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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연평도 사건의 발단이 된 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오는 18~21일 사이에 실시될 것이라고 예고되면서 또 다시 한반도 긴장과 전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16일 브리핑을 통해 "연평도 해병부대는 18일부터 21일 사이에 연평도 서남방 우리 해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만일의 사태와 관련해서는 "자위권적 차원의 단호한 대응"을 예고하며 훈련 시 공군과 해군 전력도 준비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군의 이 같은 훈련은 현재 조성된 한반도 긴장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모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전쟁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17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연평도 해상사격훈련 계획을 강력히 비난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민노당은 "한미합동으로 연평도 사격훈련을 재개하는 것은, 곧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한반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갈 위험천만한 불장난"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불나방 같은 심보" "의회쿠데타인 날치기 국면 전환용"이라고 비난하고, 훈련 계획 철회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명시된 10.4선언 이행,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도 한반도 전쟁을 우려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20여개 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은 17일 오전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또 다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국지전으로 끝나지 않고 전면전으로까지 확전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마치 군사적 충돌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 전쟁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한, 국회 '날치기' 정국을 거론, "국내 정치가 통제 불능 상태에 내 몰린 것을 모면하기 위해 무모하게 진행하는 연평도 사격훈련은 한반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내모는 것"이라며 "더욱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훈련 참관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마치 공정한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정전협정에서 서해상의 군사분계선을 확정 짓지 못해 쌍방의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유엔사 군사정전위회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합참이 주장하는 '우리 해역에서의 훈련' 즉, '영해' 문제는 연평도 사건으로 불거진 한반도 긴장의 핵심 원인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분쟁 원인인 서해 분계선, 남과 북이 각기 설정해 상충

 

북측은 지난 연평도 사건 직전 남측 당국에 줄기차게 사격훈련 중단을 요구했었으며, 사건 이후에는 남측 군이 발사한 포탄이 영해를 침범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포격이라고 주장해 왔다. 즉,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엔엘엘)을 인정하지 않고 1999년 선언한 인민군 해상군사통제수역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측과 북측의 '영해'가 서로 상충돼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1975년, 당시 미국의 국무장관이던 헨리 키신저가 "엔엘엘은 일방적으로 설정됐고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확실히 국제법에 배치된다"고 밝힌 기밀문서를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이 17일 공개했다.

 

기밀문서는 또한, 앞서 1973년 12월 22일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주한 미국 대사관에 보낸 메시지에 '남한이 북한에 엔엘엘을 강요하는 한국은 잘못된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북방한계선에 대한 효력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북방한계선은 1953년 정전 직후 유엔군 사령관이던 클라크가 남측의 선박과 군함이 더 이상 북측 해역으로 갈 수 없도록 임의적으로 확정한 선으로, 그 동안 남과 북 서해상 분쟁의 원인이 되어 왔다.

 

이번 훈련에 따른 한반도 초긴장 수위는 북측이 그 동안 수차례 강한 경고를 해 온 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북측은 그동안 "영해 침범 시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타격" "2차 3차의 강력한 물리적 보복타격"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그것은 핵전쟁으로 번지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 등으로 강력히 경고해 왔기 때문에, 이번 훈련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승우 6.15남측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오늘> 칼럼을 통해 "이번 사격훈련은 북측의 대응이 어떨 것이라는 것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실시될 예정"이라며 "어떤 면에서 북측의 굴복을 요구하는 식의 공세적 의미를 지녔지만, 북측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입장에서 굴복과 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연평도, #인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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