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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국제문화연구센터에서 고호리요셉(?堀ヨゼフ) 선생님이 발표를 하고 여러 선생님들이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이날 교토 날씨는 섭씨 37 도였습니다.
 일본국제문화연구센터에서 고호리요셉(?堀ヨゼフ) 선생님이 발표를 하고 여러 선생님들이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이날 교토 날씨는 섭씨 37 도였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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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본국제문화연구센터(교토 가츠라)에서는 괴이, 요괴 문화의 전통과 창조를 테마로 연구발표가 있었습니다. 요괴는 일본 만화에 많이 등장합니다. 요괴는 비현실적이면서 인간 주위에서 인간과 관련된 많은 일들을 꾸며내기도 합니다. 그 동안 일본 국제문화연구센터는 고마츠(小松和彦) 교수를 중심으로 연구자들이 여러 가지로 협조해 일본 요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연구 자료를 제공하고 상업화에도 길을 열었습니다.

연구 발표는 조에츠(上越) 교육대학 고호리요셉(郷堀ヨゼフ) 선생님과 일본국제문화연구센터(줄여서 니치분겐이라고 함) 연구원인 니이구라(飯倉義之) 선생님이 담당했습니다.

먼저 고호리요셉 선생님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이계의 네트워크라는 테마로 체코사람으로서 일본인들이 나이가 들어서 혼자 살다가 죽어가는 환경에서 친족들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는지에 대해서 발표하고 체코 사람들의 생사관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체코는 1950년 공산화되기 직전 가톨릭 국가로서 전국민의 80%가 신자였습니다. 그런데 공산 정권이 해체되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전국민의 80%가 무신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세시풍속이나 관혼상제 가운데 가장 변화가 힘들고 보수성을 유지하는 것이 장례 풍속입니다. 장례 풍속에는 생사관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도 죽음 이후의 세계에 다녀온 사람이 없기 때문에 늘 신비에 싸여 있고, 종교의 영역에 묶여 있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체코의 변화는 세월과 사상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고호리요셉(?堀ヨゼフ) 선생님이 발표에서 사용하신 사진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 일본 사람의 고급(?) 무덤, 2. 체코의 옛날 무덤, 3. 체코에서 현재 사용되는 납골당, 4. 이메일로 도착된 사망 소식.
 고호리요셉(?堀ヨゼフ) 선생님이 발표에서 사용하신 사진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 일본 사람의 고급(?) 무덤, 2. 체코의 옛날 무덤, 3. 체코에서 현재 사용되는 납골당, 4. 이메일로 도착된 사망 소식.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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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사람들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겪으면서 무신론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과거 가톨릭 방식으로 치르던 장례의식은 자취를 감추고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병원에서 의사들이 보내주는 이메일로 죽음을 확인하는 일로 바뀌어 버렸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제사에 대한 인식도 없고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과연 산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죽은 가족에 대한 인식은 산 사람들의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산 사람의 영역과 죽은 사람의 영역은 전혀 분리되지도, 다르지도 않습니다. 어떤 접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람의 생각이나 문화 환경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차이점을 일본과 체코의 노인을 중심으로 비교 검토했습니다.

 일본에서 유명한 전국의 요괴 목록(요괴사전제작위원회 편, 요괴사전, 2008.)
 일본에서 유명한 전국의 요괴 목록(요괴사전제작위원회 편, 요괴사전, 2008.)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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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발표에서 니이쿠라 선생님은 과거 전설이나 문헌에 나오는 요괴가 현대판 만화에서는 어떻게 조형화되는가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요괴는 인간을 중심으로 몸의 특정 부분에 변화를 주거나 뿔이 나거나 눈이 줄거나 늘어나거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요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세상살이에서 만족을 할 수 없습니다. 인간 세상은 낙원도 유토피아도 아닙니다. 인간은 현실에서 생로병사의 아픔과 불만족을 느끼면서 어떻게든 이 현실을 벗어나거나 잊고 잠시나마 만족을 누리려고 합니다. 이 만족을 누리려는 생각이나 방식은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미코시뉴도(見越入道)라고 일본 요괴 가운데 하나입니다. 왼쪽이 오래전부터 전해내려 오는 요괴이고, 오른쪽이 최근 그려진 미소녀(여자)로 변한 미코시뉴도 요괴입니다.
 미코시뉴도(見越入道)라고 일본 요괴 가운데 하나입니다. 왼쪽이 오래전부터 전해내려 오는 요괴이고, 오른쪽이 최근 그려진 미소녀(여자)로 변한 미코시뉴도 요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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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일본 사람들은 비현실적인 요괴를 만들고 즐기면서 현실을 도피하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요괴나 비현실적 등장인물이 나오는 만화를 만들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것이 요괴를 만든 사람들의 심리이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통해서 확산되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요괴 유형을 몇 가지 인용해 보았습니다. 1. 이류형, 2. 수인형, 3. 이류두부형, 4. 이류본체형 등입니다.
 요괴 유형을 몇 가지 인용해 보았습니다. 1. 이류형, 2. 수인형, 3. 이류두부형, 4. 이류본체형 등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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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요괴는 겉으로 전혀 달라 보입니다. 그렇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알지 못하는 사후 세계에 대한 불안이 비현실적인 요괴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죽음은 멀리 존재하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큰 돌이나 작은 모래알이나 물에 빠지는 것은 똑 같습니다. 나이 여부에 관계없이 죽음은 찾아옵니다. 남편이나 아내,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는 죽은 상대나 죽음을 멀리 느끼지 않습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기에 비현실적인 요괴나 괴이한 것을 만들어서 죽음을 간접 체험하는지도 모릅니다.

 아즈키아라이(팥씻기) 요괴, 옛날 요괴와 미소녀로 새로 그려진 요괴.
 아즈키아라이(팥씻기) 요괴, 옛날 요괴와 미소녀로 새로 그려진 요괴.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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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요괴나 괴이한 주인공이 미소녀 모델로 바뀌고 있습니다. 미소녀 주인공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성적 환상을 갖게 합니다. 이것 역시 만화라는 독특한 비현실, 가공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현실과 비현실, 느낄 수 있는 세계와 느낄 수 없는 꿈의 세계, 완벽하게 차단된 두 세계 속에서 살아야하는 인간의 불행한 운명이 표현된 것이 만화나 무덤, 미소녀 환상 주인공인지도 모릅니다. 

 눈이 셋 달린 요괴들입니다. 다른 요괴에 비해서 이질감이 덜합니다.
 눈이 셋 달린 요괴들입니다. 다른 요괴에 비해서 이질감이 덜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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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고마츠 가즈히코 지음, 박전열 옮김, 일본의 요괴학 연구, 민속원,  2009.
박전열 지음, 일본의 문화와 예술(뉴밀레니엄의 테마21), 한누리미디어, 2000.
박전열 외 지음, 그 생성원리와 문화산업적 기능 일본의 요괴 문화, 한누리미디어, 2005.
妖怪事典制作委員會, 萌え萌え妖怪事典,株式會社イン-グルパブリシング,2008
妖怪事典制作委員會, 總天然色 妖怪美少女繪卷,株式會社イン-グルパブリシング,2010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일본 요괴, #체코, #죽음, #일본국제문화연구센터(니치분겐), #고마츠(小松和彦)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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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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