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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혼(重婚)적 사실혼 관계에 있는 여성도 동거남의 법률상 배우자인 본처가 사망할 경우 사실혼 배우자와 똑같이 법률적 보호를 받아 유족연금 수급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K(58ㆍ여)씨는 직업군인이던 유부남 J씨와 1979년 4월부터 함께 살면서 두 아들을 낳는 등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이어오다 1996년 J씨의 아내 A씨가 사망한 2년 뒤인 1998년 4월에 혼인신고도 했다. J씨는 A씨와 이혼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혼인관계가 해소된 상태였다.

 

육군 고위간부로서 전역 후 퇴역연금을 받아오던 J씨가 2008년 6월 사망하자 K씨는 J씨의 유족 자격으로 국방부에 연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퇴직 군인이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에게는 법률상 연금수급권이 없는데 K씨는 J씨가 61세 6개월일 때 혼인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K씨는 "J씨가 61세가 되기 훨씬 전인 1979년 4월부터 함께 살며 사실상 혼인관계를 맺어온 배우자로서 법률상 보호를 받아야 하고, 또한 군인연금법이 정한 유족연금 수급대상자"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K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와 망인 사이의 혼인관계는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지나지 않아, 원고는 군인연금법상 보호받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9행정부(재판장 박병대 부장판사)는 지난 4월 1심 판결을 깨고 "국방부장관은 원고에 대한 유족연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K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망인은 A씨와 혼인신고를 한 이후 1996년 12월 A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망인과 원고의 동거상태는 '중혼적 사실혼'으로서 망인과 A씨 사이의 법률혼과 양립할 수 없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러나 망인과 원고가 이미 사실혼의 실질을 갖춘 관계를 지속해 온 이상 중혼적 사실혼 관계는 1996년 12월 A씨의 사망으로 망인과 A씨 사이의 법률혼이 해소됨과 동시에 통상적인 사실혼 관계가 돼 법적 보호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는 망인이 만61세가 되기 이전인 1996년 12월부터는 망인과 사실상혼인관계에 있던 자로서 군인연금법에 의해 유족연금을 수급할 지위에 있는 만큼, 원고가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아니라고 본 국방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국방부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K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 부지급처분취소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 법제가 일부일처주의를 채택해 중혼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더라도, 이를 위반한 때를 혼인 무효의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혼인 취소의 사유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중혼에 해당하는 혼인이라도 취소하기 전에는 유효하게 존속하고, 이는 중혼적 사실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비록 중혼적 사실혼일지라도 군인 또는 군인이었던 자의 퇴직 후 61세 전에 법률혼 배우자가 사망함으로써 혼인이 해소됨과 동시에 통상적인 사실혼이 된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본처 배우자가 사망 후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군인연금법에 규정된 배우자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관계법령 및 기록에 비춰 보면 원고가 유족연금을 수급할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상고이유와 같이 군인연금법에 규정된 배우자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중혼, #유족연금, #사실혼, #법률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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