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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연평도 사건으로 한바탕 '전쟁 공포'가 휩쓸고 지난 가운데, 당국의 지속적인 북 자극 발언과 조치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벌인 데 이어, 합참은 6일부터 대청도를 비롯한 전 해상 29개 곳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 군 최고 책임자인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은 연일 '공중 폭격' '자위권적 조치' 등의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남북 평화와 화해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현인택 장관까지 '흡수통일'을 의미하는 발언으로 대치 국면에 기름을 붓고 있다.

 

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투기 폭격' 등의 발언에 이어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위권 차원으로 대응할 방침이고 이에 대한 장관 지침이 하달됐다"며 "자위권은 교전규칙의 필요성·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적의 도발 의지가 꺾일 때까지가 자위권 행사의 범위"라고 말했다. 또한, 북측이 민감해하는 해상사격훈련에 대해서도 '고려할 가치 없다' 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평도 사건 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7일 오전 한 토론회 축사를 통해 "통일준비는 국가의 당면과제"라며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확고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흡수통일'을 시사했다. 또한, "올 한 해는 그야말로 한반도문제에 있어 '대전환기'로 기억될 것이다. 북한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덧붙여 이를 뒷받침했다.

 

심지어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북을 결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대북 심리전'인 전단 살포와 대북방송을 권고함으로써 남북 긴장을 결정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권위는 6일 전원위원회를 통해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및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접근권 부여 권고' 안을 의결함으로써 북의 강한 반발과, 이를 군이 수용해 대북방송을 실시할 경우 남북의 극한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6.15공동선언에 입각해 2004년 6월 이후 중단된 '대북방송'은 북측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전'으로, 철거됐던 확성기가 천안함 사건 이후 다시 최전방에 설치됨에 따라 북측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군은 인권위 권고와 관련해 '확성기 방송은 언제든지 즉시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로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평도에 이은 남북 전면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관진 장관의 행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은 6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쟁을 부추기는 극한 발언"이라며 "한반도 위기국면이 초절정에 달한 지금 즉시 위험천만한 전쟁불사 발언, 정략적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방장관이 언제부터 전쟁장관으로 돌변했나"라고 비난했다.

 

"김관진 장관, 전쟁불사 발언 중단해야...전쟁장관이냐"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도 "유엔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헌장이 보장하는 '자위권' 발동의 경우, 전면전 등 파국적인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의거하여 최소한의 응전만을 허용하고 있다"며 "나라의 운명을 전쟁으로 내모는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인택 장관 발언은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아가기로 하였다'라는 6.15공동선언을 정면으로 배치하는 동시에, 북측의 체제 붕괴를 전제로 한 남측 자본주의 중심의 '흡수통일'론이라는 점에서 북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북측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 형식을 통해 '남측의 영해 침범 포격에 대응한 군사적 조치'라고 밝힌 바와 같이, 군 당국의 대청도 부근에서의 해상사격훈련은 제2의 연평도 사건, 나아가 확전의 위험을 안게 된다. 북측은 이번 훈련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번지겠는가 하는 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경고한 상태다.

 

북, "심리전인 대북 확성기 방송 시 전면적 군사적 타격 대응"

 

북 인민군 총참모부는 지난 6월 12일 중대포고를 통해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 재개 시 전면적인 군사적 타격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북은 "우리의 존엄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침해하는 특대형 도발행위"라며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을 경고했다.

 

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며, '전쟁 위험'을 2006년 10월 북 핵실험 때보다 두 배 정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작금의 한반도 긴장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본격화된 한반도 긴장이 연평도 사건으로 확대되면서 한반도의 운명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병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연평도, #인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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