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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마을, 재개발 포기하니 관광명소가 되다

멀리서보면 참 아름다운 마을이다.
 멀리서보면 참 아름다운 마을이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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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통영시는 가장 낙후된 지역이자 무허가 건물들로 가득했던 정량동, 태평동 일대의 일명 '동피랑(동쪽비탈이란 뜻)' 마을을 허물고 재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꾸려진 지방의제 추진기구인 '푸른통영21' 위원들이 이 지역을 답사했고, 이들이 낸 결론은 언덕 위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문화를 입혀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

지금의 중앙시장을 들어가 뒤쪽 언덕을 올라가면 둥글게 오르막길이 만들어져 있는데, 지금은 길 양쪽으로 예술가들의 그림과 조형물들이 장식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저 무너져가는 담벼락과 허물어져 가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둘러본 동피랑 마을은 수십 가구 대부분이 독거노인들이고 연령도 100세 가까운 분들이 여전히 살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의 프로, 아마추어 화가들이 직접 찾아와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이들 중 몇 명은 아예 거주지를 이곳으로 옮겨 살기도 했다고 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화려한 벽화가 장식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화려한 벽화가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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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마을에서 바라본 통영항, 역시 아름답다
 동피랑마을에서 바라본 통영항, 역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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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 그 속에 숨겨진 '가난'

동피랑 마을 언덕에 오르면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선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면서 바다의 고장을 더 정겹게 만들고 있다. 마을을 예쁘게 꾸미려는 작가들의 창작은 회색 담벼락을 아름다운 캔버스로 만들었고, 마을은 다시 한 번 생기를 띠게 된다. 벽화작업은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2회에 걸쳐서 이뤄졌다. 벽화의 특성상 평균수명은 1년~2년 정도 되는데, 내년에 곧 3차 벽화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벽화가 있는 동피랑에는 약 38가구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주로 노인들이 많고 저소득층도 다수 있다. 어려운 삶을 꾸려가는 이들에게 자칫 보금자리를 잃을 뻔했던 재개발사업이 지역주민들과 문화인들,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협력으로 새롭게 바뀐 것이다.

통영시에서도 이들의 보금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철거하려고 했던 노후된 주택을 개보수해서 임대를 했고, 수리한 주택 7채 중 5채는 화가들의 거처로 제공하고 한 곳은 공판장으로 만들어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뛰노는 꿈을 그리지만 실상은 노인들이 많이 사신다.
 아이들이 뛰노는 꿈을 그리지만 실상은 노인들이 많이 사신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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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입구에 늘어선 사투리게시판, 잘 보면 뭔 말인지 모른다.
 마을입구에 늘어선 사투리게시판, 잘 보면 뭔 말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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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보는 마을과, 마을에서 보는 바다가 잘 어울리는 동피랑 마을"

돌피랑 마을의 입구는 중앙어시장을 통해서 들어가도록 돼 있다. 좁은 입구를 따라 올라가면 중간 철제펜스에는 통영사투리를 적은 팻말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처음 만나는 천사의 날개를 시작으로 작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있고, 곳곳에 벽화가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맨 위에 오르면 공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통영 앞바다의 전경은 황홀함 그 자체다. 해질녘에 들어오는 고깃배들과 시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어디론가 떠나는 배들과 주변 욕지도와 매물도로 떠나는 여객선의 엇갈림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동피랑 마을을 관리하는 '푸른통영21'의 윤미숙씨는 "비록 여기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지만 돈이 없어도 언제나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이웃이 있고, 거기에다 벽화를 보러오는 많은 외부인들과 함께 삶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마을 맨 위에는 공동작업실이 있어서 누구나 쉬어 갈 수 있고, 커다란 우체통은 사진을 찍어서 메일로 송부할 수 있도록 디지털카메라 기능도 있다.

25일, 100세 엄현업 할머니 생신 기념 마을잔치

한편 오는 25일, 동피랑 마을에는 작은 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옛 주인과 새 주인의 만남 '이라는 제목의 이번 잔치에는 지난해 새로 입주한 화가 김정일씨와 시인 강제윤씨를 비롯해 먼저 입주했던 서양화가 이제하씨와 강석경 작가 등이 한 자리에 모인다.

거기에다 이 마을 최고령 100세 엄현업 할머니의 장수를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동피랑은 이렇게 '가난'과 '풍요'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무덤 위에 지어진 아름답지만 가난한 마을 '문현 달동네'

화려한 벽면에 숨어있는 가난의 현실은 부산의 문현 돌산마을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 문현동 '돌산마을'은 도시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볕이 잘 드는 돌산 중턱에 자리한 마을인지라 부산에서도 가장 먼저 개나리 꽃 숨을 터뜨리는 봄의 전령이 찾아온 모양이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꽤나 인기가 높은 이곳 돌산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형성된 피난민촌으로 공동묘지 사이에 자연스레 생겨난 마을이다. 이를 증명하듯 아직까지 마을 곳곳에는 주인 없는 무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비탈길에 간신히 메달린 스레트집과의 신경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시는 이곳 돌산마을을 도시환경을 저해하고 있는 노후불량지역으로 판단, 골목길 담장에 벽화를 그려 넣는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벽화그리기는 기획, 바탕작업, 그리기 등 사업전반에 걸쳐 주민, 학생, 시민 등 230여 명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노력이 필요했다. '따뜻한 사람들의 벽화이야기'를 주제로 '봄을 펼치는 아이들', '민들레 꽃씨를 날리는 아이' 등 희망을 노래하는 47점의 그림이 태어났다.

또한 벽화마을은 '200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주거환경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해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았으며, 주말마다 관광객의 방문이 이어지는 등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 배경으로 나와 관심을 더욱 끌었다. 

주말이면 돌산마을에는 다양한 목적의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온라인 사진동호회의 야외출사 장소로 인기가 높고, 시간을 거슬러 여행에 나선 연인들에겐 더욱 의미가 있는 장소다. 현재 부산은 돌산마을로 시작해 안창마을, 사상공단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장소에 공공미술을 도입 건축공간문화 시범사업을 펼쳐 침체된 일상의 공간에 볼거리와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건축문화의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무덤 위에 세운 마을, 가난하지만 이웃의 정으로 살아가다"

화려하게 포장된 벽화가 아닌, 세월이 만들어 준 자신들만의 그림을 지니고 살아간다.
 화려하게 포장된 벽화가 아닌, 세월이 만들어 준 자신들만의 그림을 지니고 살아간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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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마을과 비교하면 부산 돌산마을은 좀 더 열악한 환경이다. 비록 아름다운 벽화로 꾸며진 마을이지만 들어서는 입구부터 내려다보이는 마을 끝까지 집의 모양을 갖추고 사는 사람이 드물다. 널빤지와 공사장에서 주워온 판자들로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누군가 쓰다 버린 비닐과 장판을 가져와 대충 바람만 막고 살았다.

꼭대기에는 예쁘게 꾸며진 아름다운 공원이 있고, 폐허가 된 채 버려졌던 창고 벽에는 소녀의 밝은 미소와 함께 민들레 꽃씨가 희망을 따라 날아오르고 있었다. 곳곳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의 그림들과 바다 속 풍경들, 그리고 꽃과 나비들이 날아다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마을사람들의 현실은 '무덤' 위의 삶이다. 이곳에 주거지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곳은 공동묘지였다. 갈 곳 없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무허가 판자촌이 형성되고 지금에 이르렀는데, 마을 사람들은 누구의 묘인지도 모르지만 정성스레 벌초까지 해 주고 있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을 웃음 짓게 하는 건 역시 어려움을 함께해 온 이웃들이다. 저소득층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노인들이지만 모두 가족처럼 속사정을 잘 알고 있다. 비가 오면 네 집과 내 집이 따로 없이 빨래를 걷어주고 문을 닫아준다. 그래서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그런 이웃이 사는 마을이다.

벽화앞에 놓인 묘지는 벗어날 수 없는 동반자다.
 벽화앞에 놓인 묘지는 벗어날 수 없는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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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너머로 보이는 판자촌 사람들의 소망은, 그림처럼만 행복해지는 것이다. 자신들의 아들딸들 만이라도..
 벽화너머로 보이는 판자촌 사람들의 소망은, 그림처럼만 행복해지는 것이다. 자신들의 아들딸들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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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동피랑마을, #돌산마을, #통영관광, #문현달동네, #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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