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민심을 존중한다며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회 표결을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민심을 존중한다면서 왜 국회 본회의 표결을 고집하는지 이상하다. 공을 빼앗긴 후 아쉽고 또 아쉬워서 뒤에서 태클을 거는 것 같다. 축구에서는 최소한 경고, 심하면 퇴장이다.


잘 진행되던 세종시 사업을 느닷없이 수정하려고 하면서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수도 분할의 비효율성이라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회의 때 모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얼굴을 마주보고 회의를 하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꼭 그래야 하나? 청와대나 국회가 장관이다 국장이다 툭하면 불러들이던 버릇을 고치고, 그래도 대면이 필요하다면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수도 분할의 비효율성이 정말로 걱정된다면 정부 부처를 모두 서울에 모으는 정부안 말고도 대안이 또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시도한 것처럼 모두 세종시로 모으는 안이다. 이에 대해서 정부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런데 헌재에서 위헌이라고 한 근거는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이다.

 

서울중심주의에 물든 사람이 보면 그럴 듯한 근거라고 보겠지만, 보통의 국민 정서와는 맞지 않는 기발한 근거가 아닐까? 국민이 모르는 관습헌법이 어디 있나? 박정희 정부가 수도 이전을 추진할 때는 아무도 관습헌법 위반이라고 하지 않았으면서.


정부가 논란이 많은 '관습헌법'에 신경이 쓰여 세종시로 모으는 안을 아예 못 낸다면 그런 관습헌법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국민투표로 물어보면 된다. 즉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모두 이전해도 좋은지 아니면 서울로 다 모아야 하는지를 놓고 투표를 하면 된다.

 

세종시로 모아도 좋다는 국민이 다수이면 관습헌법의 존재가 저절로 부정되며, 그래서는 안 된다는 국민이 다수이면 정부가 당당하게 수정안을 추진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분할의 비효율 문제는 해소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헌법상 국민투표의  요건에 맞는지 따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논란이 있다면 관습헌법 개정 절차를 밟으면 된다. 잘 되면 행정수도를 모두 서울 밖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는 개헌안이므로 야당과 지방민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굳이 정부 부처를 서울로 집중시키는 수정안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논리력, 상상력의 부족? 몸에 밴 서울중심주의? 어떤 사람은 나라의 선진화를 위해서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 선진화에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는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 와서 새삼 국민투표로 가기에는 시기가 안 맞다. 처음 수정을 추진할 때 이런 제안을 했어야 했다. 제발, 공 빼앗긴 후 뒤에서 태클을 걸지 말기 바란다. 공연한 파울로 당사자가 경고, 퇴장을 당할 뿐 아니라 프리킥이나 페널티 킥을 주어 팀까지 무너지는 걸 우리가 잘 보고 있지 않나?


태그:#세종시, #본회의 표결, #관습헌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