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세훈 시장을 한마디로 하면 산소 같은 남자가 아니겠습니까, 산소 같은 남자 오세훈 후보 대 우리가 제일 조심해야 되는, 언제 새어 나와서 우리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생명도 위협하는 연탄가스 같은 후보인데 연탄가스 같은 후보를 찍으면 안 됩니다, 산소 같은 남자 1번 오세훈을 찍어야합니다."- 5월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우리 이계진 후보님은 산소같은 남자입니다, 우리 이계진 후보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그런 후보를 우리는 뭐라 하면 좋을까요, 연탄가스같은 후보가 아니겠습니까, 연탄가스는 시도 때도 없이 몰래 찾아옵니다, 연탄가스를 막지 않으면 머리가 띵해지고 몸이 마비가 됩니다. 연탄가스를 꼭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이계진 후보님은 깨끗하고 산소같은 남자입니다." - 5월 31일 강원도 원주시 중앙시장 내 문화의 거리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최고위원에게 자기 당 후보는 무조건 '산소같은 남자'이고, 상대 당 후보는 '연탄가스 같은 후보'가 된다. 자기 당 후보가 '산소같은' 이유, 혹은 어떤 점이 산소와 유사한 지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고, 마찬가지로 상대 당 후보가 '연탄가스 같은' 이유도 없다.

 

6·2 지방선거 지원에 나선 정몽준 대표의 연설 내용은 무척 단순하다. 무조건 자기 당 후보는 좋은 후보, 상대 당 후보는 나쁜 후보다. 이 얘길 하기 위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연설에 등장시켰다.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이 세 사람이 만든 영화가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입니다, 이번에 대전에 대전시장 후보가 3명 나왔다고 합니다, 박성효 후보, 염홍철, 김원웅 후보가 나왔다고 하는데 제가 보니까 '좋은 후보, 나쁜 후보, 이상한 후보' 딱 거기에 맞지 않습니까." - 5월 30일 대전 동구 가오동 홈플러스 앞 사거리

 

"가만히 보니까 이번에 시장후보로 나온 세분은 뭐라고 할까, 최근 히트 친 영화 중에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만든 영화인데 제가 이번에 김해 와서 보니까 후보 세 명이 좋은 후보, 나쁜 후보, 이상한 후보인데 박정수 후보는 좋은 후보입니다, 나머지 두 후보 중에 누가 나쁜 후보이고 이상한 후보인지 그 사람 본인들이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 5월 28일 경남 김해 삼방시장 앞

 

마찬가지로 근거는 없다. 3명의 후보가 경합하고 있는 곳에 가면, 상대 당 후보는 그냥 '나쁜 놈, 이상한 놈'일 뿐이다.

 

"무소속 찍지마" 해놓고 울산에선 "무소속 20년 찍어줘 감사"

 

무소속 후보를 견제해야하는 상황에 가면, '무소속'은 그냥 '짝퉁 브랜드'로 폄훼했다. 역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제가 무소속을 해보니까 나같은 사람은 어쩌다가 한번 할 수 있지만 무소속 후보 찍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요즘 시대를 브랜드시대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물건 사실 때 진짜 브랜드를 사셔야지 짝퉁 브랜드를 사시면 안 됩니다." - 5월 29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카멜리아 빌딩 앞

 

그러나 정 대표 자신도 국회의원 생활 22년 중 20년 정도를 무소속으로 있었다. 그 20년 동안 자신을 5번 당선시켜준 울산에 가서는 '무소속인 자신을 계속 뽑아줘서 지금처럼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감사를 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자신을 '무소속 감별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울산에서 저를 국회의원 5번 시켜주신 덕분에 지금 한나라당도 들어갔고 대표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울산에서 무소속 국회의원을 여러 번 했는데 울산시민 여러분들께서 저를 이렇게 키워주신 덕분에 오늘 이렇게 시민여러분들 앞에 서있습니다, 제가 보면 좋은 무소속이 누군지 별볼일 없는 무소속이 누군지를 잘 압니다. 여러분들은 무소속을 찍지 말고 한나라당이 자신있게 추천한 박성민 후보를 꼭 찍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 5월 28일 울산 중구 홈플러스 앞

 

동정표 주면 "4년 내내 동정받는 처지된다"니...

 

한나라당 후보가 3선에 도전하는 경우엔 삼선자장까지 연설에 동원했다. '3선'과 삼선자장을 연결시킨 일종의 연어유희인데, 돈 없는 서민들은 비싼 삼선자장보다는 보통 자장을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동안 8년간 안상수 시장이 많이 발전시켰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자장면도 삼선자장면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3선시장이 되어 인천과 계양구의 발전을 확실하게 마무리 하도록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5월 30일 인천 계양구 계산역 사거리

 

"우리 박맹우 시장님께서 3선을 하셔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삼선자장면 같이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사업 힘있게 추진할 것입니다." - 5월 28일 울산중구 홈플러스 앞

 

자기 당 후보가 열세에 있거나, 경합을 벌이는 지역에서 정 대표 연설은 '여당 떨어뜨리면 남들의 동정을 받게된다'는 내용이다. 듣기에 따라선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는다면 지역발전은 꿈도 꾸지 마라'라는 취지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선진당은 충청도의 자존심이 아니고 충청도의 망신살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중략) 정말 충청도가 자존심의 고장이라면 절대로 동정심으로 찍어서는 안 됩니다, 동정심으로 투표하면 '쯧쯧쯧 어찌 저렇게 됐나'하는 동정을 받게 되는데 그러면 충청도의 자존심이 손상되지 않겠습니까" - 5월 27일 충남 아산시 재래시장 앞

 

"귀찮으니까 성가시니까 그 사람이 그 사람이려니 하고 찍었다가는 경남과 김해의 미래가 없습니다. 값싼 동정이나 인정에 이끌려서 투표를 하면, 동정으로 투표를 하면 김해시민 여러분들이 앞으로 4년내내 남의 동정을 받고 사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 5월 28일 경남 김해 삼방시장 앞

 

민주노동당을 견제해야하는지역에선 색깔론과 허위 사실까지 총동원됐다.

 

"영남위원회라는 간첩단 사건이 있었습니다, 기록을 보면 김창현 후보는 김일성 사진 앞에서 충성을 하겠다는 서약문을 읽었고 또 그 관련 기록에 보면 북한을 돕는 운동은 북한동포를 위한 인도적 지원이 아니고 혁명의 기지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이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여러분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혁명 기지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 이것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북한과 똑같이 굶어죽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닙니까, 이런 후보들이 울산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로 나오는 것은 우리 울산을 아주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5월 28일 울산시 북구 화봉사거리

 

1998년 7월 영남위원회 사건은 국보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을 이유로 8명이 구속됐지만 이 중 2명만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의 공소사실에서 허위·조작이 드러나기도 했다.

 

범야권단일 후보이기도 한 김창현 후보는 정몽준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모든 법적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막장 정몽준" "대한민국 망신살" 야당 격렬 반발

 

정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른 당이나 무소속 후보에 대한 비방을 일삼자, 야당에서도 더는 못참겠다는 듯 반박 논평이 줄을 잇고 있다.

 

김유정 민주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31일 "정몽준 대표의 아호가 '인담'(仁潭)이라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에서 '막장 정몽준'이라는 아호를 하나 더 선사해야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김 대변인은 "정몽준 대표의 발언은 우리 정치의 수치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며 정 대표의 '연탄가스' 발언과 김창현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문제 삼았다. 김 대변인은 "선거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저급한 행태를 다 보여주고 있다"고 정 대표를 비난했다.

 

정몽준 대표의 '선진당은 충남의 망신살' 발언에 대해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지난 28일 논평을 통해 "최소한의 예의도, 도리도, 상황판단도 못하는 정몽준 대표야말로 대한민국의 망신살"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변인은 "'충청도민이 자유선진당을 뽑으면 4년 동안 충남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충청도민을 몰락한 양반에 비유한 정운찬 국무총리도 모자라, 이제 집권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충청도민을 노골적으로 모욕하며 협박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후보는 좋은 놈, 다른 정당 후보는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니. '막말 대표'의 대국민 협박"이라고 비난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31일 논평을 내고 "공당 대표의 타당 후보에 대한 김일성 충성서약문 운운은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망언"이라며 "정몽준은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지하고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우 대변인은 또 "정몽준 대표는 수구냉전세력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위해 선친의 남북교류, 민족화해 유지마저 부정하는 패륜적 행위를 중지하고, 선친과 겨레 앞에 석고대죄하고 더 이상의 반북대결, 수구냉전적 망발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태그:#정몽준, #지방선거, #삼선자장, #연탄가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