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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7일 오후 6시 ]  

제주교육청 "투표참여, 봉사활동 인정하지 않는다"

제주도교육청이 관내 각 학교에 7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한 투표활동은 봉사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제주도 일부 초등학교에서 '국제전화로 진행되는 투표에 참여하면 봉사화동을 인정해 준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자 이를 바로 잡은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해당학교의 가정통신문은 교육청이 지시한 게 아닌, 지역 동사무소가 업무협조를 구해와 발송하게 된 것"이라며 "봉사활동 관련부서에서 직접적인 활동이 아닌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관내 모든 학교에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봉사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 학교가 동사무소에서 보낸 공문을 학교 상황에 맡게 수정하지 않고 수신자만 학부모로 바꿔 그대로 내보내 발생한 일"이라며 "교육청에서는 학생들에게 전화투표를 독려하거나 봉사활동을 인정하겠다고 한 적이 없으며, 학생들에게는 인터넷 투표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투표를 홍보하기는 했지만 절대 강요하지는 않는다"며 "투표 홍보방식을 각 학교자율에 맡기다 보니 일부 수업시간에도 투표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 수업시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홍보활동을 하도록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1신 : 7일 오후 11시 25분]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 초등학생 동원 논란

지난달 17일 제주서초등학교에서 배포된 가정통신문. 세계자연경관 투표에 참여하면 봉사활동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달 17일 제주서초등학교에서 배포된 가정통신문. 세계자연경관 투표에 참여하면 봉사활동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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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이 국제전화와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선정투표에 사실상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17일 제주서초등학교는 '반드시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돼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이 초등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세계7대자연경관의 선정효과를 홍보한 뒤 "제주가 선정되려면 여러분의 적극적인 투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국제전화와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투표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투표에 참여하면 봉사활동시간을 인정한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인터넷 투표 1건당 봉사활동 2시간, 국제전화투표 30통에도 봉사활동 2시간의 봉사활동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투표를 하려면 영어를 알아야 하고, 절차가 다소 복잡해 성인들도 약 4~5분 정도가 소요된다. 국제전화투표는 1분도 걸리지 않지만 180원가량의 요금이 붙는다. 30통을 할 경우 54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인터넷 투표는 투표인증서가 발급돼 한 아이디로 한 번만 할 수 있는 반면 국제전화 투표는 횟수 제한이 없다.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에 사실상 초등학생들까지 동원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5일 이 가정통신문을 찍어 인터넷 상에 올린 트위터 아이디 'AF1219'는 "제주-7대자연경관 관련 초등학생들에게 중복투표를 권유하며 30통 전화하면 2시간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준다내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정말 코미디 같은 일"(아이디 TWTBS)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 'patoworld'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고 아이디 'assdubu'는 "말도 안 되는 가정통신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Pythagoras0'는 "아이들에게 이걸로 정말 뭔가를 가르치려면 가서 세계7대자연경관후보에 뭐가 올랐는지 조사도 시켜보고 다른 멋진 곳은 왜 빠졌을까도 생각해보고, 후보들 놓고 토론도 해보라"며 "그래야 나중에 제주의 관광산업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입학식, 졸업식, 컴퓨터수업, 야자시간까지 투표

제주도의 각 학교들이 세계7대 자연경관 실적을 보고하는 제주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
 제주도의 각 학교들이 세계7대 자연경관 실적을 보고하는 제주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
ⓒ 인터넷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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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투표독려 행위는 이 학교만이 아니라 제주교육청의 주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 교육행정과 메뉴에는 '세계7대자연경관 자료실'과 '세계7대경관홍보실적'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으며 자료실에는 각종 홍보물과 홍보계획서가 올라와 있다. 이중 지난 2월 작성된 '전국 교육가족 투표참여 지원계획'을 보면 제주교육청은 전국 1만1692개 학교에 투표 협조와 지원계획을 세우고 학생 396만 명, 교직원 31만 명, 학부모 76만 명 투표를 목표로 잡았다.

'투표참여 지원계획'에 따르면 학생들에게는 학교 컴퓨터 교실을 이용한 인터넷 투표 참여를 권장하고 '개인별 인터넷 투표 인증서 갖기 운동'을 전개하도록 돼 있다. 또한 학부모 및 교직원은 학생과 함께 하는 인터넷 투표뿐 아니라 '쉽고, 저렴하고, 제한없이' 할 수 있는 전화투표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55명의 인력을 투입해 '찾아가는 현장 투표 지원단'을 구성하고 전국 3175곳 학교를 돌며 투표 지원과 홍보를 펼칠 예정이다.

'세계7대경관홍보실적' 게시판에는 제주도 각 학교에서 10~20일에 한 번 꼴로 투표 실적을 보고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운영된 이 게시판에 올라온 각 학교의 자료도 '대한민국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투표참여 및 홍보실적'이라는 동일한 양식으로 작성돼 있었다.

각 학교들이 올려놓은 투표참여 및 홍보실적에 따르면 학교가 각종행사와 수업시간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을 투표에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식, 졸업식, 교직원회의, 학부모 총회, 학교운영위원회, 학생컴퓨터수업, 방과후 수업까지 사람이 모이는 시간을 선택해 투표가 진행되도록 독려한 것이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해 투표를 한 곳도 있었다.

교육청 "봉사활동은 동사무소에서 인정한 것"

제주도 한 중학교에서 올라온 실적보고 엑셀파일, 입학식과 학부모 총회에서 전화투표가 실시됐다.
 제주도 한 중학교에서 올라온 실적보고 엑셀파일, 입학식과 학부모 총회에서 전화투표가 실시됐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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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제주교육청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투표 홍보를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국 시도교육감들에게 협조받아 투표 목표를 세워두기는 했지만 학교별로 인원을 할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에 따른 봉사활동 시간 인정 여부와 관련 "각 학교에 가정통신문 배포를 권고하기는 했지만 투표에 따라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한다는 조치는 없었다"며 "해당 학교에 확인해보니 그 지역 동사무소에서 학교에 따로 봉사활동을 인정해 주겠다고 협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사무소에서 개별적으로 지역의 3개 학교에 봉사활동 인정 지원을 약속했고, '지역 알리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봉사활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제주교육청 관계자의 해석이다.

학생들의 수업시간까지 투표를 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인터넷 투표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인터넷투표를 권할 수밖에 없다"며 "한 사람이 한 번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업에 방해되는 수준에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2007년 시작된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는 전 세계 28개 자연명소가 후보에 올라오는 11월 오직 인기투표로만 최종 7곳을 선정한다. 하지만 세계7대자연경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 재단의 공신력과 불확실한 선정효과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뉴세븐원더스재단이 비영리단체로 알려진 것과 달리 전화투표를 통한 수익을 목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 상태다.


태그:#제주도, #7대 경관, #이명박, #뉴세븐원더스, #불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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