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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TV 뉴스가 마칠 때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주식시장 동향이다. 어떤 때는 한국의 것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의 것도 나오고 때론 금 시세나 환율 동향도 등장한다. 한국만 그런지, 자본주의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들도 예외 없이 같은지 늘 궁금하다.

 

아마도, 대부분의 나라가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주식도 단 한 주가 없는 나 같은 이에게도 예외 없이 주식시장 동향을 왜, 보여줄까. 분명한 것은 이 세상은 주식시장, 환율시장, 채권시장 등 자본시장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기업의 활동과 국민경제 전반이 그렇다. 더 이상 세상의 자본주의는 정상적인 생산과 소비, 저축이 아닌 주식시장의 표시된 숫자가 경제자체가 된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빨간색에 웃고, 파란색에 운다.

 

하지만, 그 숫자는 정당할까.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은 점점 증명된다. 오히려, 그것은 거품 덩어리에 불과하고, 지금은 그 거품의 붕괴를 세상 모두가 두려워한다. 주식 포인트 2000이 붕괴되면 그 주식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도 떨어야 한다. 자신이 고용된 기업의 경영목표도 생산이나 고용이 아닌 주가 상승이고, 국민노후를 위한다는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주가를 더 받치고 있으니 말이다. 기업의 생산성에 관계가 없이 기업파산과 일자리 증발을 가져와 자신의 삶이 당장 파괴될 수도 있고, 성실하게 납부한 국민연금이 바닥이 나서 거리에서 폐지를 줍다가 생을 마감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 정말, 웃기고도 슬픈 일이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이 합리적으로 운용되도록 우리 모두가 참여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그것은 더 웃기는 소리이다. 한번이라도 기업의 주주총회 같은 것을 본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가 헛소리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것이다. 우리 같은 시민들이 참석하는 회의는 대부분 "성원 보고"를 한다. 보통 "총원 00명 중, 00명 참석으로 성원이 되었습니다" 하는 식의 의장 개회선언이 있다. 하지만, 그곳은 성원 보고가 아닌 "출석 주식 보고"를 한다. 보통 민주주의가 상식인 세상에서 1인 1표가 아닌 보유주식에 따른 의결을 하는 것이다. 즉, 사람이 아닌 돈이 지배하는 것이다. 이 대명천지 21세기에 재산에 따라 투표권 행사를 하는 유한선거제나 귀족정을 하는 곳이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정말, 반인권적이고 반동적 작태이다.

 

사실, 주주총회 따위도 필요도 없다. 그냥 대주주 마음대로 하면 되니까 그렇다. 3대 세습을 하던, 노동자를 죽이던, 탈세를 하던. 그나마 소액주주는 주주총회장에나 들어가지만, 한주도 없는 다수의 사람들은 주주총회장의 결정에 지배를 받지만 철저히 배제된다. 이를 유식한 말로 "주주자본주의"라고 한다. 그럼에도 소수의 대주주가 거대 기업을 지배하고, 거대 자본의 욕망에 따라서 주식시장은 춤을 춘다. 그리고, 그들이 온 세상을 지배한다. 따라서, 일부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소액주주운동'이나 '소유지배 개선'은 넌센스, 몰상식이다. 차라리, 대주주와 대자본이 기업과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직접적이고, 효과적이며, 합당한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TV에서는 왜, 주식시장을 생중계할까?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았지만, 적절한 답은 평범한 대중들에게 알량한 자본이라도 들고 주식시장에 참여하라고 꼬드기는 것에 불과하다. "한탕 크게 하면 대박"이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대박은 누가 날까?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여러 법칙들과 경제지표라는 것이 실물경제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소위 전문가들에 의해 널리 알려져 있다. 즉, 실질성장이나 기업가치가 아닌 배팅을 잘해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것이 주직시장의 목표이다. 한마디로 그냥 "투기"이다. 결코, 주식시장은 기업 생산에 필요한 건전한 투자금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그건 고등학교 사회책에나 있는 말이다. 

 

배팅에 거는 돈도 많다. 시중 부동자금이 800조 원이라는 언론보도를 본 지도 1년이 넘었다. 그 돈은 다 누군가의 소유이고, 도박판 투기에서는 큰 배팅을 해야 고수익도 본다. 물론, 고위험도 있다. 더욱이 과도한 차입금으로 조성된 "투기자본"이라면 위험도는 커진다. 투기자본이 무자비한 것은 시장의 다양한 위험 속에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챙겨 먹고 튀어야(먹튀)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투자자와 "신용"을 지키게 되고, 더 많은 차입금이 생길 것이다. 

 

이때, 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가 국가를 장악 또는 매수해서 소위 '공적자금'을 마음대로 빼먹는 길이다. 이때, 그들이 금융기관을 소유하면 모두가 찬양까지 하며 국민혈세를 바친다. 한국의 "론스타게이트"가 그런 것이고,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금융위기에 벗어난 방식이다. 지금도 국민연금을 통해 늘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 국가 정책목표이기도 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변호사, 교수 등 소위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투기자본과 국가 관료집단 간의 삼각동맹일 것이다. 때로는 이들은 "회전문 인사"로 연결된다. 한국의 경우,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대형 로펌들, 삼일과 삼정 같은 회계법인들을 감시하면 잘 보인다. 

 

다른 하나는 무지한 대중을 현혹해서 자신들의 투기장-주식시장에 끌어드리는 것이다. 대박의 환상은 TV를 통해 이미 많이 유포됐다. 또, 실제로 국가는 그 투기장과 투기자본을 적극 보호하고 육성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다른 나라는 약 30여 년, 한국은 십수 년 전부터 그랬다. 민주정부 10년,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는 소리는 마치 도박판에서 판돈 잃은 투기꾼이 개평 좀 달라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껏 국가는 투기자본 양성을 위해 입법을 했고, 사법으로 보호했고, 행정 서비스를 제공했다. 투기자본이라는 야수를 시장에 풀어서 마음대로 사냥하라고 부추겼고, 사냥감도 제공했다. 그것이 공기업 민영화이고, 빅딜이고, 사모펀드 활성화인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투기자본의 사냥에 미쳐 죽지 않고 피 흘리며 저항하는 다른 시장참여자 - 노동자, 소지자, 지역주민이 있으면 경찰까지 동원해 대신 죽여 먹잇감으로 던져 주었다. 제3세계의 경우, 군대까지 보내 대신 사냥한다. 

 

더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세금"이다. 한국은 자본가도 그렇지만, 노동자도 세금을 매우 적게 낸다. 언제나, 국가는, 역대 정부는 감세정책을 시행했고, 요즘은 여러 공공부문에서 적자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니, 사회복지도 없고 시민사회 연대의식 따위는 없다! 중요한 것은 세금부과가 적어 가처분 소득이 풍부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박의 환상을 불어 넣어 투기장으로 밀어 넣기만 하면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노동소득으로 노후가 불안하다면, 은행의 예금 금리보다 더 벌고 싶다면, 아파트 평수 늘리자면 등등. 남들보다 더 잘 먹고 잘 살자면 투기는 확실히 인생목표가 될 것이다. 결국, 대중이, 개미들의 작은 자본들이 모여 투기자본에 투자되고, 모두가 두 손을 모아 그들의 투기성공을 빈다. 이것이 천만 펀드시대에 대박 열풍에 놀아나는 대중의 불안이고, 신앙이며, 몰염치이다.

 

하지만, 그들의 투기가, 되돌아 올 투자수익이 누군가의 피눈물이고 청년들의 고용불안이라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 많은 중국펀드, 베트남펀드를 생각하면 이것은 전 지구적인 문제이다. 론스타펀드의 주요 투자자가 미국의 교사 노동자들의 연금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과 한국의 어떤 노동자는 론스타 덕에 행복하고, 한국과 미국의 어떤 노동자와 서민들은 불행한 것이다. 그 투기수익은 제조업의 경우는 노동자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고배당이나 부동산 매각과 유상감자, 기술유출 같은 약탈대상 기업의 자산 빼먹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경우는 더 심각해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약탈적 대출행위나 사기수법을 동반한 파생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각종 부외수익과 수수료에서 나온다. 그래서, 매년 수조원의 고수익을 번다. 이를 두고, 유식한 말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라고 한다. 그 투기로 인한 고수익의 부스러기를 약간이나 주어먹고 행복해 하는 행위는 참으로 비윤리적인 일이다.

 

주식투기, 부동산투기에 투자(은행과 금융기관에는 부동산 기획 대출상품이 참 많다!)하는 것보다 밤에 술 많이 사먹고, 택시는 꼭 타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팁'도 많이 주고,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지방에 놀러가 서울만 쳐다보는 지방민들에게 돈 좀 쓰고, 대형마트 "정크 푸드"말고 재래시장에 가서 제발 깍지도 말고 식재료 사먹는 것이 한국 정규직 노동자 수준에 딱 맞는 "윤리적 소비"이고, 소득재분배 없는 나라에서 "사회연대"라는 것이 내 솔직한 생각이다. 불행이도 말이다. 하지만, 노동시간 줄이고 세금 더 내자는 말은 차마 못해도, 고액연봉이나 스톡옵션 더 달라는 뻔뻔한 노동조합은 이제는 제발 사라지길 바란다.

 

언제부터인가 요즘 한국을 표현하는 적절한 표현으로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개인들'이란 말이 자주 보인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예전에는 누군가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면 온 사회가 분노로 다 들고 일어나지만, 요즘은 그런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대중적 관심은 누가 대박이 났을까 이다.

 

결국, 주식 투기 또는 부동산 투기에 환장하는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천년만년 지속될 수 없다. 문제는, 진정으로 공포스러운 것은 그 투기에 실패할 때, 우리 사회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개인의 희생을 치러야한다는 점이다. 이제라도 시민사회가 나서서 자본시장으로써 순기능 따위는커녕, 다수대중들의 영혼과 노동을 파괴하는 주식시장 폐지를 주장해야 한다. 더는 우리 사회가 망가지고,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홍성준 씨는 현재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투기#소액주주운동#주식시장#신자유주의#금융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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