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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선거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씨한테 배울 게 많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을 하면 제가 훨씬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김애리·강창덕)이 마련한 시민언론학교 강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시민들 25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났다.

"박근혜씨 정책내용은 지지 받기 어렵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강연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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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부터 거론했다. 그는 "박근혜씨 지지율(차기 대선 후보 중)이 30%로 1등 나오는 거 보면서, 어떤 분은 환상이거나 조작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집에서 전화를 받는 10명 중 3명이 박근혜씨가 좋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씨의 마음이 유권자한테 전해진 것이다. 사람마다 선택 기준은 다르다. 앞으로 경쟁해야 할지 모르는데 함부로 표현할 수 없다. 박근혜씨는 지난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기고도 이상한 규칙 때문에 졌다. 그렇지만 그는 이명박 후보를 축하해 주었다. 그렇게 원칙과 법도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이상적인 정치나 좋은 정치에 있어서는 저와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박근혜씨는 진짜 국가를 걱정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

이어 유 전 장관은 "박근혜씨의 정책 내용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씨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기)를 내세웠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를 내세웠다. 지금 이 대통령은 박근혜씨가 경선 때 주장했던 '줄푸세'를 그대로 하고 있다. 지금 그 내용에 대해 국민들은 좋아할 수 없다. 그 분은 요즘 복지와 신뢰를 들고 나온다. 국민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를 알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의 총체적인 자리다. 대통령 하면 제가 훨씬 잘할 것이다."

"호남에서도 한나라당을 키워야"

호남에서 한나라당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유 전 장관은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지지를 못 받는 것은 5․18 때문"이라며 "그 뒤에도 그 지역을 비하하고 적대하는 언행이 있었다, 그러나 영남에서 민주당을 싫어하는 것은 어떤 경험에 의해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호남은 한나라당을 키워줘도 된다, 너무 한 당만 왕따시키면 안 된다"면서 "한나라당은 과거 민정당과 민자당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정책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경제살리기를 한다면 좋아할 것"이라며 "박근혜씨 지지율이 호남에서 1등이라는데 호남도 민주당만 키울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유시민 전 장관이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강연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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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은 '동토의 땅'이라고 하는데, 부산·경남·울산은 많이 달라졌다. 한나라당도 키우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면 다른 당도 키우려고 한다. 저의 고향인 대구는 다르다. 경상도도 골고루 키워야 한다. 여러 정당을 키워야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두려워한다. 경쟁만으로 다 잘할 수 없지만 경쟁 없이는 안 된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YS(김영삼) 당시 3당 합당하기 전 야당 세력을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절반 정도 복구했다고 본다. 부산·경남·울산에서 옛날 분위기가 반 정도는 살아났다."

"언론이 없다면 끔찍하다"

유시민 전 장관은 이날 "언론에 관한 이야기라 약간 조심스럽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저는 최근 언론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왔다, 존재하나 보이지 않았다"면서 "정치하는 동안 끊임없이 언론을 비판했더니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 기능에 대해 설명한 그는 "언론이 없다면 끔찍하다,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기가 직접 목격한 사실만으로 살게 된다"면서 "그러면 문명·문화적인 삶이 가능하지 않다, 반대로 언론을 통해 많은 사실들을 만나고 사실들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데, 과연 내 견해가 진짜 내 견해일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의민주주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저마다 주관적인 견해를 갖고 투표한다. 과연 내 생각을 갖고 투표할까. 만약 국민 개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때 자기 생각에 이익이 된다고 해서 투표하지 않고, 누군가 옳다고 주장하기에 투표하는 것이라면 대의민주주의는 근원에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는 학습·정보에 대해, 북한의 3대 세습과 비교하며 설명했다. "요즘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말이 많다. 3대 지도자가 한 가계로 내려가면서 앞으로 어떤 칭호를 붙일지 모르겠다. 북한은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는 학습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

또 그는 "'조·중·동'만 보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 훌륭하게 국가운영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나 포털 '다음'의 기사에 달린 댓글은 1만 개 중에 9000개가 욕하는 내용"이라며 "거대 신문이 그들 나름의 보수적인 시각으로 해설하고 선택하는 세계에 의존하면 그 세계에 갇혀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기자들은 '팩트'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분들을 통해 전달받는 '팩트'는 그 분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걸러서, 그 그물망 속에서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실만 전달받는 것"이라며 "우리가 언론에 지배를 받고 있다, 주권자나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하는 사람조차도 언론이 전해주지 않는 사실은 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일 저녁 유시민 전 장관이 창원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사람들이 몰려 들어 사진을 찍고 있다.
 19일 저녁 유시민 전 장관이 창원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사람들이 몰려 들어 사진을 찍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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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도 이미지 관리하라 지청구"

그는 몇몇 언론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조·중·동·문'에 대한 문제는  이루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그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언급했다.

"국민참여당 당원인데, 창당되던 날 창당 기사가 <한겨레>에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한겨레>만 보던 사람은 국민참여당이 창당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중요하지 않다거나 알릴 만한 가치가 없는 사실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런 견해를 존중한다. 그러나 왜 보도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설명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없다.

얼마 전 <경향신문> 온라인판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기사와 사진이 실렸다. 민주노동당의 '북한 3대 세습 침묵'을 비판하는 기사였다. 이 대표의 사진이 같이 실려 있는데 표독스러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수많은 사진 가운데 왜 그 사진을 배치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한 네티즌이 찾아냈다. 이 대표가 한나라당 소속 국무위원을 상대로 강력하게 추궁하고 비판하는 국회 본회의 때 장면이었다. 실제 이정희 대표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지만, 전혀 다른 맥락으로 그 사진을 옮겨놓은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경직'되어 있고 '교도주의적'이고 '사납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이것이 언론이다."

언론 보도에 대해 이처럼 설명한 그는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때로는 신문을 보는 것이 괴롭다. 주관적인 시각이 너무 강하다. 보수와 진보가 타협과 대화의 여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게 나타나 있다. 불편하다. 그래서 신문을 보지 않고 포털에 들어가서 내가 알고 싶은 기사를 검색해서 본다.

내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일까. 언론을 볼 때, 언론인에 내 두뇌를 지배당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또 유 전 장관은 "진보는 인간을 자유롭게 만드는 운동"이라며 "보수가 다수가 되면 '부자감세'하고 '4대강' 파고 한다, 그런데 진보가 다수가 되면 강 파놓은 것을 되돌리고 부자들이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진보만이 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마니아'도 있지만 '안티'도 있다"는 질문을 받은 유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도 이미지 관리하라는 지청구를 하셨다"면서 "사람들에게 왜 (저를) 좋아하는지 여쭤보면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 있나 하고, 왜 싫냐 하면 그냥 싫다고 하시더라. 대책은 없다. 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답했다.


태그:#유시민 전 장관,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박근혜 전 대표, #차기 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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