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평안동산 약수터의 모습. 수십년동안 이용하던 약수터를 앞산터널 시공업체인 태영건설이 2010년 새로 정비했다.
 평안동산 약수터의 모습. 수십년동안 이용하던 약수터를 앞산터널 시공업체인 태영건설이 2010년 새로 정비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이 물 마시면 큰일납니다. 약숫물이 아니에요. 주민들이 볼까봐 밤 12시가 넘으면 몰래 물탱크에 물을 가져다 채워놓고 돌아가요. 50년 넘게 살았어도 약숫터에 물 가져다 채워넣는 것 처음 본다니까요."

대구 달서구 달비골에 위치한 평안동산 약수터에 물이 마르자, 달서구청은 지난 16일 '수원이 부족하여 인근 청소년수련관에서 물을 급수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이후 밤마다 1톤 트럭을 이용해 물을 실어다 약수터 물탱크를 채우고 있어 많은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평안동산은 대구지구 평안남도 도민회가 소유한 땅으로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운동시설이 설치되는 등 인근 마을 주민들과 대구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특히 수십년 동안 마르지 않는 약수터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일 저녁 이곳 평안동산에 운동하러 나온 주민 이아무개(53)씨는 "20년 동안 여기 왔는데 물이 마른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일주일 전 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허은경(54)씨도 "물이 나오지 않으면 그냥 두면 될 텐데 몰래 물을 채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말로는 먹을 수 있는 물이라고 하지만 수돗물인지 도랑물인지 어떻게 아느냐?"라며 불신을 나타냈다.

또다른 주민 김 아무개(52)씨도 "밤늦게 물탱크차가 올라오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며 "낮에 오는 사람들은 약수라고 마실 텐데 걱정"이라며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지 말고 차라리 약수터를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평안동산 약수터의 물이 마르자 급수차를 이용해 물탱크에 물을 채우고 있다.
 평안동산 약수터의 물이 마르자 급수차를 이용해 물탱크에 물을 채우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이곳 평안동산 약수터는 대구시가 범물동과 상인동을 잇는 4차 순환도로 공사(앞산터널)를 하던 지난 2010년 8월에도 지표수가 낮아져 물이 마른 적이 있다. 이에 앞산터널 반대 범시민대책위는 "앞산터널 공사 강행으로 지표수는 물론이고 지하수마저 말라버려 이 일대의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곳 약수터의 물이 마르자 공사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지난해 8월에 80m 깊이의 관정을 뚫고 약수터를 정비했다. 그러다 지난 2월 다시 물이 마르자 161m의 관정을 뚫어 물을 나오도록 조치를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 또다시 약수터 물이 마르자 트럭을 이용해 물을 채우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게 된 것이다.

평안동산 약수터에 설치되어 있는 물탱크의 내부 모습. 하얗게 부유물이 떠 있다.
 평안동산 약수터에 설치되어 있는 물탱크의 내부 모습. 하얗게 부유물이 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이곳 약수터를 관리하는 달서구청 녹색환경과의 관계자는 "지하수가 고갈되어서 청소년수련관에서 물을 가져다 채우는데 수시로 수질검사를 하기 때문에 전혀 이상이 없고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 말과 달리 약수터 물탱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은 더 심화되고 있다.

앞산터널 공사를 감독하는 대구시건설본부의 관계자는 "터널이 130m에 위치해 있어 지금의 161m 관정으로는 음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지하수위가 하강하고 관정이 50m 부근에서 막혀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터널공사가 끝나고 방수를 하게 되면 지하수위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본부 관계자는 또 "터널작업에 의한 수위변동보다 기상 변화에 의한 수위변동이 더 있다는 검토결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터널을 뚫으면 지하수맥을 건드려서 지하수 교란이 일어나고 지표수가 낮아져 약수뿐만 아니라 지하수도 마를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현실이 되었다"며 "지금의 행태는 대구시민에 대해 굉장히 부도덕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대구시와 달서구청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안동산은 그리 높지 않아 인근 마을주민들이 늦은 밤에도 자주 찾아 운동을 즐긴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이 보인다.
 평안동산은 그리 높지 않아 인근 마을주민들이 늦은 밤에도 자주 찾아 운동을 즐긴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이 보인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태그:#평안동산, #약수터, #앞산터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