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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조계종 직영사찰 지정을 둘러싼 조계사 총무원과 봉은사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봉은사 신도회 소속 신도들이 직영사찰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봉은사 조계종 직영사찰 지정을 둘러싼 조계사 총무원과 봉은사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봉은사 신도회 소속 신도들이 직영사찰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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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9일 오후 1시 50분]

대한불교 조계종이 강남 봉은사를 특별분담금 사찰에서 종단 직영사찰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스님)은 9일 오전 종무회의를 열고 지난 3월 중앙종회가 의결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그대로 집행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봉은사 새 주지 결정은 며칠 뒤로 미뤘다.

직영사찰 전환 문제는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사이 갈등의 핵심 중 하나였다. 봉은사 측와 명진스님은 그동안 "사고를 일으키거나 특별한 문제가 없던 사찰을 직영 전환하는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며 "정치권의 외압에 조계종 총무원이 무릎을 꿇었다"고 반발해 왔다.

그동안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는 양쪽을 중재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로인해 명진스님과 총무원은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봉은사 후임 주지로 현 부주지 진화스님 임명 등에 의견 접근을 이뤘었다.

하지만 명진스님이 최근 "자승 총무원장이 부주지 진화스님을 따로 불러 거래를 시도했다"고 강력 반발하며 양쪽 사이에 다시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봉은사 쪽 핵심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서로 양쪽의 견해를 존중한다는 큰 틀 아래에서 직영사찰 전환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직영 전환을 우리가 양보했으니 후임 주지 문제를 총무원에서 잘 처리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총무원 대변인이자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원담스님은 "후임 주지 임명은 총무원장 스님의 권한이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서 잘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임기는 오는 13일로 끝난다. 총무원은 12일까지 후임 주지를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봉은사 신도회 소속 신도 200여 명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오전부터 "직영사찰 지정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조계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직영사찰은 물론이고 명진스님을 떠나 보낼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봉은사 조계종 직영사찰 지정을 둘러싼 조계사 총무원과 봉은사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봉은사 신도회 소속 신도들이 직영사찰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봉은사 조계종 직영사찰 지정을 둘러싼 조계사 총무원과 봉은사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봉은사 신도회 소속 신도들이 직영사찰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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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보강 : 9일 오전 8시 50분]

'명진스님은 도대체 왜 다시 조계종 총무원에 날선 비판을 하면서 판을 흔들지?'

8일 내내 불교계 안팎에서는 이런 의문이 터져 나왔다. 갈등을 빚는 명진스님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을 중재하던 화쟁위원회조차 같은 의문을 품었다. 화쟁위원장을 맡은 도법스님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만도 하다. 명진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3월부터 갈등을 겪어왔다. 양쪽의 견해를 존중하면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화쟁위원회가 나섰다. 지금까지 8개월의 시간 동안 양쪽은 몇 가지를 합의했다. 봉은사를 총무원 직영사찰로 전환하고 주지를 현 부주지인 진화스님으로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런데 다시 명진스님이 7일 일요법회에서 "직영사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 그는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에는 이명박 정부의 외압이 있다"고 총무원과 현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명진스님은 태도를 180도 바꿨을까? 명진스님이 신뢰를 깨고 변덕을 부리는 걸까? 보수 일각의 주장대로 그가 "서울 강남 노른자 땅에 있는 봉은사 주지 자리를 놓고 싶지 않아서"일까?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는 걸 명진스님이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그래서 그가 8일 오후 7시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특별법회에서 직접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명진스님은 다시 "자승 총무원장이 야비하게 나를 압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용은 이렇다.

명진스님이 공개한 '총무원과의 갈등-사과와 화해-사태 해결' 과정은 화쟁위원회가 밝힌 것과 다르지 않았다. 우선 사적으로는 서로 감정을 풀고, 그후 공개적으로는 봉은사가 직영사찰을 받아들이면서 현 봉은사 부주지 진화스님을 주지로 한다는 내용이다.

절차상으로 보면 이런 조정 내용은 9일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명진스님에 따르면,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봉은사 부주지 진화스님을 '호출'하면서 평화는 깨졌다. 진화스님이 '조계종 종회의원' 자리를 그만둘 것이라는 말이 나오면서부터다.

종회의원은 조계종의 국회의원으로 이해하면 된다. 조계종의 각종 중요한 규칙과 예산 등을 결정하며, 면책 특권을 갖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면책특권이다. 직영사찰 주지의 권한은 많지 않다. 불교계에서는 '재산 관리인'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재산 관리인'은 조계종 총무원장이 쉽게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종회의원은 쉽게 교체할 수 없다.

명진스님은 "진화스님에게 종회의원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건, 결국 금방 주지를 갈아치우고 봉은사를 총무원장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자승 총무원장은 모든 합의를 뒤엎고 야비하게 나오고 있는데, 이런 총무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명진스님은 "봉은사는 신도들이 지켜왔고 만들어 온 곳인데, 총무원이 마음대로 하는 걸 어떻게 지켜보느냐"며 "봉은사를 함부로 다룬다면, 내 몸에 피를 묻히고 비린내를 맡는 한이 있더라도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명진스님은 "봉은사 직영전환 문제에는 이명박 대통령 형제가 깊이 간여하고 있다"며 "아직 내가 차마 공개하지 않은 내용도 많이 있다"고 향후 추가 폭로를 암시하기도 했다.

봉은사 신도들도 명진스님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봉은사 신도회는 이미 봉은사 입구 쪽에 천막을 치고 "명진스님을 절대 보낼 수 없다"며 철야 농성에 들어갔다.

한 봉은사 신도는 "명진스님은 조계종이 사과하라고 해서 했고, 직영사찰도 받아들였고, 주지 교체도 양보했다"며 "하지만 봉은사 주지가 종회의원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은 결국 자기들 마음대로 봉은사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자승 총무원장 스님이 진화스님을 불러 종회의원 자리를 논의한 게 사실이라면, 화쟁위원회의 조정 내용을 잘 따르자는 취지에서 이야기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봉은사 신도들은 9일에도 조계사에서 직영사찰 전환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9일부터 조계사에서는 조계종 제15대 중앙종회가 열린다. 화쟁위원회는 이날 봉은사 새 주지를 추천할 예정이다.

[1신: 8일 오후 6시 50분]

봉은사 신도 100여 명은 8일 서울 조계사 총무원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봉은사 진영사찰 전환 철회"를 요구했다.
 봉은사 신도 100여 명은 8일 서울 조계사 총무원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봉은사 진영사찰 전환 철회"를 요구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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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정말 승적을 불태우고 조계종을 떠나게 될까? 그의 주장대로 대한불교 조계종이 추진하는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은 현 정권의 외압 때문일까?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간의 갈등이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다. 봉은사 신도회 회원 100여 명은 8일 "직영사찰 철회하라"며 조계사 경내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를 지켜본 총무원의 한 스님은 "이런 식으로 한다면 명진 스님은 승복을 벗고 아예 불교계를 떠나야 한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명진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간의 갈등을 중재해온 화쟁위원회는 "9일 새 주지 추천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갈등을 겪고 있는 두 당사자 간에 중재자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양쪽은 현재 양보와 타협 없는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명진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다시 충돌 '일촉즉발'

우선 명진 스님과 봉은사 신도들의 반발이 거세다. 명진 스님은 7일 일요법회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나를 두고) '좌파 주지' 운운했을 당시 그 자리에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20분 동안 통화했다'고 했는데, 무슨 얘기를 어떻게 통화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어떻게 조계종 총무원장이 장로 정치인에 불과한 이명박 대통령의 하수인이 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자승 총무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명진 스님은 "내일 모레(9일) 총무원에 찾아가 내 승적을 달라고 해서 불태우든 찢어버리든 하겠다, 조계종 승려로 남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명진 스님은 8일 오전 조계사를 찾아 자신의 승적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의 발언과 행동은 정치권 외압 의혹에 대한 해명 없이는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과 자신의 주지 퇴임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봉은사 신도들도 명진 스님과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봉은사 신도회(신도회장 송진) 회원 100여 명은 8일 오전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봉은사는 분규가 있었던 사고 사찰이거나 재정이 극히 우량한 기도사찰이 아니라 신도들의 교육과 조직, 활동으로 유지되는 도심의 포교사찰인데도 직영사찰로 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소통 없는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조계사 경내 한쪽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총무원의 몇몇 스님들은 "명진 스님이 왜 그리 자리 욕심을 내느냐"며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한데, 명진 스님이야말로 그런 생각에 빠져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명진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 사이의 갈등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자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쟁위원회 "예정대로 9일 새 봉은사 주지 추천하겠다"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 부위원장 원택 스님, 봉은사 소위원장 지홍 스님은 8일 오후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쪽 사이의 갈등이 잘 해결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제가 다시 커졌다"며 "명진 스님의 발언과는 상관없이 직영사찰 지정과 후임 주지 선임을 위한 행정절차는 총무원이 애초 밝힌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명진 스님과 총무원 사이에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고 주지는 현 부주지인 진화 스님이 맡는 걸로 사실상 합의가 된 상태였다"며 "명진 스님이 재임하는 방안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정리가 됐고, 이후 차선책으로 명진 스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진화 스님을 후임 주지로 임명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도법 스님은 "화쟁사상에 따라 양쪽의 갈등이 잘 마무리돼 가고 있다고 봤는데, 왜 갑자기 명진 스님이 그런 발언을 일요법회에서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한편 명진 스님은 이날 오후 7시 봉은사 법왕루에서 직영사찰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특별법회를 열고 재차 자신의 뜻을 밝힐 예정이다.


태그:#봉은사 , #명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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