을 보면, 유난히도 이명박 대통령의 언술과 맞닿아 있다고 여겨진다. 이틀 전 금융위기 비상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는 사람은 오늘이 당장 급하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도록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정치권의 복지정책 경쟁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한술 더 떠서 국가위기에 처한 유럽의 예를 들면서, 만약에 무상급식 등 복지포퓰리즘이 전개된다면 10년후 나라가 거덜날 수 있다고 국민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민주당을 망국적인 당으로 매도하는 것을 보면, 이미 오세훈은 보수의 대표고 보수의 대선후보이며 보수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18일 또는 19일 서울시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부재자 투표를 한다면서 청와대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했는데 "전면 무상급식 주장을 '포퓰리즘'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번 투표로 포퓰리즘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한다. 오세훈 시장의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오세훈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로 보인다. 레임덕에 처해 영이 서지 않던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복지포퓰리즘 전선을 사수하고 있는 오세훈 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통령직을 걸고 하는 '복지포퓰리즘 분쇄투표'라고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

 

복지망국론을 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살고있는 시대는, 우리가 살고있는 2011년 '분노의 시대'와 다르다. 급등하는 물가고, 등록금, 부동산 대출이자 등으로 중산층과 서민, 청년과 중장년 모든 계층과 세대가 '분노의 세대'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소득과 일자리 양극화뿐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교육양극화, 주거양극화, 온통 양극화 현상이며 하우스푸어, 워킹푸어, 랜드푸어 등 신빈곤층의 비애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대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선진화란 미명하에 부자감세와 대기업 몰아주기만 있었다. 일부 대기업과 부유층의 재산만 늘었지 소위 적하효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야 할 대한민국은 소득안정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시장의 실패를 보정하는 복지국가여야 하는 것 아닌가. 제대로 된 시장이라면, 복지재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보고, 그다음 오히려 시민들에게 복지재정이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선불출마 선언 특별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무슨 저의인지도 분명하다. 방송-언론-인터넷을 달구고, 그걸 통해 판을 키우고, 종국적으로는 야당 지지자들도 투표장에 가도록 해서 투표율을 5%이상 제고해 보자는 전략이라는 게 뻔하다. 금일 방송과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인터넷 검색순위도 1순위를 보이고 있어 일단은 성공한 듯이 보인다. 금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의 맞짱토론 역시 투표율 제고전략의 일환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8월 24일, 서울시민들은 이 모든 일을 알아차릴 것이다. 과연 투표장까지 가서 오세훈, 이명박 아바타를 지지해야 하는지 말이다.

 

서울시장직을 걸면 5%의 투표율 제고효과가 있다는 주변의 얘기에 마지막까지 심각하게 시장직을 내걸건지 고민했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의 전략적 고민을 한 것이라 보인다. 승부를 걸려면 제일 강한 것으로 걸어야 제맛이므로. 그러나 청와대와 당내 친이계 중진들이 시장직을 거는 것을 반대한 것은, 내년 총선에 서울시장 선거까지 치르면 '당'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에 기인했을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이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투표율이 33.3%를 넘으면 승산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기면 다시 '보수세력에 의해' 대선후보로 견인될 것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반면, 이번 주민투표가 무효가 되어 서울시 조례안대로 무상급식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시장직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이명박 노선을 충실하게 지킨 '적통-보수 아이콘'으로 확립될 수 있을 것이므로 대선후보로 재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8월 24일, 오세훈의 운명을 헤아리기는 과히 어렵지 않다.

덧붙이는 글 | 정대철님은 민주당 상임고문입니다. 


태그:#이명박, #무상급식, #정대철, #대선불출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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