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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교사로서 혁신학교 준비 모임에 함께 했던 송교장 선생님 가운데 모습
 평교사로서 혁신학교 준비 모임에 함께 했던 송교장 선생님 가운데 모습
ⓒ 박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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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장 선생님께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덩이에도 이제 파릇파릇 초록빛 봄나물들이 눈에 띕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온 대지를 비추니 땅이 녹고 흙이 열려 금세 여기저기 풀꽃도 피울 겁니다.

먼저, 진심으로 감축 드립니다. 우리 교육에 새로운 바람과 희망을 기대하는 많은 분들이 곳곳에서 함께 기뻐하고 있을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도 만감이 교차하실 겁니다.

평교사로서 온갖 험로를 뚫고 청와대 승인 통과 후 학교장 발령 받다

교장 선생님! 작은 학교가 아닌 큰 학교에서, 신설되는 학교도 아닌 기존 학교에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신청한다는 자체도 획기적인 일 아닙니까?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평교사도 15년 이상이면 교장 공모에 응할 수 있고 4년 임기만 보장받고 임기 후 다시 평교사가 되는 제도이니까요.

상대 후보는 화려한 경력의 장학사와 교장 근무 경력을 거친 분이었으니 정말 만만치 않으셨지요. 한 고비 한 고비 넘길 때마다 얼마나 마음 졸이셨습니까? 그럼에도 1차, 2차의 엄정한 심사 관문인 학교교육 계획서 제출 및 설명회, 심층 면접을 당당히 거쳐 종합 1순위로 추천되어 청와대 최종 승인까지 받아 학교장 임명이 되셨습니다.

정말 장하십니다. 승인이 되기 바로 직전에 학부모 민원을 빌미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집중감사를 실시한다고 했을 때는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요. 안타깝게도 전교조 평교사 출신 교장 후보자 네 분 중 두 분이 교과부의 상식 밖 트집으로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법원의 판결을 기대해봅니다.

교장 선생님! 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청와대에 있을 때만 해도 현 교장 승진 제도의 온갖 문제점을 혁파하기 위해 개방형 및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주창한 제도임에도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을까요? 경기도에서 처음에 혁신학교 제도가 도입되면서 모든 혁신학교는 내부형교장공모제를 실시하고자 했었지요.

그러나 곧바로 교과부에서 자율학교 지정 학교 중 15%만 허용하는 바람에 그 수는 대폭 줄었지요. 일반학교에서는 거의 신청조차 하지 않기에 그나마 교육감 지정권한으로 신설학교 몇 개 정도 지정할 수 있지 않았나요? 올 3월 임용되는 학교장부터 신설학교는 아예 자율학교를 지정할 수 없도록 또다시 규정을 바꾸어버렸네요. 왜 이렇게 딴죽을 거는 걸까요?

내부형 교장공모제 평교사 출신 학교장 성과 훨씬 높아 

너무나 빤한 수이기에 삼척동자도 다 알겁니다. 경쟁, 입시 위주의 낡은 교육 패러다임에서 협력과 나눔의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 본질로 돌아가고자 등장한 진보 색채 교육감들의 핵심 교육 정책인 혁신학교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기존 승진 제도 안 학교장들이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것과 평교사 출신 학교장들 혁신학교 운영 결과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내 아이의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온갖 희생을 마다않는 학부모들이 본격적으로 혁신학교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현 학교장 승진 제도의 한계점을 분명히 보기 시작했으니 얼마나 두려운 일이겠습니까? 학교장 승진 관련 연구 결과들도 내부형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의 학생, 학부모, 교사 만족도가 훨씬 높게 나타난 결과들이 속속 나오니 그럴 만도 하리라 이해가 됩니다. 현 정부를 뒷받침하는 교원단체총연합회는 현 승진제도에 목을 맨 집단이니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정부를 겁박하고 있는 실정 아닙니까?

교장 선생님! 정말 숱한 고비를 넘기셨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고비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기존 승진 제도 또는 신설학교 학교장에 비하면 가시밭자갈길과 같은 길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혼자서 헤쳐 나갈 생각이 없으셨기에, 동료 교사와 모든 학부모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나갈 생각이셨기에 또한 그런 마음으로 이미 동료교사들과 함께 준비해 오셨기에 틀림없이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시리라 믿습니다.

교장 선생님! 평교사 출신이시면서 도시의 큰 학교 학교장이시고 기존 다양한 학교 구성원이나 문화가 있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원도 있고, 선출 과정에서 온갖 유언비어가 유포로 실상을 모르는 학부모님들의 반발과 걱정도 상당하다고 듣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들이 있기에 더욱 기대가 큰지도 모릅니다.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앞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중대한 물꼬가 되고 혁신학교 성공 확산의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찾아주고 잘 들어주며 감동을 주는 새로운 학교장상

교장 선생님! 새로운 학교장상을 깊이 고민하셨을 것입니다. 그 답은 선생님들 안에 있을 것이고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

선생님들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서 아이들 좋은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을 먼저 물으시는 교장 선생님, 경쟁이나 비교, 서열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나누면서 함께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더 좋아하는 교장 선생님, 학부모로부터 대접 받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담화를 나누는 교장 선생님, 지시나 명령, 권한을 앞세우기보다 지원, 설득, 감동으로 함께하는 교장 선생님, 요즘 아이들을 보다 잘 이해하고 좋은 수업을 위해 지원할 것이 무엇인지 몸소 이해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수업도 조금 하시는 교장 선생님, 회의에서 합의된 것을 보고 받고 따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에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참석하여 논의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꼼꼼하게 살피시고 함께 결정하는 교장 선생님, 요구하는 말씀을 많이 하기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말도 잘 들어주시고, 잘 들어주시는 교장 선생님, 교장실이 크지 않아도, 열려 있어도 별로 불편해 하지 않는 교장 선생님, 업무추진비를 아이들이나 함께 고생하는 학교 구성원들을 위해 투명하고 당당하게 쓰시는 교장 선생님!

학교장 혁신으로 교사 변화 발전 가능하다

교장 선생님! 제가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학교가 제대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움직여야하는데 학교장의 감동적인 혁신은 교사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학교장에게 무한 권력이 주어져서 교사들이 거기에 주눅 들거나 아예 순종하거나 저항하면서 얼마나 정체되어 있습니까? 꽉 막히고 비합리적인 학교 운영 때문에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조차도 숨겨버리고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복지부동 상태에 빠져있지 않습니까?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변화야말로 없는 능력도 만들어내고 다른 생각도 쏟아내어 학교를 바꿀 것이고 교사 자신도 바꿀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배울 것이고 학부모님들의 학교 참여와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 정말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들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오셨는지요? 동학년에서, 교과연구모임에서, 각종 연수에서, 수업공개 및 협의회에서, 혁신학교 준비모임에서 참 많은 시간을 동료 교사들과 함께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그 마음이시면 선생님들을, 아이들을, 학부모들을 틀림없이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걱정과 반발감이 남아 있는 학부모들도 오래지 않아 우리 아이들의 좋은 교육을 향한 진정성을 알고 지지하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봄입니다. 봄햇살과 봄바람이 눈을 사르르 녹여 개울물이 졸졸 기분 좋게 흐릅니다. 산적한 문제들 하나하나, 차근차근, 천천히, 함께 하셔서 봄 개울물 흐르듯 졸졸졸 풀어 가시길 바랍니다. 함께 고생하시는 분들 늘 살펴주시고 건강 잘 돌보시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평교사로서 학교장이신 송 교장 선생님!

2011년 3월 2일 새로 아이들을 만나는 날에
경기 혁신학교에 한발 먼저 들어선 교사 올림


태그:#평교사, #내부형 교장공보제, #새로운 학교장상, #협력과 나눔으로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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