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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그림인가?
 샤갈의 그림인가?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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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이 가득한 세계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성장동화', '가슴 속에 꿈이 될 작은 씨앗 하나, 사랑의 힘으로 거목을 만들어가는 동화', '함께하는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동화'.

이런 부제가 붙은 동화책 <씨앗 꿈 새싹 꿈>의 표지를 넘겼는데, 문득 샤갈의 그림이 나타났다. 한 장을 더 넘기니 이번에는 고흐의 그림이 나오고, 그 뒤에는 피카소가 그린 <게르니카>가 나타난다. 서양 명화집인가?

이 그림은 대구 북부초등학교 2학년 문해 어린이가 그린 것이다. '저의 꿈은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전 만화 그리기와 수영을 좋아합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하는 문해 어린이는 <씨앗 꿈 새싹 꿈>의 공동 저자 5인 중 1인이다. 문해는 여섯 장의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소회를 쓴 여섯 편의 글을 '내가 그린 명화'라는 소제목으로 묶어 이 책에 '발표'했다.

'내가 그린 명화' 뒤에 이어지는 글은 하강산 어린이의 일본어 학습 수기다. '제 꿈은 일본어 선생님입니다'라고 장래희망을 밝힌 하강산 어린이는 지금부터 10년 후인 2020년 12월 29일, 자신의 열아홉째 생일을 맞아 '일용모(일본을 용서하는 모임)'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뒤이어 등장하는 또 다른 세 명의 공동 저자 겸 화가들도 역시 같은 학교에 다니는 변건호, 남유리, 박유경 어린이다. 변건호 공동 저자는 '호야의 행복일기'를 썼고, 남유리 공동 저자는 바이올린, 수영, 축구, 발레를 하느라 분주하게 생활하고 있는 일상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바쁜 나'로 정리했다. '전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박유경 공동 저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알콩달콩 우리 가족'을 발표했다.

<씨앗 꿈 새싹 꿈>의 표지
 <씨앗 꿈 새싹 꿈>의 표지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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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난 누구인가요?'는 앞의 다섯 공동 저자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최현진 어린이가 썼다. 대구 금포초등학교 최현진 어린이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파하고 있을 동물들, 조금이나마 더 그 생명들의 소중함을 알고, 조금이나마 더 그 생명들을 사랑하고 아끼길 바라며' 강아지, 고양이, 비둘기, 생쥐의 수난사를 동화 형식으로 기록했다. 물론 그들에게 삶의 고통을 안겨준 것은 인간들이다. 눈이 밤하늘의 별 같다고 엄마가 '별'이라고 이름을 지어준 생쥐는 쥐틀에 갇혀 생을 마감하면서 "난... 다음에 꼭 진짜 별로 태어나고 싶어요."하고 말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초등학생들이 졸업 때에 개인문집을 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들었다. 책을 소량 발행하여 친한 벗들과 친지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말 그렇다면 그것은 대단한 '문화'다. 우리 귀에도 널리 익숙한 표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그들이 아닌가.

하강산 어린이는 '일본을 용서하는 모임'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본받을 것은 본받아야 한다. 어린이들이 '성장'의 과정을 스스로 글로 쓰고 책까지 내는 일이야말로 우리나라 문화의 '격'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씨앗 꿈 새싹 꿈>과 같은 책은 많이 나올수록 좋다. 책을 발간하는 일은 나무를 죽이는 일이지만, 책을 펴내 본 아이들은 장차 나무를 살리는 파수꾼으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씨앗 꿈 새싹 꿈>(최현진 외 5인 지음, 꿈과희망 펴냄, 2011년 6월 17일, 9천원)



태그:#씨앗꿈새싹꿈, #성장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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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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