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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국민임대주택 상담센터에서 청약예정자들이 대거 몰린 가운데, 안양 관양지구 A-1블록 국민임대주택 일반공급 1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국민임대주택 상담센터에서 청약예정자들이 대거 몰린 가운데, 안양 관양지구 A-1블록 국민임대주택 일반공급 1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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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국민임대주택 상담센터 곳곳에서는 탄식이 흘렀다. 청약접수 창구에 뜬 번호가 빠르게 올라갔다.

"벌써 593번이야. 어떡해…."

청약 접수 대기자들은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굴렀다. 1200번 대의 대기번호를 손에 쥔 한 청약 예정자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이곳에서는 경기 안양시 관양지구 A-1블록 국민임대주택(1017세대) 일반공급 1순위 청약이 시작됐다.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린 탓에 청약 접수 직전인 오전 9시 25분에 발급된 대기 번호표는 816번이었다. 1시간 뒤에 뽑힌 번호표는 1319번을 가리켰다.

일반공급 물량이 210세대임을 감안하면, 경쟁률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청약 접수가 이뤄진 우선·특별공급(807세대)에는 2112명이 몰려, 이미 치열한 경쟁률을 예고했다. 한 청약 예정자는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세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집값이 부담스러운 서민에게 국민임대주택 말고는 답이 없어요. 하지만 국민임대주택 물량이 적다보니, 경쟁이 이렇게 심하네요."

"전세난 고통 서민에게 국민임대주택 아니면 답이 없다"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국민임대주택 상담센터에서 안양 관양지구 A-1블록 국민임대주택 일반공급 1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국민임대주택 상담센터에서 안양 관양지구 A-1블록 국민임대주택 일반공급 1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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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약접수 창구에서 만난 유진희(가명·49)씨. 청약 접수가 진행되기 직전, 상담센터를 찾은 그가 뽑아든 번호표는 754번. 그는 "안양에서 거의 유일한 국민임대주택 단지이고, 위치도 좋다 보니 경쟁률이 정말 세다"고 말했다.

유씨는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전세로 인한 고통 탓이다. 그는 최근 경기 안양시 관양동에 있는 49.5㎡(15평) 규모의 연립주택으로 이사했다. 이사 전 비슷한 규모였던 주택의 전세금은 6500만 원. 이사한 곳의 집주인은 500만 원을 더 달라고 했다.

남편의 사업이 망해 유씨 혼자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500만 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학생인 두 자녀가 현재 휴학 중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유씨가 청약 접수한 관양지구 국민임대주택 전용면적 46㎡(20평)형의 임대보증금은 3870만 원. 임대료(월 26만4000원)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전세난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다른 대안은 없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을 많이 짓는다고 하지만, 집값이 최소 2억~3억 원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며 "국민임대주택, 시프트(서울시 장기전세주택) 같은 주택을 많이 짓는 게 전세난에 고통 받고 있는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약 예정자 민현석(가명·44)씨 역시 "임대주택이 많다면, 전세난으로 인한 고통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그는 현재 안양시 호계동의 75.9㎡(23평)형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금은 1억2000만 원이다.

임대차계약을 1년 6개월 남겨둔 민씨는 "최근 전세 시세가 1억50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며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전용면적 55㎡(24평)형 청약을 접수했다. 임대보증금은 4610만 원, 월임대료는 31만4000원이다.

월임대료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보증금 100만 원(1600만 원 한도)을 추가 납부할 때마다 그에 대한 이자(2009년 기준 전환이율 8%를 적용해 월 6670원)를 월임대료에서 빼주는 제도(전환 보증금 제도)를 이용할 경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는 "비싼 집값 때문에 분양주택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게 주거안정의 유일한 길"이라며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되면, 현 아파트 전세금과 임대아파트 임대보증금의 차액을 가게에 투자할 수 있고 또한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자녀들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분양주택 늘고 임대주택 줄어... "전세난 원인"

지난 3월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마련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접수처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마련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접수처에서 청약예정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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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만난 유씨와 민씨의 뜻과는 달리, 이명박 정부 들어 임대주택 공급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150만 호의 임대주택공급정책이 수립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임대주택단지를 보금자리주택단지로 전환하면서 임대주택 공급 규모를 80만호로 크게 줄였다. 이마저도 이중 20만 호는 5~10년간 임대 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사실상의 분양주택이다.

'친서민 주택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보금자리주택단지는 국민임대주택단지에 비해 임대주택 비율이 확연히 낮다. 과거 국민임대주택단지의 임대주택 비율은 최소 50%.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인 하남미사지구의 경우, 전체 3만5606세대 중 임대·전세주택 비율(5~10년 후 분양전환 가능한 주택 제외)은 24%인 8608세대에 불과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15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분양 주택은 2배 늘었지만, 임대주택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분양주택 건설 위주의 이명박 정부 정책이 '전세난민'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실적이 크게 늘어, 2007년에는 13만3120호에 이르렀다. 하지만 2008년 10만7890호, 2009년 7만7028호 등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 실적은 급감했다. 강 의원은 "올해 9만 호의 사업승인 실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8월말 현재 2491호에 그쳤다"며 "사업승인 이후 2~3년 뒤에 임대주택이 건설되는 만큼, 앞으로 전세대란으로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장기임대주택 비율은 3.3%로 선진국들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형편"이라며 "무엇보다 분양 위주의 공급정책을 중소형 위주의 임대주택을 필요한 만큼 공급하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전세대란을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대기수요, 멸실 주택 증가로 인한 전세주택 수급불균형이 이번 전세난의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금자리주택 등의 분양주택을 줄이고, 전세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전세대란, #보금자리주택, #국민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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