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생님. 이 것..."

 

머뭇거리면서 교무실로 들어선 지원이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바라보았다. 아이는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보니, 아이가 직접 만든 카드였다. 빨간 색종이를 붙여서 만든 꽃이었다. 만든 솜씨가 세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성을 다하여 만들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카드를 보라보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마음을 볼 수 있어서 감동이었다.

 

"선생님께 주는 선물이니?"

"감사합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지원이는 지난 3월에 전학 온 아이다. 그러니 이제 겨우 2달을 함께 생활하였을 뿐이다. 그것도 담임선생님은 따로 계신다. 나는 교과 전담을 하고 있어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겨우 수업 시간에 교감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이에게서 카드를 받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감동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저..."

 

지원이의 카드를 받고 눈시울을 뜨거워지고 있는데, 또 다시 찾아온 아이가 있었다. 바라보니, 문수다. 아이는 작년에 담임을 맡았던 아이다. 3학년임에도 한글을 해득하지 못하여 엄청 고생을 하였던 아이다. 겨우 국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가르쳤었다. 그런데 문수가 카드를 내미는 것이었다. 그 안에는 철자법이 틀린 글자로 써진 내용을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대견스럽고 사랑스러웠다.

 

읽을 줄 모르던 아이가 글을 깨치고 그 고마움을 글로 표현하여 선생님에게 카드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한글을 깨우치기 위하여 엄청나게 고생하였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 때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그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하였다.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꿈을 키워가면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기쁨을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지원이와 문수에게서 카드를 받고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가르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일도 아니다. 선생님으로 걸어가야 하는 길은 외롭고 험한 여정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더욱 더 그렇다.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상태에서 선생님의 길을 걸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원이의 카드를 받고 나니, 위안이 된다. 문수로부터 카드를 받게 되니, 즐거워진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의 고통은 말이나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더군다나 결정적 시기를 놓친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려움은 엄청나다. 그래도 그 어려운 여정을 지난 뒤에 가지게 되는 보람 또한 말로는 다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문수가 카드에 편지를 써서 가져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문수의 카드를 바라보면서 깊은 감동에 젖는다. 이런 희열을 보통 사람들은 맛보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 하나하나는 맹물이다. 꿀물처럼 달콤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쓰지도 않다. 아무 맛도 없는 것이 아이들의 특징이다. 아무 맛도 없는 아이들의 마음에 맛을 들여가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다. 선생님이 정성과 사랑을 다하여 가르치게 되면 달콤한 꿀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선생님이 역할을 소홀하게 되면 맹물은 쓰디 쓴 물로 바뀔 수도 있다.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랑을 얼마나 쏟아 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14일) 참으로 행복하였다. 지원에게서 받은 카드가 행복하게 해주었다. 문수의 카드는 진한 감동에 젖게 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받게 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생님이다. 감사한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 그 것으로 충분하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아름다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