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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민주연대와 <오마이뉴스>는 세계 거대 여행 사업체들에게 돌아갈 돈을 현지인들에게 최대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공정여행'을 널리 알리고자 공정여행 기획 기사를 내보냅니다. [편집자말]
명절이건 연휴건 틈만 나면 외국 여행을 하는 것으로 친구들 사이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친구J는 당분간 해외여행을 하지 않을 거란다. 지난해 가을, 우연히 거대한 여행 산업 속 인권을 유린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떤 여행기에서 읽은 후 자신들의 행복한 여행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 같아 아무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단다.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에도 질렸단다. 장소(여행지)만 다를 뿐 제공하는 것들이 거의 같은지라 더는 여행이 즐겁지 않다는 말도 덧붙인다. 여행사가 선정한 장소들을 일정에 맞춰 여행하다 보니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나. 친구J에게 요즘 '생각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하게 물결치고 있는, 하지만 깊은 여운으로 번지고 있는 공정여행'을 권유했다.

"우리가 소비하는 커피나 차 등을 생산하는 현지인들에게 생산 대가가 제대로,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공정무역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상품만 다를 뿐, 취지가 같은 공정여행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여행에서 쓴 돈 중 70~85%는 현지인 아닌 외국인 주머니로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팀이 소금마을 답사 중에 찍은 현지인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팀이 소금마을 답사 중에 찍은 현지인
ⓒ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하는 공정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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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 세계 인구는 두 배로 늘었고 세계 관광인구는 36배로 증가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의하면 2007년 세계 관광인구는 9억 3백만 명으로 크게 팽창했다. 세계관광산업은 세계 GDP의 10.3%, 세계 노동의 8.7%를 고용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런 추세에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여러 지역들이 관광 상품으로 개발돼 각광받고 있다. 국가수입의 40%를 관광산업에 의지하는 나라(태국)가 있는가 하면, 전체 국민 83%가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나라(몰디브)까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런 나라 국민들의 삶은 관광지로 개발된 이후 얼마나 윤택해졌을까?

영국 공정여행 단체인 '투어리즘 컨선'에 의하면, 우리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를 여행할 때 여행에서 쓰는 돈 중 70~85%는 외국인 소유 다국적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이런지라 유엔인권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들에게 지상 낙원으로 알려져 있는 몰디브는 관광지로 개발된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 전체인구 42%가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며, 몰디브 어린이 30%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이매진피스는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국내 공정여행을 홍보하고 이끌어가는 단체다. 이매진피스는 관광산업의 그늘과 폐해 및 공정여행을 홍보하는 일을 주로 하고, 국제민주연대는중국 윈난이나 내몽골, 백두산, 귀주 등으로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개발, 공정여행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매진피스의 공정여행 관련 자료들을 보면 세계 관광산업은 관광지 현지인들의 착취와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그늘이 짙고 폐해가 심각하다. 

당신의 멋진 여행, 현지인에겐 고통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팀이 여행지 중 한 곳인 소금마을에 갔다.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팀이 여행지 중 한 곳인 소금마을에 갔다.
ⓒ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하는 공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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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에 마을을 내준 가난한 어부들이 자신들의 어장이었던 연안에서 고기를 잡다가 바다의 풍경을 어지럽히고 사유지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잡혀가 처벌을 받는가 하면, 아프리카에선 사파리 관광객들을 위해 소수 부족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강제로 이주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거대한 관광 산업에 의해, 미지의 관광객들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들이 빼앗긴 삶의 터전에 근사하게 세워진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시간당 우리 돈으로 약 200원(케냐 호텔 노동자의 경우)의 수당을 받으며 일을 하기도 한다. 혹은 아름다운 호텔 구석의 세탁실에서 점심시간 10분을 빼고 하루 종일 계속 서서 침대 시트를 다림질 하거나, 하루 15~18개의 호텔 룸을 청소하기도 하며, 바텐더로 일하기도 한다. 호텔이 버린 쓰레기 같은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면서 말이다. 이유는 단 하나. 먹고 살기 위해서다.

여행을 하는 우리는 어떤가. 하루 평균 3.5kg 쓰레기를 남기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전기를 소비한다. 고급 호텔의 객실 하나에서는 평균 1.5t의 물을 사용하고 골프장 하나에서는 다섯 개 마을이 농사와 생활을 위해 쓰는 물을 쓴다고 한다. 한 가족이 하루를 살기 위해 필요한 물 20리터를 1km에서 구할 수 없는 지역에서도 수영을 하고, 하루 한두 시간밖에 전기를 쓸 수 없는 지역에서도 우리는 에어컨을 사용하고 골프를 친다.

이뿐이랴. 태국이나 네팔의 코끼리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12년간 쇠몽둥이로 길들여져 50년 동안 관광객들을 태우며 혹사당하고,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여행자 한 사람의 더운물 샤워를 위해 세 그루의 나무가 사라져 간다. 게다가 우리는 부끄럽게도 태평양과 아시아 아동 성매매 관광으로 악명 높은 나라가 아닌가.

우리들의 행복한 여행과 여유를 위해 현지인들이 노예로 전락함은 물론 자연과 동물까지 무참하게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행자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관광 회사들이 제공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선택한다면 여행을 선택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처럼 세상 누군가를 착취하고 마는 것이다.

현지인들에게 대가를!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팀이 여행지 중 한 곳인 루구후 호수에서 배를 타고 있다.
 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팀이 여행지 중 한 곳인 루구후 호수에서 배를 타고 있다.
ⓒ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하는 공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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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은 이처럼 누군가의 여행을 위해 희생해야만 했던, 이제까지 대부분 여행자들이 자신들의 좀 더 편안한 여행을 위해 눈감고 말았던 불편한 진실들을 더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생겨난 여행이다. 주로 인권과 평화를 모색하는 단체들이 관광산업의 이와 같은 폐해를 알리면서 세계적으로 공정여행이 확산하고 있다.

공정여행은 엄청난 화석연료를 써 지구온난화를 부채질 하는 비행기를 최소한만 이용한다. 그 대신 비행기를 타고 빠른 시간에 휑하니 스치고 말았던 자연을,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버스나 트레킹과 같은 방법을 선택한다. 그만큼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지인들의 희생과 착취 위에 운영하며 많은 자원을 쓰는 호텔 대신 현지인들이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현지인들이 직접 해주는 음식을 먹는다. 때론 그들과 어울려 우리의 놀이나 노래 등을 알려주기도 하고 그들의 것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니 그들과 훨씬 살갑게 밀착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이런 방법들로 세계 거대 여행 사업체들에게 돌아가는 돈을 현지인들에게 최대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즉 내 며칠간의 행복한 여행을 위해 자연 자원을 제공해주고 수고해주는 현지인들에게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여행의 출발지인 영국 등의 유럽에서는 '도덕여행' 혹은 '책임여행'이라 부른다.

공정여행하면 개고생? 천만에

혹자들은 비행기 대신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는 버스와 트레킹을, 고급 호텔과 호텔이 제공하는 음식 대신 현지인들이 제공하는 숙소와 식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고생만 하는 것 아니냐며 주저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수십 차례 중국을 오가며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공정여행 프로그램들을 개발한 최정규(여행기획자로 <친절한 여행책>(1, 2권),<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 1001> 외에 여러 권의 여행 관련 책들을 썼음)씨에 의하면 "공정여행 신청자 1/3이 이미 공정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거나" "공정여행을 경험한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할" 정도로 공정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공정여행은 우리에게는 낯설다. 하지만 그 취지가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공정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인권과 평화 단체로서 국내 공정여행 대중화에 앞장서 온
국제민주연대는 올해도 7월 16일~7월 24일(8박 9일) 윈난 제1차 공정여행을 시작으로 백두산, 귀주, 내몽골 등지로의 공정여행을 진행한다.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 등은 국제민주연대 홈페이지(http://www.khis.or.kr/)에 있다.


태그:#공정여행, #국제민주연대, #책임여행, #도덕여행, #이매진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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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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