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9일 오후,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를 위한 시국기도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29일 오후,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를 위한 시국기도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아침에 단호하게 응징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군대 간 제 친구들은 뭐죠. 총알받이도 아니고...군대 간 친구들 위해 이 촛불을 확장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전쟁반대와 평화를 기원하는 시국기도회' 사흘째인 29일. "아직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다"는 대학생 김형락(21)씨는 친구 유승재(21)씨와 함께 보신각 앞을 찾았다. 한 손에 촛불을 든 김씨는 "연평도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계속 내년에 군대 가라고 하셨는데, 오늘은 '내년에 가급적 군대 안 가는 방향으로 하라'고 하시더라"며 "한 편으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지금 군대 가 있는 친구들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떨까,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유승재씨 역시 "제 친구들 보면 다 휴가 못 나와서 꽁꽁 묶여서 전시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은 단호한 응징이 아니라 평화적 대화를 통해 이 땅에 다시 전쟁이 없도록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 군대에 대해 잘 몰라서 전쟁 쉽게 생각하나"

29일 보신각 앞에서 열린 '평화기도회'에서 한 시민이 발언을 하고 있다.
 29일 보신각 앞에서 열린 '평화기도회'에서 한 시민이 발언을 하고 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낮 동안 잠시 풀렸던 날씨가 저녁이 되면서 다시 추워졌지만, 보신각 앞에는 '평화의 촛불' 200여개가 밝혀졌다. 기도회 첫 날 이었던 지난 27일, 이정희 민주당 대표는 "전쟁과 폭력의 불구덩이 속에서도, 대화밖에 길이 없다"며 "한반도 평화 선언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참가자들의 절반 정도는 차가운 바닥 위, 은박지 돗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던 절반 정도는 서서 기도회를 지켜보았다. 참가자들은 대학생들을 포함한 20~30대가 대부분이었고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안양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20대 중반의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은숙씨도 그들 중 한 명 이었다.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대화로 해결'이라는 손팻말을 든 최씨는 "저는 군대라고 하면 '다', '나', '까'로 끝나게 말해야 하는 곳, 전쟁이라고 하면 '스타크래프트'가 생각이 난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저처럼 군대에 대해서, 전쟁에 대해서 잘 모르시니까 전쟁을 쉽게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전날에도 기도회에 참석했다는 최씨는 "정부는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복수가 북에 폭탄 던지고 두 배, 세 배 맞대응 한 것인 냥 생각하면서 우리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며 "전쟁을 통한 복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신만의 착각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의 합동훈련,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 애들도 안다"

29일 보신각 앞에서 열린 '평화기도회'에서 한 시민이 'NO WAR'라고 적인 손팻말을 들고 촛불을 밝히고 있다.
 29일 보신각 앞에서 열린 '평화기도회'에서 한 시민이 'NO WAR'라고 적인 손팻말을 들고 촛불을 밝히고 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자신을 '노동자'라고만 밝힌 정희성씨는 "방구도 자주 끼면 똥 싼다고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면 설마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정씨는 "노동자들은 셈법에 강하다"라며 자신이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법원에서 판결 난대로 정규직화해 달라고 공장에서 농성하고 있다. 그런데 연평도 사건 이후 현대자동차 이야기는 뉴스에 한 줄도 안 나온다. 긴장상태가 고조되면 노동자들의 절규는 오간 데 없다. '대포폰을 대포가 잠재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온통 블랙홀처럼 모든 사안을 빨아들인다. 또 하나,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면 다음에는 좋은 무기 써야 한다는 이야기 나온다. 복지예산 축소하고 국방비 예산 늘리자는 것이다. 긴장관계 조성되는 것, 결단코 반대한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8살, 4살짜리 두 아이와 함께 기도회를 찾은 정주원(35)씨도 만날 수 있었다. 정씨의 등에는 4살짜리 아이가 업혀 있었다. 정씨는 "국민들을 안전하게 하는 게 국가의 의무인데 오히려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며 "꼭 이런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는 건지, 누구나 평화를 원하는데, 게다가 북한은 한민족인데"라고 답답해했다.

정씨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화가 나서 공격을 했다기보다는 우리 측에서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이 사전에 경고를 했음에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정씨의 옆에 있던 김명숙(37)씨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은 미국이랑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 애들도 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정씨는 "전쟁이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믿음이 맞아야 할텐데"라고 말을 흐렸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그리스도인' 주최로 열리는 평화기도회는 한미군사훈련이 끝나는 12월 1일까지 보신각 앞에서 오후 6시에 열린다. 


태그:#평화기도회, #전쟁반대 평화기원을 위한 시국기도회, #연평도, #연평도 포격, #전쟁반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