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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부가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MBC에서 나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등록금 상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하고 싶다고 한다. 용산참사 당시 우연치 않게 지나가는 시민으로 잡혀서 인터뷰를 해본 것 외에는(그때도 MBC였다) 처음이라 잔뜩 긴장한 상태였지만, 할 말은 많았다. 기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10분 정도 대화를 나누었는데, 오늘(29일) 아침 나온 부분은 불과 3초 정도에 불과했다.

 

"이것이 매년 4~5%씩 합법적으로 인상하는 정당한 근거가 될 것으로 봅니다."

 

표정이 잔뜩 굳어 있는 상태였는데, 내가 봐도 웃겼다. 물론 등록금 인상의 정당화 기능을 하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말 중에 하나였다. 등록금 상한제는 직전 3개연도 평균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 이상은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렇게 된다면 내년에는 5% 정도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최근 경제위기 때문에 동결 또는 낮은 상승률을 제시했던 대학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도 대학은 등록금 인상률을 10% 정도로 강하게 불렀다가 학생들의 저항이 거세지면 4~5% 선에서 합의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등록금 상한제는 결국 별 충돌 없이 등록금을 상승시키는 등록금 상승제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정부의 등록금 정책이 핵심을 완전히 빗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인상율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이미 연간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인데 학생들은 등록금 10만원 정도 오르는 것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등록금 때문에 많은 20대 청년들과 학부모들은 빚을 지고 대학에 다닌다. 올해 2월 졸업생 10명 중 7명은 1125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88만원 세대가 아니라 빚 1000만원 세대라고 불러야 할 형편이다. 천만원짜리 빚더미에 10만원 더 얹는다고 해서 얼마나 심각해지겠나. 문제는 얼마나 오르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가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나 학자금 대출 등을 내놓으면서 빚을 지고 살라고 강요한다. 사실 이것은 정부 스스로 빚을 지지 않으면 대학에 다닐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꼴이다. 게다가 5.7%의 고리대금업까지 하니 한국장학재단이라는 학자금 대출 기관의 이름이 우스울 뿐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대학등록금의 대부분은 부모로부터 나오거나 은행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들 부모세대는 대부분 노동자다. 그런데, 50% 이상의 노동자가 연봉 2000만원도 되지 않는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과도한 등록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부모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다시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할 노동자를 만들기 위해 지불하고 있다. 빚을 지면서 말이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등록금이 은행으로부터 나온다면, 우리들의 10년 20년의 미래가 은행 빚을 갚기 위한 것으로 변한다. 은행은 앉아서 우리가 미래에 땀 흘려 일한 대가를 가져갈 수 있다. 솔직히 등록금뿐만이 아니다. 졸업하면, 집 사고 차 사는 데 또 빚을 질 수밖에 없다. 20세부터 죽을 때까지 빚을 청산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비참한 삶이다. 

조금 지겨운 말이지만 우리는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의 이득은 기업과 사회 모두 가져간다. 따라서 이러한 이득에 대한 환수를 통해 등록금 자체를 낮추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해결방법이다. 그리고 그러려면, 매번 하는 소리이지만 저항이 필요하다. 평생 빚지고 살 바에야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현재 대학생사람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등록금상한제, #20대, #대학생, #대학생사람연대, #취업후등록금상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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