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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 프로그램을 취재하기 위해 부산의 S중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제는 멘토 선생님들과 꽤 친해진 듯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선생과 제자라는 권위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웃음을 멈추게 했다. 먼저 둘러앉은 아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학원대신 학교를 택한 아이들이었기에 얼굴에서 '그늘'이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저녁 9시에 멘토링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간단다. 15살 소녀들의 취침시간은 보통 새벽 1시, 멘토링 수업은 대학생 과외 정도로 생각했다고 했다.

 

아이들의 학업성적은 상위권에 속했다. 모두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친구들이었다. 자연스레 화제는 수준별 수업으로 넘어갔다. 이 학교는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수업방식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궁금했다. 아이들은 수준별 수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들으면 잘하는 친구가 손해라고 했다. 못하는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건 그 아이들의 몫이란다.

 

여기에 더해 아이들은 반에서 10등 안에 들지 못하면 반장선거에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장이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누가 정한 걸까, 학부모 모임의 대표와 선생님, 각 반의 대표 학생 1명씩 모여 결정했다고 했다. 리더십과 학업수준을 동일시하는 학교, 이 학교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자라나게 될지 생각하게 한다.

 

지난 3월 한국 청소년 정책 연구원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상호능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떨어진다는 연구 자료를 발표했다. 관계지향성 부분이나 사회적 협력 부분과 같이 이웃과 소통하며 사는 능력이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저하될 경우 개인의 소외를 넘어 사회불안, 나아가 국가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는 아이들의 학업성취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화합과 협동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가르쳐줘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공교육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학교의 사례가 한국의 공교육을 완전히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준별 수업은 이미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상위권 학생들이 자신의 학업능력을 개인의 인격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데 있고 특권과 우월의식을 갖게 된다는 점에 있다. 현장의 관계자들은 이를 보완하거나 완화시켜줄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본주의 아래서 경쟁은 세상을 풍요롭게 했지만 사람들의 가슴은 멍들게 했다. 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경쟁만큼이나 공동체의 가치를 가르쳐주어야 한다. 공교육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사교육에 쏠려 있지만 결국 사교육의 문으로 향하는 '다리'는 학교 교실 문 앞에 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이걸 가르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blog.naver.com/flytosk2 블로그에서 더 많은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공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수준별수업,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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