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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찾기>(신인문사)의 저자
▲ 김은정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찾기>(신인문사)의 저자
ⓒ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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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교육 관련 신간 서적을 둘러보러 서점에 갔다가 흥미로운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독서치료사가 쓴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 찾기>라는 책이었다. 고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책을 읽고 난 뒤 머리에 맴도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저자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출판사에 연락해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 찾기>의 저자 김은정씨는 평택대학교 상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독서치료사, 상담심리사, 전문상담사, 독서지도사, 논술지도사, 임상미술치료사 등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하며 상담 분야의 이론과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서울의 한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상담 교사로 재직 중이다. 

- 제가 고등학교 교사로 있어서 가장 궁금한 대목인데 학생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무래도 관심사가 달라서 그럴 겁니다.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아이들이 명문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할 거예요. 그러나 아이들에게 그것은 압박입니다. 선생님들은 '함께 가자'고 하지만 사실 입시라는 전쟁에 임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거든요."

- 세대차가 나는 학생들과만 대화가 어려운 게 아니라 교사들 간의 토론에서도 때로 어려움을 느낍니다. 우리 사회 성인들의 대화 능력에 점수를 매기신다면?
"30점 내지 40점? 대화와 토론 문화는 어릴 적부터 정착되지 않으면 어려워요. 요새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저희 때만 해도 대화는 낯선 것이었죠. 또 우리 사회는 갖가지 기준으로 서열을 정하는 것에 익숙해요. 그렇지만 대화와 토론은 서열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원활하거든요. 또 토론 중에 불쑥 감정에 휩싸이기도 잘하고. 토론장보다는 오히려 술자리에서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지 않나요? (웃음)"

- 부모 세대와 청소년들은 서로를 화성인, 금성인 보듯 합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요새는 또래들끼리도 코드가 맞지 않으면 우주인 보듯 합니다. 그런데 부모들은 아이들과 코드가 다른 것은 물론 '권력'까지 있잖아요. 서로 자기 관심사만 이야기하는 것이고, 권력이 있는 부모들은 화를 내버리는 거죠."

- 교사와 학생, 부모와 학생들 사이에 대화가 안 되는 것을 서로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저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를테면 입시 성적 위주의 교육이라든가.
"물론이죠. 제 친구 중에도 결혼 전에는 조기 교육 같은 거 필요 없다는 소신을 펼치더니 막상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부터는 주변 엄마들의 행동을 보고는 많이들 흔들려요. 이후부터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식으로 대화의 톤도 바뀌죠."

- 아이들이 부모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전에 조짐은 있나요?
"아이들마다 다 다르겠지만 아이들은 보통 신호를 보내요.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한다든가, 이상 행동을 하기도 하고. 가령, 혼자서도 잘 해오던 아이인데 어느 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징징대기 시작하죠.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겁니다. 아이들은 아플 때 머리 한 번 더 짚어주고, 한 번 더 눈을 마주쳐주길 바라는 거죠.

그런데 부모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혼자 잘 해오던 애가 어리광을 부린다고 생각해요. 어리광을 부린다고 싹을 자르려고 하는 게 문제죠. 아이는 파란색 신호를 보냈는데 부모들은 붉은색 신호로 잘못 알고 다르게 행동을 한다는 거죠. 사실 이때 아이들은 자존심이 강해져서 대놓고 말을 안 해요. 요즘 뉴스를 보면 청소년 자살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문자메시지이든, 지나는 말이든 꼭 한다고 해요. 이 말은 "살고 싶다"는 거겠죠."

부모와 교사가 아이와 효과적인 대화를 하도록 돕는 책
▲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찾기> 표지 부모와 교사가 아이와 효과적인 대화를 하도록 돕는 책
ⓒ 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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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 찾기>를 쓰시게 된 동기가 뭔가요?

"사람들은 자신과 맞는 사람과 만나고 대화해요. 그러나 부모와 자식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포기할 수는 없고, 지체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힘들어지는 관계가 됩니다. 대화는 가정에서부터 형성되어야 한다고 봐요. 아이가 옹알이 할 때는 아이의 뜻을 잘 받아주다가도 막상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아이의 말을 엄마식으로, 아빠식으로 받아들이더군요.

아이를 아이의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그림책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건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확인한 겁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화가 술술 풀렸죠. 이를 다른 엄마들도 활용해보기를 권하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되었어요. 그림책이라는 것이 마음의 문, 대화의 문을 여는 너무 좋은 방법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꼭 전문적인 독서치료사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아니 어쩌면 부모들이 더 잘할 수 있기도 하고요."

- 책에서 소개한 '독서치료'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주신다면.
"말 그대로, 책으로 치유하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자신이 힘들 때 우연히 지나가다가 광고 문구 하나에 확 끌릴 경우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수험생이라면 수험생의 책이 더 잘 보이고,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라면 출산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겠죠. 자신의 가장 약한 것이 가장 먼저 채워지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거든요. 그처럼 자신에게 맞는 책으로 문제를 푸는 거예요. 타인에 의해서도 가능하지만 독서치료는 자가 치료도 가능해요.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편한 곳에서 자신이 스스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고 격려를 받을 수 있어요."

- 아이들에게도 책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가요?
"그럼요. 아이들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죠. 심지어는 어릴 적 읽은 책의 영향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도 하니까요. 뿐만 아니라 이해력이나 논리적인 사고력도 키우고, 상식도 풍부하게 해주고요. 어릴 적 책 읽는 습관을 들여놓지 않으면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책과도 멀어지고, 집중력이나 문제 해결력에서 뒤처져요. 너무 선생님처럼 이야기했나요? (웃음)"

-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 찾기>를 보면 아이를 지도하려 하기 전에 관찰하고 대화하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어른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소위 말하는 명문 대학 입학입니다. 여유로운 관찰과 대화보다는 명문대로 빨리 자녀들을 이끌고 싶지 않을까요?
"공부하라고 다그치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결국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소수예요. 책에서 썼지만,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고, 대화를 나눈 가정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통해요. '얼굴색이 변했구나. 변비가 또 고생시키나 보네' '내 성적이 떨어져서 엄마가 걱정하시겠구나' 이런 식으로 통하는 거죠. 이런 집에서는 아이들도 부모의 마음을 잘 이해해요. 그렇지만 평소에는 자녀들에게 관심이 없다가 시험을 앞두고 부모가 걱정해주면 아이들은 오히려 반감을 갖겠죠."

- 한국 부모들은 바쁩니다. 또 빨리빨리 문화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대화를 막지 않나요?

"우리가 하루에 '빨리빨리'라는 말을 서른 번도 넘게 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러나 어린아이일수록 지켜봐주고 기다려야 해요. 옷 입는 것도 느리고, 밥도 늦게 먹고. 그렇지 않으면 일방통행이나 강압적이거나 지시하는 말만 할 수 있지요."

-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집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요.
"아버지들이 힘들더라도 주말에 반나절 아니 한두 시간이라도 아이들과 운동이나 게임을 했으면 해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큰 것이 아니에요. 제가 늘 이야기하는 거지만 '관심'을 가지고 '표현'하라는 거예요. 마음속으로만 아이들을 위한다고 하는 건 옛날 말이에요. 말도 좋고 행동도 좋아요. 요즘 아이들은 표현하고 표현을 받는 걸 좋아해요. 항상 먼저 다가가는 것이 중요해요."

- 어린 자녀와 책을 읽을 때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 있을까요?
"너무 많은 질문을 하시는군요. (웃음) 저는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권하고 싶어요. 아이가 세 살이라면 부모가 보여주고 싶은 책이 아니라 세 살 아이가 볼 수 있는 책을 고르고, 또 아이들은 같은 또래의 음성이나 행동을 좋아해요. 어른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 목소리로 읽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아이처럼 뒹굴며 장난을 쳐도 좋고요. 그런데 아이가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 질문을 하고, 어른 흉내를 내면 아이들은 책에서 도망갑니다. 아이에 맞게 유치해져야 해요."

- 어린 자녀들과 대화할 때 부모들이 지켜야 할 점 몇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늘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는 좋지 않아요. 부모 마음대로 추측해서도 안 되고요. 대화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하는 것이 좋죠. 엄마랑 대화가 안 된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 말을 다 하지도 않았는데 자른다, 부모 마음대로 생각한다, 늘 잔소리만 하려든다, 공부하라는 식의 같은 소리만 한다, 내 마음 몰라준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그렇다면 아이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부모가 추측하기 전에 확인 질문을 하고, 잔소리 대신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해요. 힘들 수 있지만 이것이 습관으로만 된다면 30년이 편할 수 있다고 자신해요."

덧붙이는 글 | 대담을 한 두 사람은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박민영은 부일외국어고등학교 영어교과팀장이며 김은정은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상담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엄마랑 아이랑 책에서 해답찾기

김은정 지음, 신인문사(2010)


태그:#자녀교육, #독서치료, #상담, #김은정, #엄마랑 아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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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였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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