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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폭등에 신음하는 서민들, 조금만 참아라?"

"설립목표가 물가안정인 한국은행은 어느 나라 은행인가."

 

11일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트위터 등에 올라온 의견들이다. 금통위의 2.75% 금리 동결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다. 지난 1월 뜻밖의(?) 금리 인상 카드를 썼던 한은 입장에선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물가폭등에 따른 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을 두고, 금융권 일부에선 금통위가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실제 김중수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결정을 설명하면서, "오늘 금리 동결이 금융통화위원의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현 물가 상승 압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금통위는 현재의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강한 우려를 보이면서도, 금리는 동결시키는 엇박자 결정을 내린 셈이 됐다. 이번 결정으로 물가 폭등에 신음하는 서민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금융권에 많은 돈을 빌린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이익을 보게 됐다.

 

김중수 총재의 동떨어진 현실인식, "금리정상화, 큰 이슈 아니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를 마치고 가진 회견 자리에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금리 정상화 여부에 대해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총재는 최근 경제동향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경기 상승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와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 물가가 당분간 4%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 역시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높은 인플레 기대심리가 유지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썼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다음 달인 3월께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때 가봐야 알 것"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도 여전하다.

 

김 총재 역시 이날 회견 자리에서 기준금리 정상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금리 정상화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별로 큰 이슈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금리 결정 과정에 대해 "헛발을 디딜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속도가 느리다고 판단하지 않을 정도로 갈 것"이라며 "결코 빠르지도 않고, 결코 느리지도 않게끔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 총재는 특히 지난해 취임 이후 10개월 동안 3차례에 걸친 금리인상을 강조하면서, "나름대로 적절한 속도와 폭을 정해왔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총재 취임 이후 한국은행은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면서, 독립성 훼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150%, 세계에서 영국 다음으로 높아"

 

김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 "경제성장률은 현재보다 좀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구제역이나 이집트 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등은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가처분 소득(가계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돈) 대비 가계부채가 150%를 넘나들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에서 영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 총재는 소득 순위 상위 60%가 가계부채의 87%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자산이 많은 계층이 빚을 더 많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가계부채에 대해 (주택)담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 당장 부실화해서 국가적 문제가 될 개연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저소득 계층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부실 가능성에 대해선 별도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태그:#한국은행 금통위, #김중수 총재,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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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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