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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척결과 사학분쟁조정위 폐지를 위한 국민행동 소속 여대생들이 지난 6월 21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상복을 입고 참석하자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회견을 막았다.(자료사진)
 사학비리척결과 사학분쟁조정위 폐지를 위한 국민행동 소속 여대생들이 지난 6월 21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상복을 입고 참석하자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회견을 막았다.(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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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여름 더위와 장마 속에서도 거리를 뜨겁게 달궜던 '반값등록금 촛불집회'. 대학생과 시민의 목소리가 광장에 모이자 정치권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했고, 정부와 여당은 '반값등록금 시행을 위해 부실대학 구조조정과 비리재단 척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감사원이 전국 100개 대학에 등록금 관련 집중 감사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과거 비민주적 학교 운영과 각종 비리로 학교에서 쫓겨난 재단들이 이미 복귀했거나 줄줄이 '컴백'을 예고하고 있다.

음주운전, 뺑소니 등 사고 친 연예인의 복귀가 쉽지 않아진 요즘. 각종 비리로 얼룩진 사학재단들이 거침없이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있기 때문이다. 영남대, 김포대, 서일대, 조선대, 세종대, 광운대, 상지대 등에 '사고 친 재단'들이 복귀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학 비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 측근들을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학교로 돌려보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은 지난 1993년 공금횡령과 부정입학 혐의로 구속됐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상지대는 교육부(현 교과부)에서 파견한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이명박 정권 들어 사분위는 상지대 경영권 회복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도 김 전 이사장이 은행장으로 있는 강원상호저축은행의 비리가 드러났다. 지난 5월 김 전 이사장 아들인 김성남씨는 여야 의원 16명에게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중앙선관위에 고발당했다. 학교운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지만 또 다른 비리 사실이 확인된 것.

그럼에도 김 전 이사장 측근은 어떻게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이는 사분위가 새로운 경영진 선출 기준을 법적 기준에만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22조는 학교의 임원 결격사유로 '파렴치범', '반인륜범', '강력범죄 행위자' 등만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학교 운영에 걸맞은 경영능력과 인격, 도덕성과 신뢰성을 겸비한 자가 기준이 돼야 하며, 법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누구나 다 학교법인의 임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사분위는 14일 5개 대학(덕성여대, 동덕여대, 대구대, 대구미래대, 오산대)의 경영 정상화를 논의한다. '경영 정상화'는 현재 임시이사,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되는 대학에 정식 이사를 선출하는 것이다. 이미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쳤고 이날 정상화 방침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사분위가 과반수의 이사를 설립자 및 구재단이 추천하게 하는 기존의 원칙을 적용하면 5개 대학 모두 과거에 물러났던 재단들이 복귀하게 될 전망이다.

비록 같은 비리 재단이지만 '김문기급' 정도는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5개 대학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각 재단의 문제점과 비리 내용은 퇴출 당시 교육부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했다.

[덕성여대] 독립유공자가 세운 학교, 친일파 손에... 그리고 독재

덕성여자대학교는 독립유공자인 차미리사 여사가 설립한 근화학교를 전신으로 한다. 이 학교는 일제치하 말기 친일파였던 송금선에게 넘어갔고 그의 아들 박원국 전 이사장이 물려받았다.

박 전 이사장은 20년이 넘게 이사장으로 군림하며 대학을 장기 지배했다. 장기 독재는 비정상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로 대학을 몰아갔다. 재임용 조건을 충족한 교수일지라도 이사장 눈 밖에 나면 탈락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교수 통제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 밖에도 승진누락, 임금 동결, 각종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 등으로 교수들을 압박했다.

당시 교수들 사이에서는 연구실에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을 거라는 공포심으로 인해 연구실에서 전화나 대화를 극히 조심하는 현상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 교직원들에게 교수들의 동향을 보고하게 했고, 학과의 조교 임명까지 이사장이 간섭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은 발전하기 어려웠다. 재단은 당시 학교 규모에 비해 과도한 312억 원이라는 적립금을 쌓으면서도 교육에 투자하지 않았고 학교 평판은 날로 떨어졌다.

지난 1997년 부당한 교수재임용탈락이 잇따라 일어났고, 교수와 학생, 동문 등 전 대학 구성원이 들고 일어났다. 교수들의 농성, 학생들의 수업거부, 직원 노조의 파업이 이어지며 5년 동안 싸움이 계속됐고 2001년에서야 구재단이 물러나고 교육부에서 임명한 관선이사진이 파견됐다.

이후 학교는 빠르게 그간의 문제를 극복해 나갔다.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해 교수, 학생, 직원, 동창 대표들이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체계를 갖췄다. 등록금은 서울 시내 대학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교수를 지속적으로 충원했고 지난해에는 서울 시내 여자대학 가운데 이화여대, 숙명여대에 이어 3번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사분위에서 관서이사 체제를 끝내고 정이사 체제로 돌아가는 '정상화'가 논의되면서 덕성여대는 다시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교수들은 전체교수회의를 통해 구재단 추천 1인을 정이사에 포함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학생들은 올해 초 전체학생투표를 통해 90%의 찬성으로 구재단 복귀 반대를 결의했다.

[동덕여대] 영남대는 되는데 동덕여대는 왜 안될까?

동덕여자대학교는 최근 설립자가 바뀌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은 동덕여대의 학교법인 동덕여학단의 최초 설립자가 고 조동식이 아닌 이석구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동덕여학단이 운영하는 학교가 발행하는 모든 문서(홈페이지 포함)에서 설립자 조동식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이석구로 정정하라"고 지시했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분위가 설립자와 구재단에 과반수의 이사 추천권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이 적용되면 비리를 저지르고 학교에서 물러난 구재단 조원영(조동식의 손자)과 그의 일가는 설립자 지위를 잃고, 사분위가 정해놓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조원영 전 총장은 2003년 교육부 감사에서 교비 78억 원을 불법으로 재단에 빼돌렸고, 이은주(조 전 총장의 어머니) 전 이사장은 8억여 원을 불법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성원들은 당연히 들고일어났다. 학생들의 집단 수업거부와 교수들의 농성이 이어졌다. 그러자 2004년 교육부가 나서서 이사진을 개편했다. 학교구성원이 3명, 교육부가 3명, 구재단이 3명을 추천해 9명으로 구성됐지만, 2007년 손봉호 총장 해임과 관련 교육부 추천 이사 3인이 사퇴하면서 학교 구성원 이사, 구재단 이사가 동수로 남게 됐다.

같은 숫자가 남은 양 이사진들은 법인의 운영에서 매번 대치했다. 이런 문제는 결과적으로 임시이사 체제를 낳게 된다. 2010년 교육부는 개정된 사학법에 따른 정관개정이 되지 않은 점, 개방이사 선임과 총장 선출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이전 이사들을 모두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게 된다.

동덕여대는 다른 대학에 비해 짧은 기간 임시이사 체제를 마감하고 정상화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타 대학에 적용됐던 원칙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분위 운영내규에 따르면 종전이사의 과반수와 구성원의 2/3가 합의하면 새로 선출되는 정이사 추천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종전이사에서 3명밖에 없었던 동덕여대 구재단의 복귀는 어려워진다. 이 같은 구성원 자체안 합의는 영남대 정상화 과정에서 내규대로 적용된 바 있다. 그러나 동덕여대가 이러한 조건을 갖췄음에도 사분위는 이를 전혀 논의하지 않는다. 학내구성원 이사 3인과 교육부 이사 3인과 학내구성원의 70%는 구재단을 배제하고 9명의 정이사를 모두 자체적으로 선출하는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사분위의 원칙은 구재단 쪽에 불리할 때는 원칙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또한 구재단은 횡령금 3억3300만 원을 갚지 않고 있다는 점과 오세빈 사분위 위원장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동인'이 동덕여대 설립자 재판에서 구재단의 변호를 진행하는 등 오 위원장과 구재단의 관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대&대구미래대] 형제는 용감했다? 아니, 형제는 더러웠다

대구대학교와 대구미래대학은 이름도 다르고 학교법인도 다르지만 같은 가족이 운영하는 형제 대학이다. 학교법인 영광학원의 대구대가 형, 애광학원의 대구미래대가 동생이라고 할 수 있다.

대구대 설립자인 고 이태영 총장의 부인 고은애씨는 대구대의 이사 겸 대구미래대의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이 총장이 신병치료차 1988년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5년여 동안 대학을 사실상 운영했다.

1993년 이태영 총장의 사직서가 이사회에 제출되는데 이는 이 총장이 자필로 서명한 게 아닌, 고 전 이사가 위조해 작성한 것이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사직서는 자필로 쓰게 돼 있었으며, 이 문제로 고 전 이사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학내 구성원들은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집회와 농성을 벌였고 교육부 종합감사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법인세 환급금을 부당횡령하고 교비를 불법으로 유용하는 등 비리가 적발됐고 불법적인 수의계약을 맺어 온 사실이 발각됐다. 결국 1994년, 당시 교육부는 학교운영상의 전횡과 독선, 등록금 유용, 학내공사 입찰비리 등을 이유로 고 전 이사의 이사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대구미래대는 고 전 이사의 장녀 이예숙 전 학장에 의해 분쟁이 발생했다. 이 전 학장은 학교 시설공사 관련 비자금 조성(4억여 원), 신규교수채용 금품수수(1억 원)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고 1988년 뇌물수수, 뇌물공여, 업무방해,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10월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1999년 뇌물공여, 업무방해 등의 다른 혐의로 또 다시 구속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학장은 이에 앞서 1995년 이미 임시이사가 파견돼 있는 대구대를 되찾기 위해 교육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특별감사 청탁 뇌물을 공여하기도 했다. 그 자금은 물론 대구미래대에서 조성된 일종의 비자금이었다. 결국 2000년 12월 대구미래대에도 임시이사가 파견돼 관선이사 체제로 대학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대구미래대의 한 관계자는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구미래대는 전문대로 구성원 숫자가 적고, 이미 구재단 쪽으로 넘어간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며 "현재 임시이사체제를 지지하는 게 40%, 정상화 체제를 지지하는 게 60% 정도 되지만, 비공개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는 정상화 되더라도 구재단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절대 다수"라고 말했다.

[오산대] 시민이 만든 대학이 왜 그들에게?

오산대학은 구재단의 비리 내용이나 정상화 과정의 문제점이 잘 소개되지 않았다. 그 이유를 구성원이 적고 그리 길지 않은 역사 때문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오산대학은 1950년 오산지역 유지들과 시민이 출자해 만든, 민간에서 설립한 학원이다. 처음 오산 중고등학교로 시작해 오산대학까지 운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신명수 전 이사장 일가가 경영에 참여했다. 학원의 최초 설립자는 오산시 8개 면 유지들과 시민이지만 대학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새로 자금을 댄 신씨 일가가 이사장이 됐다.

이후 오산대학은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 2005년 교육부 감사에서 재단은 19억 원의 교비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장 전용차를 법인 자금이 아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했고, 법인 직원 인건비 2억여 원도 교비에서 지급했다. 또 교수 임용에서도 돈이 오갔고 부정 채용이 횡횡했다. 이런 비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들은 승진탈락과 징계가 뒤따랐다.

학교에 들어온 각종 편의시설의 운영은 법인 임직원들의 아들, 처남, 동서, 며느리가 맡아서 했으며 이들은 임대료 한 푼 내지 않았다. 이러한 각종 비리가 적발된 이후 오산학원은 2006년 11월부터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었다.

오산대는 앞서 말한 것처럼 지역 시민들이 세운 특수성이 있지만 사분위는 역시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다. 교육부는 이 학원의 특수성을 인정해 정이사 선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사분위는 신명수 전 이사장 체제를 인정하고 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려 한다.

이에 오산학원 최초 발기인들이 구재단의 복귀를 반대하고 나섰다. '오산학원 되찾기 지역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사학분쟁조정위가 사학분쟁 조장한다"
비리와 비민주적 운영으로 재단이 물러난 5개(대구대, 대구미래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오산대)의 구재단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를 하루 앞두고 대학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집회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13일 오전 '사학비리척결과 비리재단복귀저지를 위한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정입학·공금횡령 등 온갖 사학비리를 일삼다 법의 단죄를 받아 학교 경영에서 퇴출된 사학비리자들이 사분위의 결정에 따라 속속 학교 경영권을 회복하고 있다"면서 "사학비리로부터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습권 보호를 위해 설치된 사분위가 이명박 정부 들어 오히려 사학분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행동은 "현재의 사분위는 자신의 법적 지위마저도 잘못 이해하고 스스로를 준사법적 분쟁해결기구로 보고 강제조정의 권한이 있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서 "사분위는 즉각 폐지돼야 하며, 대학 분쟁 조정을 위한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과 오세빈 사분위원장이 근무하고 있는 법무법인 사무실 앞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사분위 회의가 열리는 14일 오전까지 교과부 후문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회의시간인 오후 2시부터는 500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14일 회의에서 5개 대학에 대한 심의 결정이 나온다고 확답할 수 없다"며 "지난해 말부터 여러 안건이 상정돼 매달 회의를 하고 있지만 어느 대학 하나 결정이 쉬운 곳이 없어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그:#사학분쟁조정위원회, #사분위, #동덕여대, #덕성여대, #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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