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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죄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그 유예기간에 같은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앞선 집행유예가 실효돼 2개 범죄의 형량이 합산돼 복역했더라도, 이는 '두 번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아니어서 가중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실제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만 실형으로 봐야지, 집행유예가 실효돼 복역한 경우까지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J(25)씨는 2006년 7월 청주지법에서 절도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음에도 그 유예기간 중인 2007년 6월 다시 절도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돼 앞선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돼 모두 3년을 복역하고 2010년 3월 출소했다.

그런데 J씨는 출소 후 3개월만인 지난해 6월 청주시 내덕동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카운터에 있는 현금 2000원을 훔친 것을 비롯해 한 달 동안 14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187만 원 상당의 재물을 훔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청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연하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하 특가법) 혐의(절도)로 기소된 J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7회에 걸쳐 소년보호처분을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고, 그 과정에서 나이가 어린 점,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점, 잘못을 반성하는 점 등이 참작돼 집행유예 선처를 받았음에도 그 유예기간 중에 다시 같은 범행을 반복해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가 실효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출소 후 3개월 만에 다시 절도 범행을 저질렀고, 그 횟수도 14회로 많으며, 이와 같이 피고인은 거듭되는 처벌에도 반성하지 않고 같은 범행을 반복하고 있어 비난가능성이 높고 향후 재범의 위험성도 높아 보이므로 피고인에게는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특가법상 가중처벌, 징역 3년으로 형량 높여"

그러자 검사가 "피고인이 2006년 7월 절도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2007년 6월 다시 절도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돼 위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돼 징역 1년과 추가로 선고된 징역 2년을 모두 복역했으니, 이 사건 공소사실은 특가법 제5조의4 제6항이 적용돼야 함에도, 1심은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1회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가중처벌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항소했다.

특가법 제5조의4 제6항에 의하면 절도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절도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죄에 대해 정한 형의 단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고법 충주제1형사부(재판장 권택수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06년 7월 청주지법에서 절도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2007년 6월 또 절도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위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됐으니 2006년 7월 판결도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모두 2회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특가법 제5조의4 제6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공소사실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제5조의4 제6항을 적용하지 않은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해 작량감경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대법 "실형 선고에 관한 법리 오해해 판결에 영한 미친 위법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된 J(2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특가법 제5조의4 제6항은 절도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절도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 죄에 대해 정한 형의 단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위 규정의 문언에 비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된 경우를 특가법이 정하는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2006년 7월 선고된 집행유예가 실효됐다는 이유로 이 집행유예 판결도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특가법 제5조의4 제6항을 적용해 피고인을 처단했으니, 이런 원심판결에는 특가법 제5조의4 제6항의 '실형을 선고받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실형 , #집행유예 , #절도범, #특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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