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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밤하늘
▲ 울릉도여행 울릉도의 밤하늘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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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는 것은 항상 설레지만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실수도 많다. 연인 사이에서도 첫 만남, 첫 키스 등의 순간이 설렘과 어색함, 그리고 실수 등으로 가득하듯이…. 해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으로 처음으로 겪는 일에 대해 실수를 하는 것이다.

울릉도에 도착해 처음으로 겪는 캠핑 또한 그랬다. 설렘과 실수가 가득한 첫 캠핑….

울릉도의 밤... 그리고 첫 캠핑 식사시간

울릉도의 밤은 어두웠다. 해가 지는 1분 1초마다 주위는 어두워졌고, 약 오후 7시쯤에는 헤드렌턴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오후 7시의 체감시간이 약 새벽 1시 정도로 느껴졌으니….

주위가 빨리 어두워지는 만큼 캠핑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도 바빴다. 그리고 바쁜 만큼 손은 헛돌았다. 폴대의 길이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꼽고 빼기를 반복하다 끝내 주위에 어둠이 내리고 나서야 텐트 치는 것을 마무리했다.

드디어 식사시간. 일행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각자가 먹을 것을 직접 해결하기로
한 우리, 할 수 있는 요리는 라면이 전부인 나에겐 가장 두려운 시간이었다. 코펠에 물을 받고 한참 밥이 익기를 기다리는데, 여기저기서 햇밥과 전투식량이 튀어나왔다. 캠핑 여행은 간소화와 편리한 게 최고라는 말과 함께 전투식량에 물을 붓자 그럴듯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결국 일행 대부분이 저녁을 끝내는 순간까지 나의 밥은 익고 있었다.

울릉도여행캠핑
▲ 울릉도여행 울릉도여행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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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을 만나는 순간

저녁을 먹고 우리를 밝혀주던 가로등의 불을 껐다. 우리는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밤하늘엔 별들이 가득했다. "와~!!" 보는 순간 모두 감탄하며 별빛 속으로 빠져들었다.

"저건 천징자리 아니니? 저건 처녀자리지?"

모두 천문학자라도 된 것처럼 별들을 관찰하며 하나하나의 별들을 가슴 속에 새겼다.

사람은 정말 카멜레온과 비슷한 것 같다. 주변이 어둠과 별들로만 가득차자 설레었던 마음도 잠시 모두 피곤하다며 텐트 속으로 들어갔고, 도시는 네온사인으로 붐빌 오후 9시 마지막까지 남은 세 사람은 따듯한 정종으로 몸을 녹이며 울릉도의 밤을 밝혔다. 코펠에 병째 데워서 마시는 정종은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고, 마치 달콤한 꿀과 같았다. 이렇게 설레었지만 어수룩한 울릉도에서의 첫 캠핑의 밤은 저물어갔다.

울릉도여행
▲ 울릉도여행 울릉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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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부스럭" 눈을 뜬다. 붉은 하늘이 눈앞에 펼쳐진다. 뒤적 뒤적, 안경을 쓰고, 시계를
본다. 오전 6시 30분, 텐트에서 나와 주위를 둘러본다. 울릉도의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로
텐트 주위는 이미 북적인다. 그 북적거리는 소리에 하나 둘 잠에서 깨고 아침이 시작된다.

모닝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렌 후 캠핑 장비를 정리한다. 이슬에 젖은 텐트의 물기도 털고 침낭을 접어 넣다보니, 어느새 30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쓰레기를 줍고 각자 마실 물을 뜬 뒤 자기 키만한 배낭을 멘다.

첫날은 울릉도 도착과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냈기에 본격적인 울릉도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이때 우리는 배낭 메는 요령을 잠깐 설명들었다.

"배낭의 가장 아래에는 가벼운 물건을. 그리고 머리 부분에는 무거운 물건을 넣어야 한다. 배낭은 어깨로 메는 것이 아니라, 허리로 메기 때문에 허리 부근에 맞게 멜빵을 조정해야 한다."

듣고 보면 쉽고 간단한 조언이 모르는 사람에게는 금과 같은 조언이라고 했던가, 들은대로 약간 손 보았을 뿐인데 몸은 깃털같이 가벼워진다. 이제 첫 목적지인 태하령 옛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울릉도여행
▲ 울릉도여행 울릉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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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여행
▲ 울릉도여행 울릉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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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태하령 옛길 나에게는 마냥 아름다운 옛길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예찬>에서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솔직히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고, 울릉도에 갔을 때 들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태하령 옛길을 걷고 난 후 이 문구를 쓰는 것은 글 속의 묘사가 마치 울릉도 여행 때의 내 감정 같아서이다. 가볍게 걷다가 키만한 짐을 메고 걸으니, 한 발자국 땅과 마주 칠 때마다 '내가 살아있구나'라고 느꼈다. 짐을 들고 산길을 걷는 내 두 발이, 내 몸이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끝없이 말했다.

몸이 지칠 때면 잠시 가픈 숨과 함께 주변을 둘러본다.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솔송나무와 섬잣나무야."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운 채 하나라도 더 듣고 볼려고 눈을 굴린다. 태하령 옛길을 지나 옛날 일주도로 구간이었던 태하령 포장도로에 발걸음이 닿는다.

"지금은 폐쇄된 길이야. 폐쇄되기 전에는 차 크기와 딱 맞게 도로가 만들어져 있어 곡예하듯 운전해야 했던 곳이지. 눈 내리는 더 심했지. 그래서 공포의 태하령 옛길이라고 불렀단다."

양팔을 쭉 뻗는다. 양팔에 가득 차는 길, 지렁이처럼 꼬불꼬불한 길이 많고, 간간히 길옆으로 절벽도 보인다.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해." 근처에 새 길이 생겨 지금은 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태하령옛길
▲ 울릉도여행 태하령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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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령옛길
▲ 울릉도여행 태하령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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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바다다~!!

울릉도를 떠올리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해안절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배에서 내려 태하령 옛길을 걸으니, '여기가 강원도 옛길인지? 울릉도 옛길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아, 울릉도의 푸른 바다를 마음껏 보고 싶은데…' 다음 목적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다음은 어디로 가요?"
"태하등대."

'와~바다가 나를 부른다.' 한 걸음에 태화등대로 가는 모노레일까지 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의 모노레일이 올라갈수록 눈은 땅과 가까워진다. 무서움을 느껴 먼 곳을 쳐다보면 녹색바다가 보인다. '아찔아찔, 아직 간이 붓지 않았네.' 모노레일에서 내려 걷는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이 가득한 숲길을 10분 정도 걸었을까? 태하등대와 향목전망대가 반겨준다. 푸른 파스텔 크레파스로 그린 것같이 온통 파랗다. 발아래 펼쳐진 수채화 같은 풍경에 말을 잃는다.

울릉도 바다가 보고파 아쉬웠던 마음에 마음가득 바다를 채운다. '이제 아쉽지 않겠지?'라고 생각한 후 태하등대를 뒤로 한 채 내려오는데, 어느새 바다가 그립다. '십리도 못가 발병 난건가' 느려지는 발걸음에 몸도 마음도 무겁다. 느린 발걸음으로 숲길을 지나다 보니 태하리 해안산책로와 연결된다. '어? 아까 등대에서 보았던 해안길이다'라는 생각에 다시 발걸음이 가볍다.

한쪽에는 산길, 한쪽에는 끝없는 바다, 아름다운 해안산책로는 걷는 재미이다. '저 길 너머에는 어떤 풍경이 있을까?' '저곳에는?' 수없이 질문하며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태하리 마을이 보인다.

버스를 타고 현부령을 넘어 천부로 향한다. 천부에서 다시 소형버스를 타고 나리분지에 도착한다. 이곳이 두 번째 캠핑장소이다. 이렇게 울릉도에서의 하루가 또 지난다. 내일은 어떤 모습의 울릉도가 나를 반겨줄까?

울릉도여행
▲ 울릉도여행 울릉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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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울릉도여행, #태하령옛길, #태히등대, #태하리 해안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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